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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취향이 뾰족해지는 순간

AI에게 배운 향의 언어, 그리고 나의 감각

by Beca

요즘 주변을 보면 자신의 취향을 정확히 알고 있는 친구들이 많아요.
“나는 이런 향이 어울려”, “이 브랜드 향이 진짜 좋아” 하면서 브랜드 이름까지 척척 말하죠. 그런데 저는 그런 쪽에 유난히 둔한 편이라, 정작 뭘 좋아하는지도 잘 몰랐어요. 그렇다고 향 관련 공부를 따로 하기도 귀찮고, 그냥 자연스럽게 나에게 어울리는 걸 알고 싶었어요. 그러다 문득, GPT를 이용하면 내 취향을 객관적으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 전 바디워시와 샴푸를 새로 바꿨어요.
주변에서 머스크 향이 좋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저도 전부 머스크 향으로 통일했죠. 그런데 막상 써보니 제게는 너무 묵직하고 답답한 느낌이었어요. 용량도 큰 제품이라 버리기도 애매했고요. 그러다 결국 GPT에게 물어봤어요. “나한테 맞는 향은 뭐야?”

GPT는 처음에 향수 매장에서 하는 ‘취향 테스트’처럼 묻더라고요. “스파이시한 향이 좋아요?”, “숲속 향?”, “달콤한 향?” 이런 식으로요. 처음엔 ‘그냥 흔한 테스트네’ 싶었어요. 사실 이런 단어들만으로는 감이 잘 안 오잖아요.하지만 진짜 흥미로웠던 건 그다음이었어요.



제가 구체적으로 “이 브랜드 핸드크림이 좋았다”거나 “이 제품의 향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더니, GPT가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을 해주는 거예요.
“당신은 머스크 단독향은 선호하지 않지만, 머스크가 베이스로 깔리고 다른 향이 함께 섞일 때 부드럽게 느끼는 편이에요.”라던가 "진하거나 달달한 향을 싫어하는 편이에요"라고 말해 주는데 그제서야 제가 왜 특정향을 싫어하는지 알겠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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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제 취향을 조금씩 알아가다 보니, 물건을 고를 때 실패 확률이 눈에 띄게 줄었어요.
요즘 제품 설명 보면 “포근한 향”, “코튼 향”, “보송보송한 향” 같은 표현이 많잖아요.말로는 알겠는데, 정작 어떤 냄새인지는 상상하기 어렵죠. 또 기대했던 향과 전혀 다른 경우도 종종 있고요. 이제는 성분표만 봐도 어느 정도 감이 와요. “이 향료가 들어있으니까 나는 별로일 것 같아”, “이건 플로럴 계열이라 괜찮겠다” 이런 식으로요. 향수도 마찬가지예요. 특히 저는 향수 선택하는걸 좀 어려워했었거든요. 특히나 향수는 처음 맡을땐 좋았는데 몇 시간 후엔 "이런 느낌 아니였는데?" 싶을때가 있어서 더 어려웠던거 같아요.

이젠 제가 좋아하는 향료를 정확히 알게 되니까,이제는 향수 성분만 봐도 대략적인 향의 흐름이 예상돼요.“이건 내가 싫어하는 계열이 들어있네”, “이건 부드러운 베이스라 괜찮겠다” 라고요.


결국 이건 단순히 ‘좋은 향을 고르는 법’이 아니라, 내 감각을 언어로 정리해 나가는 과정’ 이라고 생각해요.그전까지만해도 맡으면 '어 이건 좋네.. 왜 좋지?', '이건 좀.. 내스타일이 아닌데 왜지?' 싶었거든요. 근데 GPT가 '너는 바닐라 코코넛 처럼 끈쩍하고 따뜻한 단내가 아니고 샤프한, 가벼운 단내를 좋아하는거야' 라고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데, 이게 제 감각이나 취향에 맞는 단어들을 하나 둘 찾고, 바꿔 나가는 일이라고 할수 있겠더라고요. 이 과정이 단순히 향에 대한 설명을 찾는 과정이지만, 제 스스로의 조각을 찾아 나는 과정이라 값졌던 시간이였어요. 이 과정 속에서 평소에는 안쓰는 형용사나 그런 표현들도 사용 하니 세상을 바라보는 언어도 조금씩 달라지는걸 느겼어요.


그래서 저는 이 경험이 단순한 취향 찾기가 아니라, 감각과 언어를 통해 나 자신을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여러분도 혹시 “나는 무슨 향이 어울리지?” 궁금하다면, GPT에게 한 번 물어보세요. 생각보다 놀라운 답이 돌아올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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