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참는 것은 힘들지만 견디는 것은 보람이 있다

인생은 아름다워

by 봄날


개천절 연휴 마지막 날, 하루 종일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교통 혼잡을 피해 연휴 내내 집에서 보내던 아내가 늦은 오후에 ‘인생은 아름다워(2022, 최국희 감독)란 영화를 보러 가자고 제안했다. 유튜브에서 비 오는 날 들을만한 센티멘털한 음악을 찾아서 듣고 있던 나는 흔쾌히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전 세계를 울린 위대한 사랑 이야기,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1977, 로베르토 베니니)와 동명의 영화였다. 물론, 같은 가족의 사랑을 주제로 하지만 부부간의 사랑에 포커스를 두었고 ‘라라랜드’같은 뮤지컬 영화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대충 영화 줄거리와 출연진만 확인하고 영화를 보러 갔다.


카페 테라스


미리 확인했던 영화 줄거리와는 조금 다르게 웃기면서도 슬프기도 한 로드무비였다. 영화 초반 주인공 진봉(류승룡)의 전형적인 밉상 남편을 보고 순간 영화 보러 온 것을 후회할 뻔했다. 계속 진봉의 대사를 듣고 보면서 영화가 끝나고 나면 나는 또 어느새 죄인이 되어있을 것 같은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아내는 폭소를 터트리기 시작했고 유쾌한 장면이 연속되면서 나는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 영화 줄거리와는 다르게 매우 유쾌하게 연출되었고 코믹한 장면들이 많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아내는 두 가지 장면을 못마땅해했다. 첫 번째는 진봉이 아내 세연의 마지막을 위해 세연의 소중한 인연과 가까운 지인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고 이별식을 연출한 장면이었다


오크밸리


그리고, 두 번째는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아내 세연이 자신이 떠나고 난 후 남편 진봉의 삶을 걱정하면서 다시 좋은 사람 만나서 즐겁게 살고 난 후 자신에게 돌아오라는 장면이었다. 아내는 현실성이 없는 그런 방식의 이별식은 초대받은 손님은 물론이고 서로를 불편하게 할 뿐만 아니라, 남겨진 남편의 삶을 걱정하는 것은 몰라도 재혼까지 챙기는 것은 오버라는 생각이었다.


자작나무숲길


나는 아내가 묻기도 전에 어떠한 경우에도 두 번씩 결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내의 마음에 드는 말을 한 것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결혼생활은 한번 해봤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지금까지 결혼, 임신, 출산, 육아, 교육, 입시, 취업의 삶을 살아왔고, 또 내 아이들의 그 똑같은 삶의 반복을 대기하고 있다. 누가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하고 물을 때마다 나는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뮤지엄산(안도 타다오)


그 이유는 배수의 진을 치고 싸우는 장수처럼 지금 한 번뿐인 이번 생에 최선을 다해 살고 싶기 때문이다. 마라톤에서 죽을힘을 다해 달려와 방금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에게 다시 한번 더 똑같은 코스를 뛰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이유에서 결혼도 한 번이면 족하다. 우리가 인생에서 한 사람과 두 번씩 살아낼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다면 우리는 최선의 선택, 최선의 삶을 살아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마지막 장면, 타이틀롤이 올라갈 때 아내 세연(염정아)이 부르는 배경음악인 ‘세월이 가면’(최호섭)의 가사, “나는 알고 있어요. 우리의 사랑은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서로가 원한다 해도 영원할 순 없어요. 저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는, 세월이 가면”처럼 우리의 삶은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 없고 무한 반복되지 않는다. 생은 누구에게나 처음이자 마지막일 뿐이다.



이번 생이 마지막이라는 것은 누구나 피해 갈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우리의 생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또한 그렇게 할 수 있는 만큼 진심을 다해 살아야만 한다. “인생의 본질은 지속적인 슬픔과 고통이고, 기쁨과 행복이라는 향기가 살짝 스쳐 지나가는 것뿐, 향기가 계속되면 냄새다. 지속적인 행복은 없다"라는 정호승 시인의 글이 삶에 지치고 힘들 때마다 우리를 위로한다. 삶에서 무엇을 참는 것은 힘들지만 견디는 것은 보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