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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열심히 했을뿐인데

by 광자


896822238x_1.jpg 출처 : 알라딘


0. 난 열심히 했을 뿐인데 왜 주변에 사람이 없을까?


'단지 나는 열심히 하고 싶었을 뿐인데, 이왕 하는 거 좋은 결과물을 내고 사람들한테 인정받고 싶었을 뿐인데 동기들은 저에게 적당히 좀 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왕 회사에서 시간 봐내는 거 그 시간을 꽉 채워서 알차게 보내면 좋지 않나요? 설렁설렁 일하기는 싫습니다.'


저만 이런 생각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는 독서 토론모임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냈더니 몇몇 분이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이해를 못 해줘서 자기 잘못인가 했답니다. 열심히 하면 그만큼 결과물도 좋아지니깐 왜 그게 나쁜 건지 잘 모르겠는 그 기분, 여러분도 느껴보신 적 있으신가요.


여기 코트 위의 왕이라고 불리는 한 남자 고등학생이 있습니다. 배구 천재라고 불리지만 이 학생 주변에는 사람이 없는데요. 어찌 된 일인지 한 번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30BE94356CB0F7A09.png 출처 : 티스토리 드림


1. 코트 위의 왕, 하지만 동료는 없었다.


코트 위의 왕이라고 불리는 카게야마 토비오는 중학교 때부터 이미 도시 내에서 배구로 유명했습니다. 배구에서 스파이크로 공격을 하는 선수들에게 볼을 전달해주는 세터라는 포지션을 맡은 카게야마는 센스가 있었거든요. 감각이 탁월했고 신체적 능력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승리에 대한 집착이 강했는데요, 그런데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주변 친구들에게는 그것이 압박으로 다가왔습니다.


하루는 어느 시합에서 경기 중인데 카게야마가 패스를 정말 빠르게 날립니다. 약간 무지막지하다 싶을 정도의 토스를 하는데 아무도 그 토스를 받으러 따라가 주질 않습니다. 자신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자꾸 하는 카게야마에게 대놓고 네가 주는 공은 안 받겠다는 생각을 몸으로 보여준 셈이죠.


이후 카게야마의 독불장군스러운 성격은 더욱 강해집니다. 이기려면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하고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기보다 내 뜻을 밀고 나가야 한다, 굽히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집니다. 그럴수록 카게야마 곁에는 사람들이 없어지는데요, 그때 카게야마는 한 괴물 같은 녀석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또 다른 노력 천재, 배구 바보 히나타 소요입니다.


19112911154091.jpg 출처 : QOOAPP

2. 하고야 말겠다는 의지와 희망을 보여주는 히나타

소요도 승부에 대한 집착이 강했습니다. '키가 작다'라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패배의 이유로 꼽지 않고, 노력으로 극복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득한 친구죠. 이 점이 카게야마를 자극합니다. 신체적으로도 센스적으로나 분명히 자신이 압도적 우위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카게야마는 히나타에게 경쟁의식을 느낍니다. 그건 히나타가 지닌 가능성과 긍정 에너지 때문이었습니다.


카게야마처럼 승부욕이 강함에도 히나타에게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그 능력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그 믿음을 증명하기 위한 노력이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겠죠. 자신이 열심히 하면 주변 팀원들이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고 히나타는 늘 생각해요. 카게야마와 라이벌 관계이지만, 자신이 높게 점프하면 자신에게 딱 맞는 토스를 해줄 것이라고 굳기 믿고 있죠.


카게야마와 히나타의 차이는 열심히라는 행동에 깔린 감정이었습니다. 카게야마는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내가 옳다'라는 자기 고집에 근거한 열심히였던 반면 히나타의 열심히는 타인에 대한 믿음에 근거했기에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것이구요.


이것이 카게야마가 열심히 해도 히나타만큼 사람들을 끌어들이지 못했던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3. 나만의 확고한 기준과 진심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하죠. 여기 자신의 방식을 끝까지 고수하느라 직장에서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 일본 음악 프로듀서가 있습니다. 바로 [뭐든 할 수 있지만 전부 할 순 없어]의 저자 요스미 다이스케입니다. 끝까지 자신만의 방식을 지킨 그는 일본에서 역대급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고 유명 가수들을 여럿 배출해내는 데 성공합니다.

4f897bcbbf073d044c12d576f9731500-768x513.jpg 저자 요스미 다이스케 (출처 : 4dsk.co)

그의 방식은 단순히 어떤 가수를 성공시킨다 이런 것이 아닌, 한 명 한 명 제작을 할 때 그 가수의 성향을 분석하고 그에게 맞게 곡 작업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단지 듣기 좋은 노래를 만든다는 그의 신념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맡은 가수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인간적인 관계를 맺어나갈 때 비로소 좋은 곡을 탄생시킬 수 있다고 굳게 믿고 그렇게 행동해나갔습니다.


그에게 있어 노래는 가수와 프로듀서의 좋은 관계 맺기, 그리고 가수에 대한 온전한 이해의 과정으로 맺어지는 열매였던 것이죠. 돈을 보고 한 작업이 아니었기에 오랜 기간 그가 성공해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unnamed (2).jpg 출처 : 인스티즈

4. 마무리

열심히 하는 게 나쁜 것이 아니죠, 내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는 것이기에 어떻게 보면 모든 분야에 있어 기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배구가 코트 위에서 6명이 얼마나 잘 협력하는지를 보여주는 게임인 만큼, 살아간다는 것도 타인과의 조화가 중요합니다.


열심히 하면서 가끔은 주변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내 주변 동료는 어떻게 일하는지 / 어떤 장점이 있는지 / 또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지 가끔 돌아보는 것이죠. 그러다 보면 주변 사람과도 나도 모르게 어우러지는 순간이 있을 거고, 그 과정에서 나의 진심과 열정이 조금씩 전달이 될 거예요.


표현해야 알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그리고 생각보다 세상은 그렇게 차갑지 않으니깐요. 내가 진심을 가지고 사람들과 어우러지려고 한다면, 내가 원했던 그 결과를 이 사람들과 함께 누릴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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