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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락 Apr 01. 2023

오늘 새벽 나는 달랐다.

글씨에서 기운을 느끼다.

2023년 4월 1일 토요일    

 

오늘 새벽은 달랐다. 소원을 적는데 다른 날과 달리 글씨에 힘이 있었다. 글씨를 보면 분간할 수 없지만, 나는 분명 볼펜으로 소원을 써 내려가는 데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나는 소원 24가지를 섰다. 첫 번째부터 끝까지 적을 때 같은 힘, 같은 느낌이었다. 남들은 모른다. 나만 느낄 수 있다. 이것도 창조주, 나에게는 하나님이 무엇을 내려주신 느낌이 받았다. 글쓰기 하면서 그때 느낀 감각, 감동, 신비함이었다. 내가 섰지만 내가 쓰지 않은 기운과 비슷했다.     


글쓰기를 통해 그 사람의 특성과 사상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말에 누구나 동의하지 않을까? 옛날, 붓글씨를 쓰는 시절에는 글씨에 기백이 있고, 흥이 있고, 혼이 담겨있다는 말을 들었다. 볼펜이 없던 시절에는 연필로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쓰던 때가 생각난다. 어른들은 한 글자를 써도 온 정성을 들여 써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 정성을 들일 때 손가락이 연필에 눌려 자국이 생기기도 했다. 오늘 소원을 적는데 한 글자에 정성과 힘을 느낀 것이다.     


예전 지인이 새벽에 책을 읽으면서 독서 노트를 작성한다고 했다. 그때 그는 시간을 항상 적는다는 것이다. 같은 새벽이지만 그날에 따라 다르고, 시간에 따라 글씨체가 다르다고 이야기해줬다. 따라 해봤지만, 다른 감각을 느낄 수 없었다. 단지, ‘글씨가 잘 써진다.’라는 글씨의 기능-이쁘다, 밉다-만 보였다. 사실 그때는 무심코 넘겼지만, 오늘은 확실히 달랐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손으로 전달되는 느낌, 손이 가는 대로 써지는 느낌 즉, 알아서 움직이는 느낌이다.     


그럼, 왜 예전에는 자연이 준 이 느낌을 알아채지 못했을까? 나는 오래 한 골프를 통해 확신하게 됐다. 골프는 그립을 잡는데 생각처럼 손에 ‘착’ 달라붙지 않는다. 매일 잡아도 그때그때 다른 감각, 잡는 동작도 어색하다. 친밀성을 위해 특별한 방법 없이 그냥 잡아야 한다. 자연스럽게 그립을 잡기 위해서는 찾든, 느끼든 무조건 손에서 많이 놀아봐야 알 수 있다. 놀이터에서 다양한 기구를 타봐야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무서워하고 재밌어하는지 안다.     


꾸준히 노력하면 ‘아! 딱! 좋아!’라며 내 손과 클럽이 일치된 감각을 찾을 수 있다. 이 기분으로 볼 앞에 서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 또 퍼터를 잡으면 손의 감각이 날카로워 그 느낌으로 볼을 치면 꼭 다 들어갈 것 같은 의식에 휩싸인다. 하지만 이것도 나의 것이 아니다. 신이 나에게 잠깐 선물처럼 내려준 것이다. 나는 선물을 받기 위해서 오롯이 나를 찢어 크게 만들어 받을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글쓰기와 골프 감각은 내 재능도 아니고 하물며 없다. 나에게 온 감각은 나는 인지한다. 이 선물 같은 기운은 ‘꾸준함’에서 발현된 일이다. 특별한 재능이 없어서 8개월가량 새벽 독서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일어나 매일 적었던 것밖에 없다. 다른 무엇도 없었다. 내 기운이 창조주에게 운 좋게 전달되었다. ‘이 녀석,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소원을 꾸준히 하네!’라며 선물을 내려줬다. 신이 시련의 테스트를 거쳐 자격을 획득한 나에게 주어진 선물처럼 느껴진다.      


또,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느낌, 감각을 잊지 않고 잡을 수 있어서다. 평소에 민감하여지려고 노력했는데, 사실 둔감한 편이다. 감각, 직감에 무신경해 현상만 바라봐 이면의 현상을 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민감성을 키우기 위해 내 안에 있는 모든 감각을 끌어올려 섬세하게 살펴야 한다. 까탈스럽게 세상을 관찰하는 습관화는 그 길로 인도해 줄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아 천만다행이며 관조하는 삶은 스치듯 지나가는 작은 감각을 붙잡는다.     


이 감각에 자주 노출되려면 반드시 해야 일이 있다. 나의 모습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깨트려야 한다. 오래된 관념, 편안함을 찾는 습관, 부정적 인식, 잘못된 지식으로 뭉쳐 견고한 철옹성을 이룬다. 자신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나도 모르는 내 안에 고착된 덩어리가 많이 쌓여있다. 하지만 우리는 내 안에 나와 마주하면, 내 모습에서 두려움, 무서움, 노여움, 절망감을 느낀다. 못난 나를 드러내야 비로소 잘난 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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