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치에는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많습니다. 능력자 물이기에 능력을 보는 재미도 그 안에 성격적인 면에서도 독특한 캐릭터들이 많아 재밌었는데요. 그런 독특한 인물들이 서로 관계를 맺어나가는 방식도 재밌었습니다. 블리치가 우리에게 주는 여러 가지 메시지가 있지만, 그 안에서도 저는 우정이라는 키워드가 불리치를 지탱해주는 주요 키워드 중 하나가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오늘 포스팅에서는 블리치에 나오는 여러 우정의 종류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여러분 본인은 친구들과 어떤 우정 관계를 맺고 있는지, 또는 어떤 우정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지, 이번 포스팅을 읽으면서 떠올려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1. 친구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싸우는 우정
아무래도 소년만화여서 그런 걸까요, 블리치에는 유독 '나는 친구를 반드시 구하러 갈 거야!!! 열혈 우정을 보이는 캐릭터들이 많습니다. 일단 주인공인 이치고부터가 루키아를 구하기 위해서 사신 세계로 넘어가죠. 그리고 이치고의 가장 가까운 친구인 차드도, 이치고가 위험해 처한 대부분의 순간을 함께합니다.
특히 차드의 경우가 인상 깊은 게, 가지고 있는 힘이 별로 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늘 이치고 곁에 있어요. 블리치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점을 가지고 장난삼아 차드는 약하면서 도움도 안 되게 저런다- 라고 말하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런데도 이치고의 옆을 묵묵하게 지키는 차드가 멋있어 보여요.
제가 능력이 있을 때 남을 돕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자기 상황이 여의치 않은데도 친구가 나를 도와준다면 저는 정말 감동할 것 같아요.
2. 아닌 건 아니라고 친구에게 단호하게 조언할 수 있는 우정
나를 인정해주며 언제나 묵묵히 내 옆을 지켜주는 친구도 필요하지만, 살다 보면 내가 잘못한 것에 대해 제대로 지적해줄 사람도 필요합니다. 내 뒤통수를 내가 볼 수 없듯이, 남들은 다 아는 나의 잘못을 나 자신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깐요.
이치고에게 그런 친구는 루키아가 아닐까 싶습니다. 루키아는 이치고가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하면 급하게 하지 말고 상황을 먼저 둘러보라며 일종의 브레이크 역할을 해줍니다. 단순히 조언만 그렇게 하고 자신이 게으르게 산다면 루키아의 말은 의미가 없었겠지만, 루키아 본인도 상당히 노력하는 스타일이기에, 이런 친구가 곁에 있으면 왠지 모르게 나도 성실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죠.
3. 라이벌 관계인 친구
아바라이 렌지와 이치고는 친구라고 하기에는 좀 모호합니다. 루키아의 단짝친구이니, 이치고 입장에서는 친구의 친구라고 보는 편이 조금 더 맞겠죠. 하지만 이치고와 렌지의 관계는 조금 특별합니다.
예전에 루키아가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렌지는 자신의 힘으로 루키아를 구할 수 없어 안타까워하죠. 그때 이치고가 자기보다 한참 약함에도 루키아를 구하려고 하자 처음에는 이치고를 무시합니다. 하지만 이내, 이치고의 노력과 성장 속도를 보고는 자신도 열심히 이치고를 따라잡으려고 노력합니다.
이렇게 서로에게 자극이 되는 관계들이 있죠, 막상 만나도 우리가 친한가? 싶고 딱히 할 말도 없는 그런 알쏭달쏭한 관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관계는 다르게 보면,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어색하지 않은 편안한 관계라는 뜻일 수도 있어요. 거기에 서로의 모습에서 배우면서 성장해나갈 수도 있죠.
모든 친구 관계가 이렇다면 피곤하겠지만 한 명쯤 이런 친구가 곁에 있다면 내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4. 친구와 꼭 동행할 필요는 없다.
오늘 얘기한 세 가지 종류의 우정들은 각자 지닌 느낌들이 다 다르죠, 하지만 이 세 가지 우정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각자의 길을 걷는다는 것입니다. 이전에 같은 길을 걸어야만 진짜 친구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싯다르타를 읽으면서 제 생각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어요.
싯다르타는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주인공이 고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내용입니다. 주인공 싯다르타는 부유한 사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정신적 깨달음을 얻기 위해 여행을 하며 꺠달음을 얻는 고승들과 생활을 함께하기 시작합니다. 그때 싯다르타의 여행길을 같이 오른 친구가 있었는데, 이름이 고빈다였습니다. 처음에 이 둘은 같이 고생하며 생활을 이어나가지만, 결정적인 순간이 둘은 다른 선택을 하게 되어 각자의 길을 걷게 됩니다.
처음에는 굳이 싯다르타가 외로운 길을 선택해야만 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힘든 길, 친구와 같이 걸으면 그나마 힘이 되니깐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관계를 위해 내가 목표하는 바를 포기하거나 낮추는 것은 옳은 행동이 아닌 것 같아요. 관계를 위해 하는 행위겠지만 결과적으로 그 행위가 관계를 해할 수 있더라고요.
어쩌면 이것이 관계의 모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건강한 친구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다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내가 어떤 길을 걷고 싶은지,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분명히 했을 때 비로소 친구를 이해할 수 있고 나 자신도 떳떳한 삶을 살 수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