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need to prove anything to anybody
#이것은 소설 (Ep11 중 마지막 이야기.. 아쉽죠 T_T?? 나만아수워? 흑.)
#제 브런치 북 [어떻게회사까지사랑하겠어] 보고 오면 더 좋아요! 연결되는 유니버스? ;)
*Ep10 요약:
#김대리가 생각하는 MZ란?
#완결까지 본 여러분에게 MZ란?
#여전히 Mㅓ든지 Zl랄만하는 세대인가요? :)
“그래 너도. 아까 말해준 거 잊지 마. 계속 떠돈다 해도 그게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라는 거.”
아인이 형이 해준 말을 마음에 품고,
나는 페리 선상 위에 앉았다.
어제 호텔에서 봤던 텅 빈 그 페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맑은 날씨만큼이나 선상 위 많은 사람이 웃고 있다. 거주자들, 관광 온 가족들, 여행 온 커플들 모두가 행복하게만 보인다.
“쨍그랑”
그런데 갑자기 들려오는 유리잔 깨지는 소리.
그리고 이어 들려오는 친숙하지만 언제까지고 적응 못할 강렬한 욕설들.
"You bastard! Shut up and fuck off!"
뒷모습이 보인다.
파란 하늘과 대비되는 파마끼 있는 붉은 단발머리. 검은색 탱크톱 나시와 아무렇게나 입은 짧은 청바지. 그리고 나시 끈 사이로 보이는 등에서부터 왼쪽 팔꿈치까지 이어지는 레터링 문신, 왼손엔 작은 동그란 쟁반 하나, 오른손으론 화를 내는 상대방을 향한 공격적인 손가락질. 거친 욕설로 휘감은 입술만큼이나 당찬 웨이트리스의 뒷모습.
선상 바닥에는 유리잔이 나뒹굴고 페리 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주변 시선은 단연 그녀를 주목한다. 김 대리는 페리 의자 위에 걸터앉아 그 상황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사람들의 그런 시선 따위 관심 없다는 듯 당당하게 말 한 문장 한 문장에 F로 시작되는 욕설을 꾹꾹 눌러 담아 상대방에게 날린다. 프랑스식 억양이 섞여있는 캐네디언의 발음이었고, 대충 들어보니 뻔한 전개. 껄렁한 놈이 껄떡대다 웨이트리스에게 ㄱ박살 나고 있는 중.
'요즘 세상에 저런 게 아직도 있네.’
우습다는 듯 김대리는 냉소를 머금고 그 상황을 계속 지켜봤다. 당연히 끼어들거나 말릴 생각은 없다.
'내가 왜? 도랏나 끼어들게'
오히려 콧방귀를 뀌고, 어서 뻔하지만 반전의 스토리가 있을지도 모를 그런 개싸움이 전개되길 기다렸다.
하지만 김대리의 바람과 달리 싸움이 난 현장은 선상 관계자가 나타나 생각보다 쉽게 정리되었다.
개싸움에 아쉬움을 위로하며 시선을 옮기던 김대리의 눈동자가 문득 그 웨이트리스에 멈췄다.
그녀는 화가 아직 안 풀린다는 듯 들고 있던 쟁반을 테이블 위로 내던지더니 갑자기 붉은 머리카락 사이로 오른손을 넣어 있는 힘껏 헝크러뜨린다. 그리곤 테이블에 남아있던 이름을 알 수 없는 알코올 한 잔, 멈추지 않고 한 잔 더 원샷하더니, 하늘 향해 한숨을 있는 힘껏 푹.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 테이블 반대편 말보로 레드 한 대를 뽑아 왼쪽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파란 하늘을 두 동강이라도 내겠다는 듯 강렬하게 불길을 뿜어내는 라이터로 담배 불을 지핀다.
그렇게 입으로 한 모금 길게 쭉.
대서양의 바다와 파란 하늘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러더니 담배를 입에 물고 태연하게 쟁반을 집더니 다른 손님들에게 무표정한 얼굴로 알코올 잔을 건네며 미소 한잔 서비스를 시작한다. 선명한 등 위 레터링 타투가 반짝이는 것 같다.
이 장면에서 김대리는 머리를 한대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분명 어린 날 캐나다 생활로 인해 이런 상황은 지극히 익숙한 장면인데, 그때의 파란 하늘과 대서양의 차가운 바다 공기, 그리고 그 사이 담뱃불을 입에 물고 본인의 일을 태연히 하는 그녀의 자유로움. 그 멋이 새롭게만 보였다.
"멋진데..?”
그리고 뜬금없지만 이번 캐나다 여행 동안 꼬리처럼 계속 따라왔던 김대리의 과거 삶에 대한 의문과, MZ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이 저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정말 최선을 다해서 해도 안 되는 걸 어떡해.
어차피 노력해도 이번 생은 망했는 걸로 귀결되는 현실 앞에서.
그럼 나 하고 싶은 거라도 하고 살아야 덜 억울할 거 아냐?
우리도 미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라고. 그 잘난 니들이 만들어 놓은 이 최악의 현실 앞에서.
그렇게 이미 세상의 대부분은 판이 짜여있고,
그 판에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보다 훨씬 능력 있는 이들이 이미 주름잡고 있는
그 현실 앞에서,
MZ들은 그럼에도 나는 당당하다고. 나는 특별하다고. 그거라도 해야지 숨 쉴 수 있는 것 아닐까.
