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날 Sep 18. 2022

새로운 세상을 만나려면 반드시 선을 넘어야만 한다

선을 넘는다는 것


 커피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계절, 가을이다. 가로로 반 접히는 갤럭시 플립폰 광고를 보면서 이제 그만 아이폰과 이별하고 새로 바꾸고 싶다고 아내에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아이폰 운영체계에 너무 익숙해져 있고, 더 중요한 것은 사진 촬영 기능이 좋아서 결별을 못하고 있다.


 그 말을 들은 아내는 언젠가 한 번은 그 선을 넘어야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스포츠센터에서 만난 할머니들과의 모임을 사례로 들었다. 70,80대 할머니들과의 모임에서 할머니들께 2G 폰을 그만 버리고 세상의 흐름에 맞추어 스마트폰을 추천한 얘기를 했다.


메밀꽃


 처음에 할머니들은 오랫동안 사용한 2G 폰이 너무 익숙하고 편하다며 완강히 거부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카카오톡 모임 단톡방도 만들어 소통하고, 손녀 손주들과 화상 통화는 물론 사진도 찍어 올리며 너무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또한 할머니들은 그 연세에 테이크 아웃 카페도 잘 이용할 수 있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계신다고 한다.


 여전히 조금 아쉬운 것은 모임 때마다 식사 후 테이크 아웃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눌 때  다섯 명이지만 돈 아깝다고 음료는 꼭 세잔만 주문하라고 하신단다. 그것도 아내가 이러시면 예의도 아니고 젊은 사람들 보기 창피하다고 말려서 이제는 인원수만큼 음료를 주문하신다고 했다. 한편, 아내는 그분들로부터 오랜 삶의 경험으로 체득한 지혜를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그처럼 우리는 늘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 위해서는 선을 넘어야 한다. 청춘들의 연애도 마찬가지다. 친구와 친구, 선배와 후배, 회사 동료와 동료, 그 기존의 관계를 깨려면, 서로 사랑하려면 그 선을 넘어야만 한다. 그때부터 새로운 관계는 첫날이 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 선을 지키는 한 서로의 관계는 딱 거기까지 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모든 관계는 금방 익숙해지고 곧 당연한 것이 된다. 다이얼 폰에서 새로 나온 2G 폰을 사용할 때만 해도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 같았지만, 곧 익숙해지고 바로 스마트폰이 나왔다. 익숙하고 당연한 것으로부터 벗어날 용기가 없으면 새로운 세상을 만날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그 사람의 삶은 딱 거기서 멈추고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


올림픽공원, 들꽃마루


 블루투스 음악은 들을 수도 없고 평생 불편한 유선 이어폰을 끼고 살아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인터넷뱅킹이나 폰뱅킹이 대세가 되면서 시중 은행의 지점들은 점점 폐점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 동네만큼은 어르신들을 위해서 지점을 폐점하지 말아 달라고 피켓시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장마철 폭우에 도도히 떠내려오는 거센 강물처럼 흘러가는 세상의 흐름을 그들이 막을 수는 없다.



 우리가 늙는다는 것은 대개 자신이 가진 익숙하고 당연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잃어 가는 것이다.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이 점점 변해가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게 되니 늘 과거를 그리워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옛날이 마냥 좋았던 것만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 왜곡되었을 뿐이다.


 세상이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내가 세상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나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세상을 이해할 수밖에 없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야 할 때 그 타이밍을 놓치면 우리는 자신만의 섬에 갇히게 된다. 세월은 가고 나만 남게 된다는 뜻이다.


 



이전 22화 밥 먹는 게 꼴 보기 싫어질 때 ‘헤어질 결심’을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