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 Zl옥은 zl금 비어있대 왜냐하면..

여기가 지옥이라.

by 빨양c


#이것은 소설 (Ep11 중 9번째 이야기)
#제 브런치 북 [어떻게회사까지사랑하겠어] 보고 오면 더 좋아요! 연결되는 유니버스? ;)

*Ep9 요약:
#캐나다 핼리팩스 옆 다트머스
#주 과장의 퇴사 후 이야기 살짝 ;)
#카페사장 최준 니곡내곡!
#김대리가 생각한 그 회사


어젯밤 국내선 항공기를 타고 몬트리올에서 다트머스로 왔다. 캐나다 동부 노바스코샤 주 핼리팩스 건너편 조용한 마을이다. 오늘 하루 이곳에서 머물고 내일 핼리팩스로 넘어갈 생각이다. 가면 옛 친구를 볼 수 있다니.

물론 설레거나 그런 감정은 없다. 나이 든다는 건 그런 것 같다. 생각보다 세상일이 재미없어지고, 생각보다 설레는 감정이 빠르게 사라지는.


호텔 룸서비스로 간단한 저녁식사를 주문했다. 전염병 상황이 점점 악화되는지 호텔 식당에서 식사가 금지되었다고 한다. 백신이 나온다는 뉴스가 있긴 하던데. 얼른 나와야지 이건 뭐.

만물의 영장이라던 인간은 전염병 앞에 한없이 무너지고 있다. 지구의 역습 뭐 이런 건가? 그동안 지구한테 너무 무례하긴 했지.


저녁식사를 하며 어김없이 너튜브를 켠다.

‘혼밥엔 너튜브지.’

언젠가부터 친구보다 가족보다 너튜브랑 같이 마주 보며 밥 먹는 일이 더 익숙해진 세상.

세상사 어두운 일 투성이니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영상 위주로 찾아본다. 그리고 너튜브의 무시무시한 알고리즘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알아서 취향에 딱 맞는 영상들을 대령해낸다.

'신기하단 말이지..'

그렇게 눈에 띤 영상 하나.

니곡내곡?

최준이라는 한국 개그맨인가 본데, 유명한 가수들과 콜라보로 노래를 같이 부르는 영상이 추천에 떠서

댓글 내려보다 그만 빵 터졌다.

다비치: 음색이 미쳤네.

최준: 새끼 미쳤네.

정말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특별한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을 MZ로 묶어서 이해 못 하겠다고 내던져놓기 일쑤라니..


식사를 마치고 너튜브 다음은 역시 인별그램이다.

나의 캐나다 여행일지를 쭉 올려놓으니 그래도 아는 사람들이 댓글을 좀 달아준다.

'그래요. 나 죽지 않고 여기 있다고요. 저 좀 봐주세요!!'

나도 그렇고 많은 이들이 1분 남짓 걸리는 영상과 사진 속에서 인별그램에서 소리치고 있다.


‘어? 아인이 형 캐나다?’

무심코 내리는 스크롤에 아인이 형 얼굴이 튀어나오더니 배경으로 며칠 전 내가 거쳐간 CN타워의 모습이 보인다.

"오오오오. 바로 DM각이지 이건"


DM을 보낸다.


"형 캐나다요? 왜 자꾸 나 따라다녀요 한국 샌드위치 가게에서도 만나더니!!"


잠시 후 오는 답장.

‘근데 아인이 형이 인별그램도 했던가? SNS는 시간낭비 인생낭비라고 했던 기억이 있는데.. 흠’


"야야 뭔 소리야. 너도 캐나다?"


"네 저 여기 핼리팩스. 형 그때 유학했다던 거기 맞죠? 친구 결혼식 있어서 왔어요 ㅋㅋㅋ"


"어? 정말? 나도 내일 핼리팩스 공항 갈 건데. ㅎㅎ 야야 이런 소설 같은 우연이 있다고?"


"이 정도면 형이 나 따라다니는 거 아녀요? ㅋㅋㅋ그래도 타지에서 보니 새삼 반갑네요. 우리 만나야죠!!!" 나답게 당연히 만나자 했다. 어쨌든 아인이 형은 날 밝은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을 테니~

그 기대를 잘도 충족시키겠다는 듯 나는 캐나다에 온 진짜 이유를 숨긴 채 최대한 밝게 만남을 제안했다.


