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i Jul 13. 2021

꿈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어쩌다보니 기획자입니다. 하고 싶은 것은 아직 찾아가는 중입니다만.

“제 특기는 그림 그리기입니다!”


자기소개하는 자리에서는 항상 자신 있게 특기를 이야기했던 어린 시절, 나의 꿈(직업적)은 화가였다. 초등학생 때는 나름 유명한 선생님께 과외까지 받았고, 사생대회에 나가면 입상은 기본, 꽤 높은 순위에 오를 정도였다. 성과가 나오니 더욱 그림에 대한 열정이 생겼고, 그만 재능까지 넘치는 줄 아는 안타까운 실수를 범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 첫 획을 긋기까지 수많은 결심이 필요해졌다. “면적이 이렇게 넓었나?”라는 생각과 함께 하얗고 빈 캔버스를 보면 두려워졌다. 이렇게 변하게 된 정확한 시점은 기억나지 않지만 계기는 기억이 난다. 중학교에 올라가며 개구리가 우물 밖을 조금 벗어났을 때이다. 세상은 어찌나 넓고 뛰어난 사람들은 얼마나 많던지. 모든 일에 재능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그 일을 지속할 만큼의 감각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 무렵 마주한 사람들과 환경은 내가 가진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한 감각이 부족하다는 무력함을 주었다. 순수 미술을 좋아하고 그림쟁이를 꿈꾸던 중학생 꼬마는 그렇게 인생 첫 번째 Dream job을 잃고 만다. 어린 시절 처음 맛본 좌절감, 그 맛은 꽤나 썼다.



취미와 특기: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두 개념을 혼동해버렸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된 일이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는 자기 위안과 함께 금방 다른 길을 찾아 나섰다. 화가를 꿈꾸던 아이는 10년이 흐른 지금, 여기저기서 단단히 데인 우여곡절 끝에 기획자가 되어 있다.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어떤 방식이든 크리에이티브한 생산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현재 나의 가치관과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나의 취미와 특기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선택이 어린 시절처럼 성급하게 단정 지어 버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멈추지 않으려 노력한다. 왜냐하면 세상은 넓고, 우리는 아직 젊으니까. 정말로.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더 나아질 가능성과 기회는 찾아온다. 온갖 감각을 곤두세우며 그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지. 오늘도 꿈을 찾아가는 서툰 현생러는 이렇게 다시 한번 다짐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