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의 마취는 언제 풀리는 거예요?"
수술 이틀 째 몸이 조금 회복되자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
마취가 풀리지 않았는데 어떻게 아픈 걸 알 수 있을까?
어떻게 불에 덴 것처럼 쓰라림을 느낄 수 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없는 질문이지만
하루아침에 바뀌어버린 내 감각에 미처 적응하지 못했다.
그랬다.
마치 엷디 엷은 살갗을 사포로 마구 문지르는 것 같은 아픔이 있지만,
살짝 얹은 내 손의 닿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마치 치과 치료받은 뒤 마취가 덜 풀린 입술 같았다.
내 피부지만 내 것 같지 않으면서도 아픔만 지독하다.
가슴은 마취가 덜 깬 게 아니라
전절제하면서 자잘한 신경이 다 잘려나갔기 때문이다.
그래 신경이 없으면 감각도 없어지는 거지..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사실을 비로소 체험하고 깨닫게 됐다.
그런데, 가슴에도 신경이 꽤 많이 있었구나!
유방과 유두는 물론, 쇄골 아래 지방, 겨드랑이 림프절...
암세포가 있을만한 조직과 지방은 죄다 사라졌다.
표면에 있는 자잘한 신경도 거의 잘려나갔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할 걸.
수술하지 않고 해결하는 방법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했던 게 아닐까?
내 유방을 둘러싸고 있는 피부는 마치 플라스틱 같아졌고,
쇄골 아래는 손바닥 두께만큼 푹 꺼져 흉물스럽다.
겨드랑이 림프절이 잘린 팔은 수술직 후 전혀 움직일 수가 없고,
심하게 당기는 것이 조금만 힘을 주면 몸속에 있는 근육이 ‘퉁’하며 끊어질 것 같다.
아. 이런 거구나. 유방 상실감이라는 게...
단순히 둥그렇고, 봉긋하게 솟아난 것만 없어지는 게 아니구나.
가슴에 수술 자국만 남는 게 아니었구나.
이전과 많이 달라진 내 모습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다.
수술로 한 팔을 잃은 사람의 심정이 이런 걸까?
죽음의 절박함과는 또 다른 감정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제 이런 꼴로 평생 살아야 하나?
그나마 수술할 수 있는 게 다행이라고 위안을 해야 하나?
하루아침에 모든 게 달라졌다.
그 누군가에겐 그저 평범한 하루지만 나에겐 전혀 다른 시간이 돼 버렸다.
‘부드럽고 따스한 가슴’은 사라졌다.
나에게 가슴은 더 이상 포근한 이미지가 아니다.
만져지는 건 로봇처럼 딱딱하고, 차디찬 가슴뿐이다.
누군가 가슴을 부드럽고, 포근하다고 얘길 한다면...
편견이라고, 차별이라고 항의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