"그래~어차피 내일 거기 가니까. 거기 핼리팩스 선착장인가? 오랜만이라 기억이 잘 안 나긴 하는데, 그 페리 타는 선착장에 티미(팀 홀튼 카페) 있어. 거기서 보자. 가서 DM 하겠음~"


"예쓰예쓰. 근데 형 회사는 어쩌고? 그때 샌드위치 가게에서 봤을 때 때려치운다더니 레알?"


"흠흠. 그건 만나서 얘기해줄게. 너야말로 그 샌드위치 가게 취업하겠다느니 난리를 치더니 여기 와있어? 모.. 전 여친의 결혼식 그런 거냐? 여기까지 올 정도면.. 크크"


"흠흠. 그건 비밀! 내일 만나요~~ 바이"

급 대화를 마무리했다.


'아인이 형을 여기서 다 볼 줄 몰랐네.'


아인이 형은 내가 샌드위치 가게에서 근무하기 전, 유일한 회사다운 회사에서 근무했던 때 알게 된 형이었다. 아 직장상사였지. 주 과장님!

근데 내가 퇴사하면서 제발 형 동생으로 부르자 했다. 고지식한 사람 같으니. 끝까지 자기를 주 과장님으로 부르길, 나를 김 대리라고 부르려고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외국계 항공사에서 근무했었다. 공항, 항공사 이런 거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영어를 잘하는 사람에게 항공사라는 직장은 그나마 한국에서 대학 졸업장이 없는 나에게도 채용의 문을 허락해주었다. 비록 고졸이지만, 네이티브 영어실력 하나로 입사했다. 그리고 동기이자 같은 팀에 사 대리라고 뱀 같은 사람이 있었다. 원수 같은 사 대리. Zㅣ옥같은 사 대리. 난 그녀가 싫었다.

전형적인 무능력에 일까지 미루는 타입. 나는 그래도 월급 받은 만큼은 일한다는 마인드라도 있는데 그 사람은 '나는 니 일은 물론이요, 내 일도 할 줄 모르니 난 모르겠소~ 그래도 월급은 다오.'

어느 직장에나 돌아이는 있다.

물론 나도 그 또라이중 하나였을 거 같긴 하지만. 문득 아인이 형이 나를 감싸며 난처해하던 얼굴이 떠오른다. 난 그 얼굴 보는 게 참 재밌었다. 좀 짓궂었나?


아! 그러고보니 한번 아인이 형한테 화?를 낸 적이 있었다.

저한테는 아침 출근할 때 인사 좀 하지 마세요. 주 과장님

아침 출근길이었고, 그날은 공무원이자 세상을 떠난 이 주사의 기일이었다.

그래서 기분이 안 좋았던 걸까.

어김없이 평소처럼 굳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에 들어서는 나를 향해 밝게 인사해주는 아인이 형. 나는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이 주사의 생전 모습과 겹쳐 보였단 것 같다. 답답하리만큼 바보 같은 성실함.

그리고 그 생각은 나를 다시 그 트라우마.

"나 때문에 죽은 건 아닌가?"에 가둬버렸고,

결국 내 무의식은 아무렇지 않게 아인이 형 앞으로 걸어 가 새삼 딱딱한 존댓말로 두 번 다시 나한테 그런 인사 좀 그만하라 정색했다.

서로 돈 받고 맺어진 관계일 뿐인데 서로 에너지 낭비하지 말자고. 받은 만큼 일하고 그 정도만 해야 서로 부담 없는 거 아니냐고 따지듯 말했다.


평소 그래도 날 챙겨주려 했던 아인이 형이었지만, 부하직원의 그 무례한 말 앞에 얼굴에 펼쳐진 당황과 분노.

'물론.. 아인이 형은 이 주사의 이야기는 모르니까..'

그냥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책임감을 양 어깨에 둘둘 올려놓고 본인은 숨도 못 쉴 것처럼 살고 있으면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남에게 무조건적인 친절부터 내뿜는 잘 학습된 로봇 같은 모습이, 그날의 악몽처럼 핏빛 되어 하늘에서 땅으로 직선으로 바스러져 내릴까 봐 그날 아침은 겁이 났다.

그래서 가까워지지 않으려고 더 애써 선긋기를 하려고 했던 기억. 착한 아인이 형 덕에 그 이후에도 달라진 건 없었지만.

그래도 그땐 그랬다. 그리고 어쩔 수 없었다.


그 회사 생각이 났으니 쪼금 더 썰을 풀어볼까?

음.. 나름 많은 일을 경험당했는데(?), 대부분은 좋은 기억은 아니다. 당연한 건가 흐음?

