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에요.
부산 여행에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을 꺼내 유튜브에서 음악을 들으며 트위터를 검색했다. 지루함을 달랠 겸 저장된 팝송을 듣다가 아내가 좋아하는 The Police의 ‘Every Breath You Take’를 발견하고는 무선 이어폰 한쪽을 아내 귀에 꽂아주고 듣기 시작했다. 기차 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해서 불편했지만 음악도 듣고, 차창 밖의 하얀 뭉게구름과 가을걷이를 끝낸 벌거벗은 누드의 들판을 바라보면서 서울로 올라왔다.
어느 트위터리안이 올린 글 중에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란 말이 눈에 들어왔다. 과연 그럴까 생각하며 이런 경우, 저런 경우 여러 가지 경우를 비교하며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또한 해운대 어느 호텔 안에 문을 연 요즘 핫한 스타벅스에서 기차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을 때, 아내가 여기저기서 글을 읽다가 메모를 해둔 것들을 글 쓸 때 참고하라며 카톡으로 보내준 아랫글이 떠올랐다.
특별히 외로움을 많이 타진 않지만 근래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잘 적응해 가다 가끔은 저녁 모임을 하면서 느낀 점이 아내가 보내준 윗글과 너무 흡사해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마지막 문장, 또 사람이 그리워 약속을 잡는다란 말만 빼고. 이제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격리가 1단계로 풀리면서 만남을 뿌리칠 명분이 없어져서 기어이 누군가를 만나고 들어올 때마다 그렇게 느끼곤 했다. 함께 있어도 외롭다면 만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가끔은 어떤 재미나 설레임이 없는 만남일 때, 생각이 꽉 막힌 사람들과의 원활한 소통이 힘들 때가 더욱 그렇다.
차라리 혼자 있는 게 좋다. 혼자 있으면 외롭다는 느낌도 고정관념의 틀에 갇혀 있지 않나 생각해 볼 일이다. 삼분의 일이 1인 가구 시대에 혼자 있으면 외롭다는 고정관념은 함께 어울려 살아야만 했던 농경사회의 개념이다. 지금 같은 정보화 사회에서는 외로울 틈이 없다. 모바일폰 하나면 외딴섬에서도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
영화, 음악, 게임, 채팅, sns, 영상통화, 금융거래와 음식 배달까지 할 수 있는 시대에 과거의 사고와 틀에 갇혀 맨투맨으로 컨택해야만 외롭지 않다고 생각하면 언택트 시대의 심화와 함께 더욱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정말 외롭다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고, 세상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서 세상으로부터 점점 고립되고 소외될 수밖에 없을 때가 그렇다. 그 첫 번째 나타나는 징조는, 지금이 없으니까 옛날 얘기만 하게 되고 자주 과거를 들먹이기 시작한다. 그땐 진짜 제대로 외로워진다.
이제 점점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해가 짧고 일찍 어두워진다. 밤도 길어지고 바람도 쌀쌀해지면서 사람의 온기가 그리운 시간이 되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라는데 더욱더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 늦가을이다. 외롭다는 느낌이 싫어서 이리저리 쓸데없는 약속을 만들고 불안스레 밤거리를 헤맬 필요는 없다.
일을 마치고 돌아갈 집이 있으면 일찍 돌아가면 될 것이고, 누군가를 생각할 사람이 있으면 혼자서 조용히 생각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외로울 때 부를 노래가 있으면 노래를 부르고, 부를 노래가 없으면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찾아들으면 된다. 괜스레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인생의 목적이 오롯이 행복을 추구하는 데 있는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오히려 불행해진다. 하지만, 삶에서 의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버텨낼 수 있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너무 외롭다고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외로움도 잘 견디면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고, 때로는 약이 될 때가 있다.
그냥 별일 없이 살아가는 게 행복이다. 너무 지나치게 행복추구에 목 매일 필요도 없다. 힘들고 행복하지 않은 시간들도 잘 견뎌내면 훗날 의미 있는 시간들이 된다. 중요한 것은 지금, 얼마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 의미 있는 시간들이 모여서 우리를 밀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