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이렇게 뒤통수를 치나??
50을 마주하기 전 인생에서 뭔가 새롭게 해 보려고 했더니 난데없이 유방암이 찾아와 모든 걸 헝클어버리네. 머리가 터질 만큼, 눈알이 빠질 만큼 심하게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았다.
특별히 즐거운 것도 없고, 행복한 것도, 불행한 것도 뭔지 모르게 그저 무미건조한 삶이었지만,
그렇다고 이런 이벤트까지 원한 건 아니었는데..
의도치 않게 2018년 7월. 유방암이 길을 막고, 발목을 확 잡아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무거웠던 몸에 무게를 가늠할 수 없는 큼직한 돌덩이가 ‘툭’ 하고 떨어졌다.
착하게는 못 살아도 나쁘게는 살지 않았는데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나에게 이런 일이..
똥 누는 아이 주저앉히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정말 어이가 없다.
차라리 똥이라면 감지덕지지. 암이라지 않는가? 암, 암, 암...
삶을 죽음으로 내몬다는 그 암 말이다.
그렇게 찾아온 유방암은 내 삶 전체를 흔들면서 암흑의 저 밑바닥까지 냅다 내팽개쳐버렸다.
나와 연결됐던 모든 것들로부터 단절시켜버렸다.
마치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라디오 부스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있는 것처럼,
아무와도 접촉할 수 없게 내 몸을 비닐로 꽁꽁 싸맨 것처럼 갇혀버렸다.
죽음보다 더한 건 외로움이었다. 일상을 일상처럼 살 수 없는 외로움,
오직 내 몸 하나만 챙기면 된다는 주변의 시선들이 고맙기는커녕 더 큰 외로움으로 다가왔다.
사회와 단절되고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시간들.
그저 동물처럼 생존에만 신경을 써야 하는 그 삶은 시간이 가면서 죽음의 공포보다 더 크게 다가왔다.
철저히 혼자다. 혼자서 외로움이라는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가야 했다.
그 어둠의 터널에서 한동안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치료를 하면서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걸 경험을 해야 했고, 힘들었던 시간도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은, 생존을 위한 그 시간들은 그냥 지나갔던 시간이 아니었다.
주변의 것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오직 나 자신에 집중하고, 오직 나만을 감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 시간은 온전히 나만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근 1여 년의 시간이 지나고 보니..
어쩌지도 못했던 마음은 안정되어갔고, 제자리를 찾았다. 사실 제자리는 아니다.
무섭도록 몰아쳤던 유방암이라는 태풍은 나를 이전과는 다른 궤도로 이동시켰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뜨뜻미지근한 삶을 살지 않는다.
아니, 그렇게 삶을 허비할 시간이 없다.
그 어느 때보다 나 자신을 믿으면서 삶의 기쁨을 느끼며 살게 됐다.
세상에 두려울 것도 없어졌다. 항암도 견뎠는데 못 할 게 뭐가 있을까?
‘나 유방암 걸린 여자야~~ 왜 이래.. 덤빌 테면 덤벼봐..’
요즘 나의 모토가 됐다.
유방암 덕분에 나는 새로운 모습을 찾았고, 스스로 생각해도 내 삶은 그 어느 때보다 멋있어졌다.
이제 와서 알게 됐다. 유방암은 내 발목 잡은 게 아니라 이대로는 안 되니 잠시 멈추고,
좀 더 다르게 살아보라고 방향을 틀어준 것이라는 걸..
내 삶에서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유방암이라는 회오리바람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궤도에 나를 옮겨놓았다.
그래.. 신이 있다면.. 지금껏 그저 그렇게 살아온 나를 가엾게 여겨
‘옛다, 내가 다른 길 하나 알려준다’ 하면서.. 또 다른 기회를 던져 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