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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영 Oct 18. 2020

위계 조직 VS 역할 조직, 내게 어울리는 조직은?

피플 매니저의 성장일기 (with. book)

누군가 나를 이끌어주는 것이 익숙했던 지난날. 새로운 업무를 스스로 찾아서 하기보다는 주어진 업무를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HR을 처음 접했던 A 회사에서는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IT 업계로 이직한 순간부터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 되었다. A 회사에서 해왔던 일과 비슷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조직문화 업무를 처음 접해본 나로선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매번 실수 투성이인 나에게 스스로 화가 났고, 그 화는 결국 번아웃으로 터져 버렸다.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무기력해지기만 했다. 나를 이끌어주지 못하는 팀 리드를 무능력한 리드라고 생각하고, 조직에 대한 불만도 점점 쌓여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번의 이직 끝에 지금의 회사를 만났다. 이 곳은 첫 만남부터 남달랐다. 대표님의 인터뷰 기사를 보며 '드디어 나와 가치관이 맞는 대표님을 찾았다'라는 생각을 했다. 합류 이후 수습기간 동안 나의 경험을 총동원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수습 종료 후 대표님 피드백 내용은 내 예상과 달랐다. 많은 부분 기여한 것은 인정하나, 조직문화 측면에서 기대했던 부분은 많이 보여주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순간 엄청 당황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의 수습기간은 충분히 그런 피드백을 들을 만했다. (이전 글에서 말했듯 나는 실패를 두려워하고 부정적인 피드백 앞에서 쉽게 무너졌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들만 우선적으로 했다.) 피드백 미팅 이후 조금씩 방향을 찾아가는 듯했으나,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스스로 의문을 가질 때쯤 대표님께서 내게 책 한 권을 선물해주셨다. 조직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될만한 책이라고 건네주신 책은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이었다.


우리는 팀 플레이어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팀 플레이어에 담긴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왜 No.1이 아니라 팀 플레이어야 하는 거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지 못했다. (이건 뭐, 그냥 그렇다고 하니 그런 줄로만 알고 있는 수준이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도 헤매고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룬 위계 조직과 역할 조직의 개념 설명은 팀 플레이어에 담긴 의도를 알게 해 줌은 물론, 이전 회사에서 나를 이끌어주지 못하는 팀 리드는 무능력한 리드라고 생각하고, 조직에 대한 불만만 키운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자가진단] 일할 때 나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1. 잘리면 안 되니까 열심히 일해야지.

2. 어차피 갈 곳도 없는데 여기서 잘못 보이면 안 되니까 열심히 일해야지.

3. 위에서 시키는 것은 다 해야지. 윗분의 깊은 뜻을 내가 다 어떻게 이해하겠어.

4. 내 성과가 곧 나의 이익이니, 프로로서 책임감 가지고 열심히 일해야지.

5. 내 마음에 안 들면 내 행동을 고치거나, 나와 맞는 다른 팀을 찾아가면 돼.


1~3번에 공감한다면, 당신은 위계 조직에 어울리는 인재일 확률이 크다.
4~5번에 공감한다면, 당신은 역할 조직에 어울리는 인재일 확률이 크다.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는 한국 대기업에서 일하는 애런과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브라이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같은 상황, 다른 행동을 하는 두 주인공을 보면서 위계 조직과 역할 조직의 차이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저자는 각자 결정권을 갖고 각자의 역할에서 전문성을 발휘하여 목표를 이루어 나가는 조직을 역할 조직, 지도자가 모든 결정권을 갖고 아랫사람들이 시키는 일을 일사불란하게 해내는 조직을 위계 조직이라 했다.


한 예로 두 사람의 회사생활을 비교하는 부분이 있다. 위계 조직에 있는 애런은 경쟁의 위협 속에서 잘리지 않고 승진하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위험한 일은 하지 않고, 근면 성실하게 일하며 윗사람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 반면에 역할 조직에 있는 브라이언은 윗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오로지 혁신을 통해 자신의 커리어를 성장시키는데 집중한다.


만약 애런은 역할 조직으로, 브라이언은 위계 조직으로 간다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둘 다 적응하지 못하고 조직에서 최악의 인재로 평가받게 된다. 위계 조직에서 최고로 인정받던 애런은 역할 조직에서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고 소통하거나 질문하지 않는 사람, 창의적으로 최선의 방법을 찾기보다 자신이 잘 아는 영역에 안주하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반대로 역할 조직에서 최고로 인정받던 브라이언은 위계 조직에서 잘난 척하고 독선적이며,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조직문화를 해치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전문성을 갖고 주도적으로 일하는 사람과 시키는 일을 잘하는 사람 중 어떤 사람이 최고의 인재라 할 수 있을까?


위계 조직과 역할 조직의 차이



위계 조직

특징: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직급 기반(대리, 과장, 부장 등), 리더 능력에 따라 조직 퍼포먼스가 좌우됨

인재상: Top-down 방식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업무 수행하는 사람


역할 조직

특징: 각 구성원에 분산된 의사결정, 역할 기반(개발자, 프로덕트 매니저, PO 등), 변화에 빠르게 대처 가능

인재상: 자신의 역할에 책임감을 갖고 자신이 맡은 미션을 수행해나가는 사람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조직에서 팀 플레이어를 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처음에 나는 팀 플레이어에 담긴 의도를 단순히 '협업이 잘 되는, 소통이 잘 되는 인재'정도로만 이해했다. 큰 착각이었다. 이 책을 읽고 유추해본 숨겨진 본질은 '회사에서 받는 보상이 아닌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일해야 하는 이유에 공감하고 실천하는 인재'라는 것이다.


조직 상황에 따라 인재상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떤 인재가 최고의 인재라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시대가 급변하는 만큼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위계 조직도 조금씩 변해야 하고, 근로기준법 역시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처음부터 역할 조직에 딱 맞는 인재는 아니었다. 똑같은 한국 사람이다 보니 위계 조직에 익숙했고, 누군가 나를 이끌어주는 것이 편했다. 지금도 가끔 방향을 잃을 것 같을 때, 무의식적으로 누군가 나에게 방향을 알려주길 기대하곤 한다.


이 책을 읽은 후 가장 많이 변한 것은 나의 마음가짐이다. 이전에는 스타플레이어가 알려주는 길을 따라가는 것이 곧 나의 성장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공부하는 것보다 선배의 가르침에 기대려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확실한 건, 이는 안일한 생각이라는 것이다. 나의 본보기가 될 스타플레이어가 없고 내 경험을 접목할 수 없는 업무만 있을 경우, 나는 또다시 무너질 수밖에 없다.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의지하고 기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 옳은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부터 나는 커리어 성장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책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회사 생활에 무기력함을 느끼거나, 일하는 목적이 단순히 돈 버는 것이라고 생각된다면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를 읽어보길 추천한다. 스스로 동기 부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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