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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넘어 아르바이트를 하며 배운 것들

32살, 어쩌다 아르바이트생 EP.010

by 욱노트

정규직 퇴사를 하고 무료한 백수 기간을 극복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3개월이 되어간다. 이십 대 초반에 했던 아르바이트를 30대가 넘어 다시 하게 되니 감회가 또 달랐고 느끼는 것도 많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나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 조금은 거창해 보일 순 있겠으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를 재정립할 수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조금은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간단하게 느낀 것들을 복기하고 회고해보고자 한다.


돈 버는 일은 귀찮고 스트레스받고 힘들다 편할 수 없다. 사무직으로 일할 때에는 그냥 다 필요 없고 마음 편하게 아르바이트나 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는데. 막상 해보니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월급직에 비해 시간당 일하는 업무의 밀도가 꽤나 높았다. 나와 같이 서서 일하는 업무의 경우에는 체력 소모도 엄청나다. (평균 기본 15,000-18,000보를 걷는다) 이 일을 3~5년 한 동료들을 보면 정말 대단해 보였다. 얼마를 벌든, 어떤 일을 하든 본인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행하는 노동은 그 자체로 값지고 귀한 것임을 느꼈다.


무료하고 때론 고통스럽기까지 한 이 삶을, 그래도 버티게 하는 나만의 소확행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정규직으로 일할 때에는 인생에서 재밌는 게 참 없었다. 그냥 일-집이 전부였다. 집돌이 성향이 강해 딱히 취미랄 것도 없었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에너지 소모라고 생각돼서 약속도 잘 잡지 않았다. 그러니 인생이 공허하고 재미없고 무료했겠지. 남과 인생을 비교하고 내 인생을 한탄하며 고통속에 순간순간을 충분히 잘 느끼고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퇴사를 하고 나만의 시간이 많아지고 또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래도 힘들고 불안하지만 지금을 충분히 누리고 즐기려고 했던 것 같다. 열심히 일하고 먹는 점심, 퇴근하고 잠깐 들러서 산 맥주, 휴일의 자유로움 등 사소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느끼며 순간순간을 기억하고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꼈다. 그래서 참 행복한 기억들이 많다.


인생은, 삶은 참 단순하다. 그냥 내 마음먹기에 달렸다. 이것을 퇴사 후에 했던 방황과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삶은 디폴트가 고통이다. 그 고통을 상쇄할 수 있는 본인만의 행복 장치들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 나의 일상에 심어 놓는 것이 삶을 보다 잘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포인트같다.

그래서 지금은 누군가 나에게 현재 삶에 만족하냐고 묻는다면, "음 한 10% 정도 부족하고 떄로는 불안하지만, 나름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백프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은 없다고 본다. 그래도 과거와 비교해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지금이, 순간순간의 행복과 즐거움을 느끼며 나의 인생을 잘 버티며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요즘이 너무나 좋다.




32살, 어쩌다 아르바이트생의 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제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지금까지 많이 부족한 그러나 진솔한 제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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