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물 밖에서의 훈련
수영 초급 강습을 받다 보면 물밖에서 자세 연습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새파란 직사각형 판(이거 명칭 아시는 분 댓글로 좀 알려주세요.) 위에서 하게 되는데 평상복과는 다르게 신체의 많은 부분이 노출되는 수영복을 입고 있는 지라 그저 민망하고 쑥스럽고 연습을 끝내고 어서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처음 몇 번 자세를 봐주고는 물속에 있는 수강생들을 챙기느라 강사님이 조금이라도 늦게 오면 왠지 모르게 서운한 마음이 든다. 물밖에 있는 나는 뭔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뒷전이 된 거 같아 섭섭한 거 같다.
물밖 연습할 때 바닥에 까는 이 파란 직사각형 판은 생긴 게 꼭 도마 같다. 그위에서 연습한다고 팔다리를 상하좌우로 파닥 거리는 나의 모습이 너무나도 방금 잡아 올린 참치 같다. 같이 연습하던 또 다른 회원과 눈이 마주칠 때면 서로의 우스운 자세를 보면서 서로 물고기 같다며 킥킥 거리며 웃는다. 특히 접영 발차기 연습은 그야말로 파닥파닥 물고기 두 마리였다.
나는 평영을 연습할 때가 가장 민망했다. 평영은 개구리처럼 발을 대각선 양옆으로 쭉 뻗었다 접어야 하는 발차기 동작이다. 이때 보통 도마, 아니 판에 엎드려서 발만 하염없이 차게 된다. 물밖에서는 연속 동작이 아니라 순서가 나뉘어 있는 슬로버전이기 때문에 강사의 구령에 맞춰 헛둘헛둘 하다 보면 순서가 더 헷갈린다. 그리고 강사는 보통 엎드려서 시범을 보여주지 않고 서서 한두 번 정도만 알려주고 바로 연습을 시킨다. (이럴 때 나만 얄밉나…)
발차기 동작이나 발 동작이 잘 안 되면 뒤에서 강사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우리 반 강사는 귀가 따가울 정도로 크게 휘파람을 불거나 소리 지르기로 유명한 분이었다.. 휘파람은 생활의 달인에 휘파람 장인으로 내보내고 싶을 정도다. 수영장 전체가 울릴 정도랄까.
나의 어설픈 발차기을 보고 버럭 하는 강사님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잘 되던 동작도 갑자기 안된다.
왜 긴장되지. 결국 동작이 다 망가져버린다.
이렇게 다시 연습 반복..
오늘은 물 밖에서만 거의 30분은 있었던 거 같다.
참치는 물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