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기, 삼국지, 사마의
긴 장마 기간 중 야외 운동도 취소되고 질척거리는 빗속을 뚫고 누굴 만나기도 힘들었는데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삼국지가 인기 순위에 올라있어 일주일 내내 하루 한편씩 보았다. 이미 많은 분들이 삼국지라면 책이나 만화로 또는 삼국지 적벽대전까지 개봉되었던 영화로 많이들 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연령대만큼은 이래 저래 보았을 것이다. 삼십대면 최소 세 번, 사십대면 최소 네 번은 책을 읽거나 영화나 만화로 보았으리라 믿는다. 그만큼 부담 없고 흥미진진한 약간의 양념이 첨가된 실제 상황의 고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냥 재미로 흥미위주로 보았으면 이제부터는 목적을 가지고 보면 기존의 팩트 위주로 알고 있던 내용들이 지금 현재의 나의 조직 생활에 이입되어 다른 관점에서 읽게 되고, 보게 될 것이라고 제언한다. 지금까지 삼국지를 서너 번 정도 읽거나 보았다면 십 대에 읽었던 삼국지, 이십 대에 읽었던 삼국지, 사십 대, 오십 대에 읽는 삼국지는 서로 그 느낌과 생각 그리고 관점의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연령 대 별로 그때 선호하는 삼국지 속의 영웅들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삼국지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상세한 내용과 의미를 재해석해서 여기에 나열할 생각은 없다. 그렇게 하려고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그 속의 내용이나 인물들이 궁금하면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면 된다. 그러면 아마도 수십수백 건의 글과 사실, 그리고 생애와 관련 고사까지 모두 찾아볼 수 있다. 영화나 책을 읽다가 궁금하거나 더 알고 싶은 것이 있다면 스마트폰을 옆에 두고 멈춤을 잠시 눌러두고 일일이 찾아 부연 설명을 알아 가면 된다.
조직 생활, 넓은 의미에서 보면 모두 생계나 우리들의 삶의 비빌 언덕이 되고 있는 직장 생활로 말할 수 있다. 군대건 조폭이건 아니면 회사이건 조직 생활은 어차피 모두 일맥상통하는 소중한 가치와 깊은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조폭이라고 해서 왜 없을까만은 단지 합법적인 조직인가, 불법적인 제도권 밖의 조직인가의 차이 밖엔 없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학교를 떠나 결과, 즉 성과를 중요시하는 조직에서 프로답게 슬기로운 조직 생활을 잘해나가려면 학생 때처럼 반드시 선행 학습이 필요하다.
우리가 삶에서 지식을 얻는 방법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학습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경험하는 것이다. 하지만 직접 경험하는 것은 삶이 위험에 직접 노출이 되어야 하고, 유한한 삶에서 무한한 인생의 비밀을 모두 경험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 직접 경험한 것만 믿다 보면 과신하는 단점이 있다. 첫째, 경험한 시점과 현재의 시점과의 시차 때문에 이미 소용이 없는 지식일 수밖에 없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때와 다른 많은 변화와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둘째, 경험한 것만 믿거나 너무 집착하는 지식은 앞과 같은 이유로 지금 현재엔 말이 안 되고, 말이 안 통하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만들 수 있다.
우리는 매일 변해가는 세상을 공부하며 업데이트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을 꼰대라고 부른다. 꼰대는 단지 나이가 많은 사람을 일컫지 않고, 세상의 변화와 흐름을 무시하고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는 사람을 말한다. 스무 살 청년이라도 꼰대일 수가 있는 것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여든 살로도 청춘일 수 있다.
아직 남아 있는 여름휴가가 있거나 추석 연휴 때 삼국지를 다시 읽어보기를 권해 보고 싶다. 이미 몇 번을 읽어 다 알고 있다고 자만하지 말고, 슬기로운 조직 생활을 위한 학습이라 생각하고 읽어 보기를 권한다. 지금 내가 속해 있는 조직을 실제 대입해 보아도 재미가 두배로 될 수 있다. 아니면 바빠서 마음의 여유가 없고 책을 읽을 엄두가 안 난다면 넷플릭스의 삼국지를 매일 퇴근 후 한편씩 보기를 추천한다. 총 8편으로 되어 있지만 한편이 두 시간 정도이니 주말 포함하면 꼬박 일주일이 걸리는 큰 일이다. 하지만 재미와 흥미도 진진하지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프로로서 지금 나의 슬기로운 조직 생활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숭고한 투자인가.
실제 사회생활에서 내 주변의 많은 훌륭한 사람들이 삼국지를 통하여 조직 생활과 사회생활의 지혜를 얻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어떤 분은 몇십 권짜리 삼국지를 열 번 이상 정독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거기에 더해 사마천의 사기까지 탐독했다는 사람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이천 년이 지나도 사람 살아가는 이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는 여름 휴일 낮잠 잘 때 목침으로 써도 훌륭할 만큼 두꺼운 것도 있지만 사건 중심으로 요약한 책들이 많이 나와있기 때문에 그렇게 입문하길 바란다.
슬기로운 조직 생활을 위해 삼국지를 다시 읽을 때 , 이런 상황에 내가 삼국지 속의 등장인물이었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도 생각해보고, 관전자로서 객관적인 관점에서 누가 어떤 실수를 했고, 또 누가 그 왕따보다 무서운 오버를 해서 큰 일을 그르치게 만들었는지, 어떤 때에 실리를 취해야 할지 또는 명분을 중요시해야 할지를, 또 누가 보스의 눈밖에 나는 행동을 했으며, 누가 어떻게 인내하며 도광양회를 꾀했는지, 그 모두를 의식하고 체화하며 삼국지를 다시 읽거나 본다면 훨씬 더 연령대별로 그 느낌과 깨달음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직 생활의 관점에서 시간 날 때마다 삼국지를 열 번만 정독하거나 영화, 만화를 다시 본다면 최소한 어느 조직에서나 그 조직의 별은 달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그다음은 운칠기삼이다. 열의 아홉은 삼국지를 다섯 번 정도는 읽었을 거라고 보면, 적어도 열 번은 정독해야 깨달음이 오고 비교 우위에 설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추가하면, 삼 년 전 중화 TV에서 방영한 ‘사마의-미완의 책사’(42편) 시리즈를 케이블 채널에서 찾아보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