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도 맑음 Jan 09. 2023

뭐든지 습관 들이기 나름

운동이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기를  

나는 운동신경이 발달했거나 몸이 민첩한 사람이 아니다. 학창 시절 체육과목은 그저 기본점수만 겨우 따는 수준이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새벽같이 출근하고 늦은 밤까지 잦은 야근에, 피곤한 인간관계까지 더하면서 날로 피곤은 쌓여갔다. 내가 피곤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은 휴일에 하루종일 잠을 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도 한계가 있었다. 어느 시점에 도달하자 잠으로는 더 이상 피곤을 떨칠 수 없었고, 아침마다 몸이 무거워짐을 느끼게 되었다.  


스피드를 요하거나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요가, 필라테스, 동네 산책, 자전거 타기를 했고, 그런 것이 지겨워지면 재즈댄스를 하기도 했다. 최소한 일 년에 육 개월은 운동을 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일 년을 등록한 피트니스가 삼 개월이 지나면 운동이 아닌 사우나를 목적으로 피트니스를 다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일 년에 육 개월 이상을 피트니스를 등록하던 나의 루틴이 깨진 것은 지난 2020년 초 코로나가 확산되면서부터였다. 처음 이 년은 운동을 전혀 안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당연히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면 등짝이 뻐근하면서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정상 범위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던 건강검진 기본 수치는 정상 범위 가장자리로 옮겨갔다. 지난 이 년간 몇백 그람이지만 조금씩 몸무게도 늘어갔다. 

작년 여름부터 일주일에 한두 차례 공원에서 걷기 운동과 동네 등산을 시작했다. 기분은 상쾌했지만, 몸이 크게 달라지는 느낌은 없었다.       


코로나 확산 둔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폐지에 힘입어 작년 가을에 운동을 시작했다. 코로나의 위험성이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기에 밀폐된 공간에서 많은 사람이 함께 하지 않는 기준으로 운동을 찾다 보니 그나마 발레가 괜찮아 보였다. 그렇게 주 2회 발레를 시작했다. 11월에는 필라테스도 등록했다. 주 2회 발레,  토요일마다 필라테스를 했다. 


그런 나의 운동 패턴이 깨지기 시작한 건 12월 들어서이다. 날씨가 추워졌고, 기한 내에 한 해의 업무를 마무리해야 하니 야근이 많아졌고, 간간이 지인과의 약속이 잡혔다. 게다가 코로나에 걸린 가족들을 피해 조카가 우리 집에 일주일간 머무르게 되었다. 덕분에 야근, 저녁 약속, 조카 돌보기로 나의 생활의 중심이 옮겨지면서 저녁 운동을 가지 않았다.   


연말을 보내고 새해가 되었다. 이제 운동을 시작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선뜻 시작하지 못했다. 다이어리에서 운동 한 날을 체크해서 일 년간 운동을 얼마나 했는지 확인하는 용도로 쓰기로 마음먹은 연간 칼렌더를 펼칠 때마다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만 앞섰을 뿐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지난주 금요일 저녁을 먹은 후 늘 그랬듯이 귀로는 여덟 시 뉴스를 들으며 눈으로는 핸드폰으로 지역 카페에 하루동안 올라온 새 글을 읽고 있었다. 중학생 아들이 졸업식날은 친구들도 학원에 오지 않으니 자기도 학원도 빠지고 싶다고 했다며, 아이가 졸업식을 마치고 오면 학원을 보내야 하느냐는 질문에 답글이 줄줄이 달렸다.  엄마들의 의견은 둘로 나뉘었다. 졸업식날이라도 학원 가는 애들은 다 가니 당연히 보내야 한다는 의견과 그런 특별한 날 만큼은 놀게 해 주자는 의견이었다. 


그중에 눈에 띄는 답글이 있었다. '뭐든지 습관 들이기 나름'이라며, 자신은 습관처럼 지난 삼 년간 하루도 빼지 않고 요가를 다녔다고,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이런 날 저런 날 가리지 않고 꾸준히 학원가는 습관을 만들어줬다고 했다.  


그랬다. 내가 운동을 대하는 자세는 습관의 문제였다. 그동안 나는 운동을 내 생활의 여분처럼 여겼었다. 일하고, 밥 먹고, 씻고, 티브이보고, 쇼핑하고, 심심하면 지역 카페 글 읽고.. 그러다가 시간이 남으면 책 읽고, 또 시간이 남으면 운동 가고.. 그랬었다. 그것이 내가 새해 첫 주에 선뜻 운동을 시작하지 못한 이유였다. 운동하는 것을 일하고 밥을 먹는 것처럼 생존의 우선순위에 놓았다면 새해 첫 주가 지나도록 운동을 시작조차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토요일 아침 '습관 들이기 나름'이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운동을 다녀왔다.  한번 운동을 시작하니 다시 운동에 대한 의욕이 충천했다. 집에 오는 길에 올해는 운동을 내 생활의 필수 요소 중의 하나로 여겨야겠다, 고 결심했다. 밥 먹고, 잠자고, 일하는 것만큼이나 운동도 삶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도록.

 

올해의 목표가 생겼다. 최소한 이틀에 한 번은 운동하는 것. 올해 말이 되면 더 건강해진 나와 마주할 수 있기를, 삼 년 후에는 나도 누군가에게 '습관 들이기 나름'이라며 삼 년간 운동을 쉬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미지 출처 : https://unsplash.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