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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Sep 22. 2020

인생은 결국엔 늙어서 지난날을 추억하는 것일 뿐이다

진정한 부자는 누구인가


 지난여름, 긴 장마가 지나고 역대급 태풍 세 개를 맞이하고, 보내고 나니 어느덧 가을이 되었다. 지금은 코로나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면서 또 한 번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두 번째 재난 지원금을 맞춤형으로 소상공인 중심으로 추석 전에 우선 지급한다고 해서 그나마 조금은 위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다행스럽다. 더불어 얼마 전 어느 정치인은 국회연설에서 아프리카 반투족의 ‘우분투'(ubuntu)를 언급했다.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 I am because you are. I am because we are.)라는 의미의 그들 말로 ‘사람다움’을 뜻한다고 한다. 고맙고 반가울 뿐이다. 사실 정치는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할 때 해당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함덕 해수욕장


 올 한 해 우리 사회는 정치적인 이슈를 제외하고라도 많은 화두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집값 폭등으로 인한 부동산 투기와 이번 코로나 사태로 촉발된 청년들의 동학 개미 운동으로 시작된 주식투자 광풍이었다. 지금도 카카오 게임즈와 빅히트의 주식 상장에 빚낸 돈이 몰렸고 또 몰리고 있다는 뉴스가 많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생활하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망이나 욕심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다. 어쩌면 부동산이나 주식은 결국에는 제로섬 게임이다. 특히 단기적 투자를 목적으로 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늘 무리한 투자를 걱정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제 부동산 3 법이 통과되면서 부동산 투자로 횡재할 확률도 낮아지고, 은행 예적금은 초저금리로 그냥 맡겨만 놓는 것과 같다. 이런 경제 상황에서 기성세대들처럼 이 두 가지 투자수단을 통해 계층 이동을 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서 그런 희망이 사라진 청년세대들이 주식 투자에 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해는 간다. 빚내거나 단기 투자 말고 5년, 10년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주식을 산 회사와 동업하는 마음으로 투자했으면 한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한 초반의 주식 폭락과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그들 청년세대가 역시 대단하다 싶었다. 1997년 IMF 때의 부동산과 주식의 가격 폭락과 재반등을 벤치마킹한 결정이라고 생각했기에 반드시 그들이 언젠가는 많은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나도 잠깐 겨울이 지나고 봄바람이 불 때쯤 여유돈을 긁어모아 애국하는 심정으로 주식시장을 떠받치는 동학 개미 운동에 동참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큰돈이 움직이는 거라 아내에게 알릴 수밖에 없었는데 예상대로 반대에 부딪히고 말았다, 아니 걱정 들었다.



 아내 말인즉슨, 소액을 재미 삼아 주식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면 이제 우리 나이에 더 이상 돈 욕심을 내서 주식 투자를 하거나, 부동산 투자를 위해 집을 옮길 때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오십 대가 되면서 그렇게 함께 생각을 정리하고 경제적 자유를 누리며 마음 편히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십 년 만에 찾아온 기회에, 빚을 내서 단기투자를 계획하는 것도 아니고 여유돈을 가지고 장기 투자하면 성공적인 투자가 거의 확실한 순간이라 잠깐 가치의 혼란이 생겼다. 그래도 백 퍼센트 성공할 확률은 아니라고 합리화하면서 아쉬움을 내려놓고 아내와 유채꽃을 보러 며칠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언젠가 TV에서 투자 전문가가 하는 말이 “진정한 부자는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을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자는 '경제적 자유를 얻은 사람이다'. 돈의 노예가 되기보다는 돈을 다스리는 주인이 되고 돈으로부터 인생을 속박당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고로 나는 아직 부자가 아닌 게 분명했다.  지난봄, 재난지원금을 받을 이유가 없다며 실직자들을 위해 써달라고 전액 기부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경제적 자유를 얻은 줄 알았는데, 돈의 노예도 아니지만 아직도 돈을 다스리는 주인도 아니었다. 그 투자 전문가의 말을 스스로 곰곰이 새겨볼 일이다.



구좌읍 공백 카페


 경제적 자유를 얻으려면 도대체 돈이 얼마나 있어야 나처럼 아내와 함께 삶의 가치를 세우고도 순식간에 기회만 생기면 또 돈을 더 벌어볼 생각으로 흔들리지 않을까. 돌이켜보면, 살아오면서 이십 대, 삼십 대, 사십 대에 내가 벌어보고자 욕망했던 금액이 나이 때만큼 같은 속도로 올라갔다. 어떻게 보면 그 욕심은 끝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 가질 만큼 가졌으면 무엇이든 스스로 멈출 줄 알아야 한다. 스스로 멈추질 못하면 평생 그것만 쫓다가 그것이 세상의 모든 것인 줄 알고 살다 죽을 수밖에 없다. 끝없는 욕망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삶이란 인생의 또 다른 아름다운 것들을 놓치고 만다. 내 곁에서 늘 같이 있는 사람이 최고로 가치 있는 사람인 줄도 모르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람과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 아름다운 추억은 만날 수 없다. 그런 삶의 문제는 부족함이 아니라,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족감이다. 가을에 또 억새밭이 아름다운 제주도 용눈이 오름에 가고 싶다.




인생은 누구나 비슷한 길을 걸어간다. 결국엔 늙어서 지난날을 추억하는 것일 뿐이다. 결혼은 따듯한 사람하고 하거라.



영화 ‘어바웃 타임(2013)’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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