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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May 17. 2024

생각하는 것을 가르쳐야지, 생각한 것을 가르치면 안된다

교육의 중요성


거실에서 라디오 클래식 음악프로그램 ‘아름다운 당신에게’(CBS)를 들으며 트위터를 둘러보고 있는데 잠에서 깬 아내가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무심하게 커피를 주문하고 조금 전에 보낸 카톡을 봤느냐고 묻는다. 트위터를 둘러보느라 아직 못 봤다고 하니까 그 카톡은 김누리 교수(중앙대)의 강연이 담긴 유튜브동영상이라고 말했다. 아내는 그 유튜브 동영상의 볼륨을 켜고 내게 들려주었다.



그 내용은 2020년 9월, 그리스에 있는 시리아난민촌에 화재가 나서 오갈 데가 없어진 15,000명의 시리아 난민 중에서 독일이 2,700명을 받아들이겠다는 발표를 보고, 독일의 40개 이상이 넘는 도시에서 말이 되는 소리냐며 데모를 했다고 한다. 그럼, 나머지 난민은 어딜 가느냐며 그냥 15,000명 모두 수용하라고 요구하는 시위였다고 한다.



 오래전 많이 존경해 마지않았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있을 때, 그 누나가 유럽난민 1백만 명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해서 깜짝 놀랐는데 실제로 117만 명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때 이후 실제 2백만 명을  받아들여 정착시켰고,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래 또 2백만 명을 받아들였다. 누적 난민 4백만 명을 근래 5년 안에 받아들여 독일 인구 8천만 명 중 난민 구성비가 5%를 차지하는 나라가 되었다고 했다.


상서돌담마을, 청산도


20세기 1,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홀로코스트를 비롯해 유대인만 6백만 명이상을 가스실에서 집단학살했던 최악의 전범국가 독일이 21세기에 이렇게 변했다는 소식과 함께, 갤럽등 세계 3대 여론조사기관에서 ‘세계에서 가장 존경할만한 나라’로 변함없이 선택되는 나라가 독일이라고 한다. 어떻게 20세기 최악의 나라에서 21세기 최선의 나라로 탈바꿈했는지 궁금했지만, 그 해답은 역시 독일의 교육시스템에 있다는 것이었다.



 독일과 비슷한 전쟁범죄 역사를 가진 일본은 아직도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과와 반성은커녕, 한국의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계속 우기는 것은 물론, 중국, 러시아와도 영토분쟁과 함께 태평양전쟁범죄자들이 합사 된 신사참배 및 교과서왜곡등을 통하여 주변국들과 지속적인 마찰을 빚고 있다.


 전쟁 위안부 문제등 왜곡된 역사를 일본 청소년들에게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한편,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지만 한일전 축구 지는 것만 분할뿐, 출산율은 십 년 넘게 형편없이 지고 있는데도 아무 대책이 없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또한 몇 년 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후, 한국국민들을 카불에서 마지막 철수할 때 함께 따라온 아프가니스탄 기여난민 수백 명과 그 자녀들의 지역 초등학교 입학을 반대했던 일부 학부모들의 피켓 시위를 생각하면 지금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리고 그들이 최근까지 어떤 문제를 일으켰다는 뉴스를 본 적이 없다. 세계인구의 삼분의 일을 차지하지만 이슬람 문화에 대한 무지와 종교적인 편견이 그 주된 이유일뿐이다.


청단풍숲길


최근에 미국의 명문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규탄하는 시위가 있었고 그 학생들을 경찰이 연행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오랜만에 미국대학들에서 다시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규탄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60,70년대 미국대학의 베트남전 반대시위를 진압하고 베트남 부패정권을 지원하며 참혹한 전쟁을 수행한 결과 미국이 얻은 것이 무엇인가.



 우리나라 또한 60,70,80년대 군부독재로 나라가 위태로울 때마다 지성인들의 요람인 대학생들의 용기와 투쟁의 헌신 덕분에 지금의 군부독재 미얀마와 달리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음은 물론이다.  지금은 미국과 유럽의 대학들에서 비인도적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반대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작년 모대학에서 학생들이 최저임금 관련 청소노동자들의 시위가 시끄럽다며 수업방해로 고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또한 최근엔 수능만점을 받고 그 대학에 다니는 의과대학생이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하고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입시위주의 교육이 괴물을 만들었다.



 한편, 부패정권에 환멸을 느끼던 우크라이나 국민은 무능한 젤렌스키 정권을 70%가 넘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시켰다. 그러나, 여러 가지 실정으로 그 지지율이 20%대로 바닥을 치자 거듭된 러시아의 침략경고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을 만회하고자 EU가입과 NATO가입을 서둘렀다.


 결국 러시아가 침략했고, 그 참혹한 전쟁을 피해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기차 편으로 독일의 베를린역에 내릴 때, 그 난민의 3배가 넘는 베를린 시민들이 웰컴보드를 들고 마중을 나왔다. 그들이 서로 우크라이나 난민을 데려가려고 하던 뉴스 장면을 보고 전율을 느꼈던 경험을 잊지 못하고 있다,


범바위, 청산도


세상에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라가 있을까, 다시 한번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한 존경심이 발로 되었음은 물론이다. 한편, 안타깝지만 우리의 현실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다. 적성이나 자신의 꿈과 상관없이 돈벌이가 좋다는 직업 중의 하나인 의사가 되겠다고 서울과 지방을 통틀어 의대가 수능 커트라인이 제일 높은 나라가 되었다. 생각하는 것을 가르쳐야지, 생각한 것을 가르친 결과가 아닐까.

게다가 근거가 빈약한 의대증원계획과 의사단체의 출구 없는 투쟁에 환자들만 볼모가 된 형국이다.



작년, 교사들이 학교에서 학부모들께 존중받지 못하고 거리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 나라에서 과연 그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겠는가. 반대로 학생의 권리를 억눌러야 교권을 세울 수 있다고 믿는 시대착오적 발상이 있는 한 교권을 제대로 세울 수 없을 것이다. 이런 현실에 현명한 청년세대들이 어느 드라마 제목처럼 ‘무자식 상팔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언젠가 ‘신경 끄기의 기술’을 출간한 세계적 유튜버 마크 맨슨이 지적했듯, 우리나라는 유교의 가장 나쁜 부분인 수치심과 자본주의의 가장 최악인 돈벌이만 가르치는 잔인한 교육시스템과 남성들의 육아와 가사노동에 대한 성역할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희망이 없어 보인다. 이젠 그 저출산마저도 1억이라는 돈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과연 돈 때문에 낳은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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