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말

by 남정은



'뱀이 살아요.'

이 팻말을 보기 전까지는

모도록이 난 풀이 지루해보였다.

하지만 팻말이 발쇠를 놓고 나서는

풀밭 위로 실바람만 스쳐도

뱀이 스르륵 지나가는 것 같았다.

어디 있을까?

눈에 힘을 주고 짙푸른 틈새를 톺아보았지만

결국 집주인을 만나지 못했다.

쌩 지나갈 법한 심심한 풀밭을

도근거리는 숨바꼭질 장소로 만든 팻말이 참 귀엽다.

'접근 금지'라거나 '들어가지 마시오' 같은 경고문은

을러방망이를 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움츠러드는데

이 팻말은 나긋나긋해서 더 뱀뱀이를 지키고 싶어진다.

앞으로 누군가 내 마음을 섣불리 헤집어 놓으려 하면

조용히 한 마디 해야겠다.


"뱀이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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