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마음도 넘치면 우스워져, 진실과도 멀어지고

빛과 그림자(유퀴즈)

by 봄날


언젠가 TV 프로그램에 6개 의과대학을 합격했던 청년이 나왔던 적이 있다. 그 후, 물론 정부 지원을 받는 특목고인 과학고에서 규정에 어긋나게 의대로 진학한 것이 알려져서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 같은 프로그램에서 가수를 하다가 뉴욕 변호사가 된 분이 출연해서 그녀의 뉴욕 생활및 부모님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리고 말미에 난민들을 돕고 있다고 소개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우리나라는 경제지표만으로는 세계 10대 경제강국에 드는 선진국이 되었다. 하지만 시민의식에 있어서는 아직도 우리 스스로가 선진국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덜하지만 오래전에는 매년 수능시험 결과 발표가 있는 연말이면 전국 수석 학생이나 만점자를 찾아내서는 언론에서 연일 떠들어 대곤 했다.


비원, 부용정


동시에 많은 학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자괴감을 심어 주었다. 심지어 수석을 한 학생부모의 가난이나 직업, 학력까지 들추어내서 그 기사를 돋보이도록 삶의 서사를 만들곤 했다. 말도 마음도 넘치면 우스워 진다, 진실과도 멀어지고.


그 버릇이 아직도 남아 있어 각종 선거철만 되면 누가 더 가난하게 살았는지, 누가 더 부모덕을 못 봤는지 흙수저 경쟁을 하곤 한다. 누구나 스스로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는 이유로 가난하게 살았든, 부유하게 살았던 차별할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후진국일수록 대중은 “최고”, “최대”, “제일”, “1등”, “수석”, “원조”, “국제”등에 열광하고, 그런 것들을 우러러보는 사람들일수록 스스로 자존감이 낮은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나라는 많이 달라졌고, 언론에서도 자주 다루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제 세상은 변했고 1등만 알아주는 시대도 아니다. 성적이 꼴등에 가까운 학생들도 얼마든지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해서 여러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늘 다니던 식당의 음식 맛이 달라졌을 때는 우선적으로 의심해 볼만한 것은 세프, 즉 주방장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최근 들어 그 프로그램도 콘셉트가 바뀐 걸 보면 눈에 보이는 것은 그대로지만 아마도 PD, 즉 연출자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많다.


아무튼, 이 지점에서 한 번 생각해볼 만한 화두는 수석, 1등, 또는 죽도록 공부만 했던 사람들이 과연 그 이후의 삶에서, 또는 그의 직업을 통해서 얼마나 사회에 기여했으며, 이웃에 유익했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이웃에 인정받고,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사회 각 분야에서 유독 그렇게 성공한 사람들만 그 기득권을 자식 대대로 지켜가기 위한 민낯이 요즘 청문 후보자들과 대장동 비리처럼 각종 부정부패의 현장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 프로그램도 처음엔 ‘유느님’을 투입하고도 시청률이 저조했지만, 코로나 사태와 함께 나름 순수한 화제성이나 미담, 특별한 삶의 서사가 있는 분들을 초대해서 시청자들에게 꿈과 용기와 함께 감동을 주면서 성공한 프로그램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해서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상류층이 되고 싶은 욕망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뿐더러, 노력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고, 자본주의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니, 칭찬은 못할망정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시험 성적이나 자격시험에서 1등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우러러보거나 존경하지는 않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그의 삶이 얼마나 사회에, 이웃에 유익한 삶이었나로 평가받고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적어도 ‘유퀴즈’가 견지해온 프로그램의 콘셉트에 맞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열심히 공부하고 출세해서 혼자만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성공 스토리에 무슨 감동이 있겠는가. 문득, “무엇이 성공인가”(Ralph Waldo Emerson)란 시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