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씩 센티해지는 나와, 자꾸 움직이려고 하는 내가 번갈아 찾아온다. 근데 그 둘은 한 몸이라 마치 시소 같은 거라고 보면 되겠다. 한 쪽이 있어야 다른 쪽이 존재하는.
이사를 일주일 앞둔 월요일 아침. 신나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한바탕 설거지를 끝낸 뒤 머릿속에 순서를 그려 놓은 그다음 일감으로 건너가려다가 잠깐 거실 테이블 앞에 앉았다. 음악을 끄고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다. 머리 위에서 회전하는 서큘레이터 아래로 시원한 바람이 내려온다. 실내 습도는 79퍼센트에 육박. 나는 문득 이 무거운 고요함 속에 영원히 갇혀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 자리에 영원히 엉덩이를 붙인 채 앉아있고 싶다.
이런 날씨엔 업드려 울고만 싶을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이렇게 앉아 글도 끄적이고 그림도 그리며 고요함을 즐길 줄 안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00가 아니면 안 돼’ 하던 마음들도 순해지고 흐려졌다. 순두부처럼 맹숭맹숭한 이 상태도 나는 좋다.
하지만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 건 역시 이 지독한 이사 이벤트를 잘 치러내는 것, 그러려면 움직여야 한다. 이사 갈 집을 청소하고 필요한 가구가전집기를 사고 교체하고 지금 사는 집의 묵은 물건과 먼지들도 정리해야 한다. 머리를 질끈 묶고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스텝을 밟는다. 한 번씩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이상한 느낌이 드는데 그래도 가슴을 토닥여 애써 긴장을 내려놓는다. 물을 아주 많이 마시고 심호흡 또 심호흡.
재미있게 살고 싶다. 새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선물 받은 아이처럼 새 집에서는 다른 걸 그리고 싶다. 잔뜩 우울했고 매번 날씨를 정통으로 맞았던, 온 몸과 마음에 멍이 들곤 했던 이곳을 떠나 다른 나로 살고 싶다.
그러려면 움직여야 한다. 이제 일주일 후면 다른 곳으로 간다. 그러기 위해 심장을 부여잡고 다시 엉덩이를 들어 몸뚱이를 이동시킨다. 숨을 크게 쉰다. 이제 다음 스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