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세대 만화가 지니는 문제점
0. 이누야샤 다음 세대 이야기, 반요 야샤히메의 시작.
최근 이누야샤의 다음 세대 이야기 [반요 야샤히메]가 시작되었죠. 저는 이누야샤의 엄청난 팬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반가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예전에 보던 만화가 다시 이렇게 리메이크되어서 나오니 오랜만에 동창 친구들 만나는 느낌마저 듭니다.
보면서 보루토 생각도 났어요. 요즘 일본 만화들은 전 세대의 이야기를 재활용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야샤히메는 확실히 보루토와 다릅니다. 보루토 이후에 만들어져서인지, 보루토와 확실히 대비되는 노선을 걷고 있는데요, 아마 보루토가 전 세대의 감동을 잇는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니 야샤히메는 그런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이번 포스팅에서는 보루토와 반요 야샤히메의 차이점을 중점으로 한 번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바로 시작할게요!
1. 보루토는 여전히 부모세대가 중요하다.
먼저 부모 세대의 개입 여부입니다. 보루토의 경우에는 현재 이야기가 꽤 진행되었음에도 부모 세대인 사스케와 나루토가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세계관 최강자 두 명이 등장하는 게 무엇이 문제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만화의 제목은 나루토가 아닌 보루토입니다. 보루토가 성장하는 과정이 이 만화의 중점이 되어야 하며, 때로는 문제를 해결해나가지 못해 절망해나가는 과정도 있어야만 합니다.
만화 초반 나루토가 보루토의 갈등을 대신 해결해주는 모습은 사실 존재해서는 안 되었어요 나루토가 보루토에 등장하는 순간 모든 사람은, 잠깐 나루토가 세계관 최강자인데 그럼 저 적은 얼마나 강하다는 것이지? 라는 기준으로만 만화를 보게 되니깐요.
2. 다음 세대가 중점이 되는 반요 야샤히메
그런면에서 반요 야샤히메는 현재까지 딱 1화에만 부모세대가 등장합니다, 2세부터는 어느 정도 성장한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서 직접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그래서 이상합니다, 이누야샤와 가용이의 자식들이 산고의 자식들과 어색하다는 점도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이 두 가족은 분명 같이 지내거든요. 줄거리 상의 개연성은 떨어집니다만, 오히려 이런 부분이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혹시나 무슨 전략이 아닐까, 앞으로 차차 풀어져 나갈 비밀이 아닐까 하고요.
무엇보다 전 세대가 등장하지 않으니 새로운 세대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외관은 가영이를 성격은 이누야샤 판박이인 모하루는 뭔가 보고만 있어도 삼촌 미소가 지어집니다. 헤헤 줄거리가 개판이면 어때 하핫,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전 만화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데요, 어쩌면 이런 감정을 유발하는 것이 다음 세대 만화의 첫 번째 목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3. 독자적인 스토리 라인을 구축해야한다.
하지만 이 첫 번째 목표에서 그치게 된다면 극장판으로만 만들어지는 편이 나았을 겁니다. 새로운 작품으로서 사랑을 받으려면 오리지널 줄거리에서 새로운 재미와 독특함을 보여줘야만 합니다. 보루토가 현재 비판을 받는 이유는 이 점 떄문이죠, 보루토만의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자꾸만 이전 세대의 등장인물들을 중요한 포지션에 위치시킵니다. 나루토가 천계에 가서 이미 죽은 3대 호카게를 만난다거나, 지라이야의 세포를 이용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거나가 그런 예입니다.
반면 야샤히메의 경우에는 이전 세대가 1화에서만 등장하고 이후에는 새로운 세대만 등장해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이 점 때문에 어색하다는 비판도 많아요, 가영이의 딸이 산고의 아들과 전혀 모르는 사이처럼 등장한다는 점도 그렇고 시간이 갑자기 아이들이 14살 정도의 중학생 나이로 시작하니 중간에 너무 많이 생략한 것이 아니냐는 느낌도 솔직히 듭니다.
하지만 덕분에 호기심도 생겨요, 이누야샤랑 가영이는 어디로 갔을까, 시공을 초월한다는 이 만화의 핵심 메시지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라는 관점에서요. 어쩌면 이누야샤와 가영이의 부재가 야샤히메의 핵심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3. 세대를 잇는 한국 소설 : 김진명 고구려
김진명의 소설 고구려도 세대 교체가 스토리에 중심이에요. 을불이라는 아버지 세대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라를 구축해나가는 일대기적 스토리를 먼저 보여준 후, 을불의 자식인 사유와 무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이 때부터 재밌는 선택지들이 나옵니다, 을불은 누가봐도 왕의 재목인 무가 아닌 사유를 다음 세대 왕으로 지목합니다. 몸이 약한 사유를 차기 왕으로 지목한 건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강하다라는 이유 때문이었죠.
이후 고국원왕이 된 사유는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서 죽음을 캐릭터 자체의 성격을 충분히 반영한 선택이라 개연성이 있었습니다. 속 터지는 캐릭터라 보면서 짜증은 났지만, 확실히 이전 을불 세대와는 다른 전개를 보여줘서 읽을 맛이 났어요.
보루토가 이랬어야 했어요. 다음 세대로 이야기가 넘어갔다면 그 세대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 다음 세대 인물들의 심리가 반영된 선택들로만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보루토는 이름만 보루토지 나루토 사스케의 비중이 절대 낮지 않은, '나루....아 참 보루토지, 보루토!' 이런 느낌이 강합니다.
4. 마무리 : 어른이 된 우리는 이해한다
아직 야샤히메가 5화까지밖에 진행이 안 되어서 앞으로를 지켜봐야겠습니다만, 지금의 독자적인 줄거리를 잘 지켜줬으면 합니다. 사라진 이누야샤와 조금씩 미션을 해결해나가면서 가까워진다는 큰 틀을 지켜나간다면 지금의 개연성 문제도 해결해나갈 수 있을 거예요.
다음 세대 만화는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낼 수 있는 좋은 소재거리입니다. 하지만 그 과거의 스토리 라인에만 의존한다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해요. 현재 보루토에 대해서, 차라리 이타치 외전을 내지 그랬냐라는 지적처럼, 오히려 스핀 오브만도 못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진 자산을 십분 활용하되, 그것을 이용한 도전도 과감하게 했을 때 보루토와 반요 야샤히메 모두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겁을 먹지 않아 줬으면 해요, 조금 이상하면 어때요,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는 그 정도쯤은 이해해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마음껏 독자적인 줄거리를 이어 가주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