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재계약 앞에서 처음 알게 된 것
어른이 된다는 건 단순히 나이를 먹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 일에 책임을 지고, 조금씩 독립해 나가는 과정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몇 년 전, 한 친구가 전세로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때 저는 속으로 ‘와, 저런 상황을 어떻게 감당하지? 진짜 어른 같다.’ 라고 생각했고, 그때의 저는 그런 문제를 아직 먼 이야기처럼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 완전히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금전과 관련된 문제를 직접 겪게 되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아졌고, 머릿속도 복잡해졌어요.
특히 이런 문제들은 누가 정확히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고, 사람마다 상황이 다 다르고, 게다가 집주인과 세입자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얽혀 있어서, 딱 맞는 답을 구하기가 더 어려운 것 같았어요.
현재 저는 2년 동안 월세로 살았고, 이제 계약 연장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었어요. 원래는 별다른 연락이 없으면 자동으로 연장되는, 이른바 ‘묵시적 갱신’이 라는 걸 알고 있어서, 그렇게 진행하려고 했었는데요. 그런데 최근 부동산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연장할 건지 여부를 묻더니, 다음 날 바로 집주인에게서 월세를 인상하겠다는 연락이 왔어요. 인상 자체는 이해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집주인이 요구한 인상률은 15%였고, 그건 제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지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막상 주변을 둘러보니 조언을 구할 사람이 많지 않더라고요. 자취를 하는 친구들도 많지 않았고, 있더라도 대부분 묵시적 갱신을 하거나, 집주인이 요구하는 대로 그냥 받아들였다고 했어요. 저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어서, 검색을 하다가 GPT에게 처음으로 물어보게 됐어요.
GPT는 생각보다 명확하게 정리된 정보를 알려줬어요. 법적으로 월세 인상은 최대 5%까지만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세입자에게는 ‘계약갱신요구권’이라는 권리가 있다는 점을 설명해줬어요. 그 권리를 행사하면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고요. 그 말을 듣고 나서,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았어요. 지금도 월세 재계약은 협의 중이고, 집주인과의 소통이 쉽지만은 않아서 여전히 애를 먹고 있긴 해요.
그래도 문득 드는 생각이 예전 같았으면 ‘그냥 다른 데로 갈까?’, ‘아예 본가로 돌아갈까?’ 같은 생각만 하다가 아무 시도도 못 했을 것 같아요.
GPT가 “이런 정보가 있고,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하면 도움이 될 거예요”, “이건 당신의 권리이니 제대로 말하는 게 맞아요”라고 정리해주니까,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흔들리지는 않게 되더라고요.
물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걱정은 꼬리를 물어요.
만약 집주인이 5%를 초과해서 계속 요구하면 어떻게 하지, 계속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같은 쓸데없는 상상도 떠오르고요.
그럴 때마다 또 GPT에게 상황을 정리해서 이야기하고, 가능한 선택지들을 하나씩 확인하고 있어요.
심지어 집주인이 갑자기 월세를 전세로 바꾸겠다고 통보했을 때도, GPT는 그건 가능한 방식이 아니라며 차분하게 설명해줬어요. 그 순간에는 법률 전문가라기보다는, 옆에서 멘탈을 잡아주는 코치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덜 떨리고, 조금 더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GPT가 결정을 대신해주지는 않아요. 하지만 내가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상황을 정리해주고,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고 느꼈던 불안을 조금 나눠 들어주는 역할은 해주고 있어요. 아마 이런 과정을 하나하나 겪으면서, 저도 조금씩 어른다운 어른이 되어가는 중인 것 같아요. 어른이 된다는 건 겁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겁이 있어도 확인하고, 알아보고, 말할 수 있게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