나는 MZ세대라며 조직 내 그들과 다르다는 인식을 이미 깔아놓고 사람을 대하는데,

도저히 적응할 방법도 모르겠고 맞춰가기도 싫었다.

예를 들면, 점심메뉴 고르기.

"점심 먹을래? 막내니까 네가 골라봐"

선심 쓰듯 묻지만,

그래서 내가 먹고 싶은 메뉴 3-4가지를 별점과 리뷰와 웨이팅 시간, 가까운 거리인지 등등 나름 막내로서, 그래 그 잘난 막내로서 열심히 초록창에 검색해서 순식간에 팀에 내던지면,

망할 설 팀장은

"난 그거 싫어. 그냥 비빔밥 먹지."

Mㅓ라는 거냐 Zl옥같은게 정말.


그런 식으로 꼰대들의 머릿속에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우리 선량한 막내둥이들은 망할 답을 찾아 알아서 맞춰야 . 아무리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는 그 망할 머릿속 답을.


‘거기서 끝이면 다행이게?’

그렇게 비빔밥 집 멍하니 앉아 먹다가 배추김치를 먹고 싶어서,

겉에 마른 부분 말고 촉촉한 고춧가루가 묻어있는 안쪽 김치를 빼먹으려 했더니

바로 떨어지는 불호령 같은 설 팀장의 한마디.

"야 그건 반칙이지. 위에서부터 먹어야지. 그렇게 안쪽만 쏙 빼먹는 꼭 너 같은 것들이 문제야"


‘이건 또 뭔 ㄱ같은 소리지 진짜..?’

Mㅓ라는 거지 진짜. Zl옥같다.


이해되는가? 아니, 안쪽 김치를 먼저 먹으면 그렇게 욕을 먹을 일인가?

심지어 그 점심자리에는 거래처 부장님도 함께였다.

내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활활 타오르자, 오히려 그 부장님이 민망했는지 나를 위로해주더라.


이게 그 유명한 설 팀장의 김치 막말 사건이다.

‘아오..김치 싸다구라도 날려주고 나왔어야 했는데!’


‘설 팀장만 문제였으면 다행이었게?’

궁극의 빌런 변 회장은 출근할 때마다 항상 우리 팀을 향해

“왜 그렇게 다들 기운이 없나? 웃으면서 일하자고 하하하” 하더니 지 방으로 쏙 숨는다.

저 문이 자기를 지켜줄 철갑 문이라도 된다 생각하나? 그리고 이어지는 생각,

‘일터에서 웃으며 일하라니.. 미쳤습니까 휴먼?’ 문을 발로 걷어차고 뭐라도 부셔주고 싶다.


그 외에도 정말 수많은 그 잘난 "동료"들로부터 셀 수 없이 많은-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인생 경험"을 당했다.

그 잘난 꼰대들이 늘 자랑스럽게 말하는 그 인생 경험. 지옥이 따로 없었다.

아 누가 그러더라.


지옥은 지금 비어있다고.

왜냐고?

바로 여기가 지옥이거든.


그러다 지금도 진행 중인 이 전염병이 한국에까지 퍼지게 되었고, 항공사인 그 회사는 직격탄을 맞게 되며 희망퇴직이라는 아주 따뜻한 말로 포장된 차가운 칼날로 직원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도 더 다니려면 다닐 수야 있었겠지만, 난 정부의 전염병 대처 지침을 따르지 않고 직원들의 생명과 안위를 담보로 돈에 미쳐 회사를 운영하는 변 회장의 개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전염병을 처절하게 막아내건 이 주사의 영향도 있었겠지..

희망퇴직..

1년 월급에 실업급여까지 얹어준다길래, 이게 웬 떡? 그날로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회사도 기다렸다는 듯 나를 잘라주셨다. 친절하게도,

물론 아인이 형만은 날 말렸지만,

글쎄. 결국 돈과 돈으로 처음 만나 시작된 관계의 끝에 그런 끈끈함? 그런 있을 리가 있나?

"저도 제 살 길 찾아야죠 아인이 형"으로 끝을 고했다. 물론 퇴사일 엘리베이터에서 제발 다음에 보면 형 동생 반말로 하자는 말도 센스 있게 덧붙여주었지. 고지식한 사람 같으니.


‘그래도 많은 경험하긴 했네 거기서. 시간 참 빨라.’


저 멀리 핼리팩스로 출발하려는 페리가 보인다.

전염병 탓일까 아니면 밤이어서 그럴까.

선상에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페리는 출발한다.


내일 오랜만에 아인이 형도 보고, 저 페리도 한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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