얼마 전 너튜브 영상에서 요즘 젊은이를 묘사했다는 주현영 기자라는 콘셉트로 연기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내 눈에는 그게 참 MZ 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당하게 시작하지만, 업계 베테랑 안영미 아나운서의 질문 한방에 와르르 무너지는.
늘 당당한 듯 자신을 뽐내야 하지만, 내면은 한없이 약한 MZ들.
그래서 Mㅓ든 지 Zㅏ~알 하려고 하는 것들이,
M든지 Z랄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나도 마찬가지지만, 겉으로는 인별그램에 매일이 톡톡 튀고, 매일이 행복한 듯 나를 내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늘 불안하고, 늘 흔들리는 나 자신을 마주한다.
그러면서도 주변 누군가처럼, 그래 그 아인이 형처럼, 언젠가 나이가 들고, 세월이 가면.
묵직한 나만의 자신감으로 가득 차,
그 짜인 판에서 나도 당당하게 세상을 마주할 수 있을 날이 올 것이라 꿈꾼다.
그렇게 이 악물고 이렇게나 살기 벅찬 힘든 현실을 버틴다.
나는 붉은 머리 그녀를 통해, 그래 그 당당함을 갖추고 너무도 쾌활하게 세상을 상대하고 있는 그녀를 통해 내가 가야 할 길, 그리고 MZ가 나아가야 할 길을 한방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대학 1년 차, 결국 캐나다 유학생활을 포기하고
한국에서 정착하기로 결심한, 그리고 그 이후 동안 오직 정해진 길만 따라 사는 그들의 삶을 따르려 노력하며, 그 길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당장이라도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맹신하며 살아가는 그들과 함께 어울려 살기 위해 노력했던 나날들.
하지만 결코 성공하지 못해 한숨으로만 남은 순간들.
결국 강한 물살에 떠내려온 뗏목 조각처럼 지쳐 떠밀려오다 리프레시를 위해 선택한 여행지가 어린 시절 그렇게 떠나고만 싶었던 캐나다라는 역설.
그렇게 다시 돌아온 캐나다에서
정해진 길이 아니어도 충분히 멋지게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당당하고 자유롭게 사는 것을 엿 본 아이러니까지.
"완벽하네…"
어느샌가 나는 혼잣말로 속삭이고 있었다.
학창 시절 열심히 공부하고, 직장 구하고, 결혼하고, 나의 아이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그렇게 소위 한 명의 인간으로서 이미 정해진 삶을 그대로 살아가는 이들도 있겠지.
그들에 비해 잘난 의대를 다니다 때려치우고 군대에 가고, 항공사를 잘 다니다 때려치우고 샌드위치 가게에 취업하고,
그마저도 때려치우고 나와 이렇게 떠도는 나 같은 사람은,
긴 인생에서 언제나 적응하지 못하고 안정감을 못 찾고 지금처럼 계속 떠돌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내가 아무것도 아닌 건 아냐.
저 붉은 머리 여성의 저 당당한 자유로움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듯이.
‘아인이 형이 아까 말한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는 말이.. 이런 걸까..?’
무슨 생각이었을까?
갑자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Heyyyy~whats up?”
난 돌연 일어나 붉은 머리 웨이트리스에게 다가가 눈짓을 보내고 먼저 말을 건넸다.
그러곤 자연스레 아주 진한 진토닉을 한잔 주문했고 붉은 머리 그녀와 파란 하늘과 더 새파란 물결을 배경으로 페리 위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그녀와 이야기하는 동안 어린 시절부터 내 마음속 끝없이 나를 흔들어왔던 그 불안이 잔잔히, 더 잠잠히 고요해짐을 느꼈다.
깨달음은 한순간에 오는 것이라 누군가 그랬던가.
‘예전에 아인이 형이 선물해 준 책에 한 곡의 노래가.. 한 번의 웃음이.. 한 개의 별이었나? 모 그런 한순간의 깨달음을 표현한 게 있었는데.. 뭐였더라.. 기억이 안 나네.. 나중에 따로 물어봐야겠다.’
그렇게 그녀와의 대화 시간은 눈치 없게도 순식간에 흘러 그녀의 세 개비째 담뱃대가 거의 다 탔을 무렵, 페리가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녀가 전해준 많은 생각들이 김대리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우리 세대에 당연한 의식처럼 우리는 서로의 인별그램 계정을 아무렇지 않게 공유했고, 또 보자는 쿨한 인사로 대화를 마쳤다.
선착장에 발을 막 디딘 김대리의 인별그램에 DM 알림이 뜬다. 그녀가 보낸 메시지.
Inbyulgram 오후 16:01
#WT_fuckKK : 나는 누군가에게 나를 증명하려고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I believe I don’t really need to prove anything to anybody.)
Inbyulgram 오후 16:02
#WT_fuckKK : 그리고 네가 옳다는 걸 알면 맞서 싸울 때에도 두려워할 필요 없지.
(and If you know you're right, there's no need to be afraid when fighting.)
김대리는 잊어버린 것이라도 있는 양 급하게 고개를 돌려 페리를 쫓는다. 온 길을 되돌아갈 출항을 시작한 페리가 보인다. 그리고 그 위 양팔을 번쩍 들어 태양만큼 환한 웃음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의 붉은 머리 너머 파란 하늘 위로 하얀 담배 연기가 올라간다.
시리도록 차가운 대서양의 파란 바닷바람이 김대리의 볼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그를 위로라도 하겠다는 듯이.
<번외 편/ Mㅓ든 지 Zㅣ랄하는 세대XP@빨양c>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