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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rea Jun 30. 2022

생각 버리기

초대

나의 6월은 척박한 사막과도 같았다. 이전에 재미있게 썼던 소설과는 달리 최근에 마무리한 소설은 왠지 모르게 힘들었다. 아마도 기존 내 방식과는 다른 방식이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마침내 소설의 초고를 끝냈지만 한번 가라앉은 마음은 떠오를 줄 몰랐다. 그러면서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 속 주인공처럼 심리적 불안감이 몰려왔다. 정신을 가다듬고 퇴고를 끝냈지만 역시나 회복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걱정은 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나는 어떻게라도 해서 결국 이 구간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달에는 도서관에 한 번도 가지 않고 독서생활을 했다. 보통 도서관에서 책을 먼저 읽고 두고두고 볼 생각이 들면 책을 구입한다. 그렇게 구입한 책이 네 권이고 텀블벅을 포함해 구입한 신간 도서가 세 권이었다. 그런데 구입한 책들을 읽으면서도 매달 써야 하는 서평은 쓰지 않고 있었다. 출판사에서 보낸 책이 들어있는 봉투도 뜯지 않고 그대로 다른 책들 맨 아래에 깔려있었다. 아차 싶어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이번 책은 다른 책들과 달리 기도 방법을 알려주는 지침서라 할 수 있다. 내가 책을 읽기 전과 후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생각할 정도로 토마스 머튼의 <고독 속의 명상>을 아주 감명 깊게 읽었다. 토마스 머튼의 <고독 속의 명상>은 관상 기도가 무엇인지를 잘 설명해준다. 


"침묵과 가난과 고독 속에서 하느님은 전부이시기에 하늘도 나의 기도요, 새들도 나의 기도요, 나무들 사이로 부는 바람도 나의 기도이다. 하느님은 모든 것 안에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관상 기도(Contemplation)는 하느님의 품 속에서 쉬는 것을 의미한다. 관상 기도를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기 위해 생각을 버리는 수련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향심기도(Centering Prayer)이다. 향심기도는 관상 기도의 출입문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읽게 된 토마스 키팅의 <마음을 열고 가슴을 열고>는 그동안 해 오던 명상에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향심기도가 마음의 평온을 찾기 위함이라는 점에서 명상과 공통점은 있지만 엄연히 기도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할 점도 있었다. 책 속에 나와있는 기도를 실천하면서 다른 영성가들의 자료도 찾아보았다. 그리고 제시된 수련법 대로 실천해본 다음 나에게 적합한 방식을 찾았다.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하느님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마태 6.6)


이는 성경에 나오는 골방기도처럼 최대한 조용한 곳에서 앉아 눈을 감고 거룩한 단어를 천천히 떠올리며 생각을 버리는 수련이다. 순간순간 드는 생각도 버린다. 기도가 잘 된다는 생각까지도 버린다.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다른 생각이 들면 또 그 단어를 떠올리며 그 생각을 버린다. 이렇게 30분 동안 이어간다.  아침 일찍 한 번, 저녁에 한 번 이렇게 매일 두 차례씩 실행한다.


거짓 자아가 만들어 낸 생각에 하나하나 반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 자신이 희미해진다는 것을 느낀다. 나 지신이 흐려질수록 나는 어두워지고 만다. 내 안을 비춰야 할 전등을 가져다가 바깥에 켜 두고 그곳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바깥에 켜 두었던 전등을 끄고 이제는 내 안을 온전히 밝힐 수 있도록 내 안에 전등을 밝혀야 할 때다. 


이 수련을 통해 거짓 자아가 만들어 낸 생각에 관심을 거두면 그 생각들은 비눗방울 터지듯 사라지고 그로 인해 마음은 훨씬 더 차분해진다. 달리 말해서 도깨비처럼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달갑지 않은 생각들이나 격정적인 감정 변화로부터 평온을 찾는 것이 더 빨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고 보면 내가 심리적 침잠을 경험한 것은 내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수련을 경험하도록 하는 초대였다는 생각이 든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우울한 날에는 참아라

기쁜 날은 반드시 올 터이니"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중에서-



그대, 진정으로 원하는가?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을 잡아라

무엇을 하든 무엇을 꿈꾸든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하라.

                                              -미국의 사상가 랄프 트라인-



우리의 인생은 얼마간 좋았다가 또 얼마간 그렇지 않을 때가 있음을 깨닫는다. 

기쁜 날에는 그렇지 않을 날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잠자는 겸손을 일깨우자.

우울한 날에는 반드시 기쁜 날이 도래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기 위해 두 발을 휘젓는 것을 멈추지 말자. 

이렇게 부단히 노력하는 삶을 나는 사랑한다.  

그것이 내 인생임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매사에 감사하자. 



*참으로 많은 축복을 받았던 6월이었습니다. 

  모두들 6월 마무리 잘하시고 7월에는 모든 면에서 성장을 말할 수 있는 달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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