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나는 혼밥 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꽤 잘한다고 자부한다. 밥 먹을 시간이 애매하거나, 내가 먹고 싶은 메뉴가 있다면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도 혼자서라도 먹어야 한다는 신조다. 그런데 생각보다 혼밥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혼밥 레벨 테스트가 것이 있을 정도로 혼밥은 꽤 도전적인 일인 것은 분명하다.
내가 혼밥을 즐기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을 때, I 성향 70%가 넘는 내향인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보통 밖에서 밥을 먹는 것은 누군가를 만날 때인데 나는 누군가를 만나는 시간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약속이 없어도 혼자서라도 맛있는 것을 먹겠다는 마음이 크다.
혼밥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에 상관없이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인데, 누구랑 '언제 어디서 만나자'는 약속을 잡을 필요 없이 그냥 내가 먹고 싶으면 먹으러 가면 되는 것이다.
또, 내 속도에 맞춰서 먹을 수 있어 좋다. 누군가와 밥을 먹게 되면 상대방이 하는 말도 들어야 하고, 나도 이야기해야 하고, 먹는 속도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신경 써야 될 부분이 많다. 하지만 혼자 먹게 되면 오롯이 내가 음식을 얼마나 씹고 있는지, 배가 어느 정도 부른 지 등 나에게 집중해서 먹을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다.
물론, 혼밥을 하다 보면 먹을 수 있는 양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2인분 이상 시켜야 하는 고깃집이나 세트 메뉴는 선뜻 먹기가 어렵다. 나는 이런 메뉴들은 맛집을 찾아뒀다가 친구를 만나거나 데이트를 할 때 가서 먹는 편이다.
혼밥을 잘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 무언가를 보면서 먹는 것이다. 유튜브, 드라마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먹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않고 지금 내가 먹고 있는 행위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내가 가봤던 곳들 중에 혼밥 하기도 좋고, 음식도 맛있었던 3곳을 추천하려고 한다.
합정 [오레노라멘]
합정역 근처에 있는 오레노라멘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인정받은 맛집이다. 닭육수로 만든 토리빠이탄 라멘, 매콤한 카라빠이탄 라멘 2가지 밖에 없지만 분명 다른 라멘과는 차별화된 맛이 있다. 나 말고도 혼자 먹는 사람들이 꽤 많아서 부담 없이 혼밥 할 수 있는 곳이라 합정 쪽에서 혼밥해야 된다면 무조건 먹어 보길 추천한다.
성수 [소바식당]
성수에 위치한 소바식당은 이름처럼 소바가 정말 맛있다. 소바도 맛있는데 백명란 덮밥과 타마고멘치카츠는 더 맛있다. 혼자서 여러 가지 메뉴를 먹을 수는 없으니 [ 단새우 냉소바 + 타마고멘치카츠 ] 또는 [ 백명란덮밥 + 타마고멘치카츠 ] 조합으로 먹으면 딱 좋다.
신촌 [미분당]
미분당은 쌀국수 맛집인데, 나의 최애는 [ 차돌양지힘줄 ] 쌀국수이다. 좌석 자체가 바 테이블밖에 없기도 하고, 매장 자체가 큰 소리로 이야기하면서 먹는 것을 지양하기 때문에 혼자 먹어도 전혀 이질감이 없는 곳이다. 혼밥 하기 이보다 좋은 곳도 없다.
사실 처음부터 혼밥을 잘했던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혼자 온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너무 신경 쓰여서 먹고 싶은 게 있어도 참았던 적도 많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내가 먹고 싶은 음식도 먹지 못하는 것이 슬펐고, ‘약속이 없는 사람들은 언제 맛있는 것을 먹으란 말인가!’라는 반항심 때문에 혼밥을 시작하게 되었다. 혼밥을 해보고 싶다면 맛집 중에서도 1인 좌석이 준비되어 있는 식당들도 꽤 있으니 거기서부터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