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애틋한 듯 속아 넘어가 주마

진정한 프로들(人生到處有上手)

by 봄날


오래전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받고 힐링이 필요할 때, 집에 일찍 들어와서 저녁을 먹고 수목드라마나 월화 드라마를 챙겨볼 때가 있었다. 한참 치열하게 생활했던 직장의 현실을 벗어나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면서 회사 일을 잊고 그 시간만큼은 쉬고 싶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가끔은 드라마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너무 이상적이고 꿈같은 현실을 연출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드라마에서는 재벌집 아들과 가난한 집 딸이 자주 사랑에 빠지고 매번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현실에선 본 적이 없다. 아마도 드라마 작가가 그 드라마와 비슷한 현실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탓이려니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드라마가 시청률을 높이려면 어쩌다 드라마를 보는 나 같은 사람이 아니라 드라마를 많이 보는 직접 시청자들을 목표로 너무 익숙하고 지겨운 현실을 뛰어넘는 드라마 극본을 쓰고 제작을 해야만 성공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그 의문이 풀린 적이 있었다.


가끔은 뉴스나 시사토론을 볼 때마다 패널로 출연한 정치인이나 평론가들이 어떤 정치, 사회이슈를 놓고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할 때마다 ‘지록위마’란 사자성어를 생각한다. 옆에서 같이 보던 아내에게 그 정치인이나 평론가가 하는 말이 주장만 있고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닌가, 아니면 교묘하게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느냐고 동의를 구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아내는 지금 그 사람들이 주장하고 바라보는 대상은 어차피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는 지성인들은 아니라고 말했다. 정치적 진영논리에 빠져있는 지지자들이나,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나이 먹고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잃은 사람들을 향해 그들의 주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란다. 다른 의견을 들어보고 생각을 바꿀 줄 아는 것, 그게 진짜 멋진 것을 모르는 사람들을 향한 헛소리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는 드라마 작가나 정치인은 유사한 점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드라마 작가나 정치인은 그들이 극본을 쓰고, 정치를 해야 될 대상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진정한 프로페셔널들이다. 그들이 직접 타깃팅해야 할 대상에게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비용 측면에서도 철저하게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인생도처유상수, 우리의 삶 가는 곳마다 고수가 있다.



하지만, 재미와 흥미를 위한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고, 다수의 국민 행복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는 또한 정치일 뿐이다. 정치인들은 자신이 왜 정치를 하는지 그 이유를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드라마라 할지라도 그 뜻이 삶의 올바른 가치를 지향하지 않는다면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감동은 없을 것이다. 그냥 막장 드라마거나 킬링타임용으로 소모될 뿐이다.


정치 또한 일인 일 표를 기준으로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한 삶의 개선이 아니라 효율적인 표계산만을 위해서 정치를 한다면 국민의 삶을 심하게 왜곡시킬 뿐 아니라 이념, 세대, 남녀 갈라치기와 퇴행적인 정치가 될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삶의 수준도 결국 뒷걸음질한 후 다시 느리게 전진할 수밖에 없다. 또한, 아무 생각 없는 국민은 삼류 정치의 자산이 될 뿐이다.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실관계를 단순히 전달만 하는 메신저로서가 아닌, 정부의 정책에 대한 감시자로서 옳고 그름에 대한 비판과 지지가 언론의 역할이고, 저널리즘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즘 핫이슈인 ‘바이든과 날리면’을 두고 정치 패널들의 논쟁을 지켜보던 어느 시청자가 올린 댓글, ‘영화, 태극기 휘바이든(재개봉)’을 트위터에서 보고 해학이 넘치는 민족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지금까지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가 그저 동화인 줄로만 알았다. 늙는 것은 탄식할 일이 아니다. 우리가 탄식할 일은 늙어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다.

“내 기꺼이 환하게 속아 넘어가 주마, 함부로 애틋한 듯 속아 넘어가 주마(함부로 애틋하게, 정유희)란 시가 떠오른다. 더불어 독일의 유명 시사 주간지 ‘슈피겔’지가 “아시아의 유일한 완전 민주주의는 한국이다. 그러나 한국이 세계적인 경제대국 수준의 경쟁력과 기술력을 가지고도 더 이상 오르지 못하는 것은 언론의 부패 때문이다”라고 말한 대목은 다 함께 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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