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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랑도서관 사서 Feb 20. 2020

매 순간 찬란한  청소년기 여행자를 위한 그림책

#북틴 #대박적모먼트 # 청소년을위한그림책 #그림책읽어주는청소년

 도.서.관. 이라는 글자를 보거나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청소년기의 여러분은 도서관을 어떤 곳이라고 생각했었나요?

우리 마을 공릉동의 청소년은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이하 공터)의 화랑도서관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도서관에서 청소년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청소년은 학업을 위한 열람실 이용을 제외하면 도서관 이용이 매우 한정적이며, 혹여 이외의 관심사는 봉사시간을 얻기 위한 단발성 봉사활동에만 관심을 가집니다. 청소년기관과 함께 있어, 비교적 좋은 접근성을 가지고 있는 화랑도서관도 예외는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서관’이라는 곳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신뢰받는 공간으로 여깁니다. 그런데 왜 청소년은 도서관에 오지 않을까요? 주변에서 만나는 청소년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도서관에 언제 마지막으로 와 보았는지, 도서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지, 책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등 질문을 건네고 대답을 들으며 느낀 것이 있습니다. 청소년에게 도서관은 “정말 재미없는 곳” 이구나.


  여러 답변들을 요약해보면 ‘재미없고, 책만 가득한, 적막한 공간이어서’였습니다. 이것은 참 도서관의 양면성을 생각하게 합니다. 조용히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에 오고 그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를 답답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공간은 없지만, 그래도 서로 이해하며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항상 고민하고 있죠.


  우리는 화랑도서관을 청소년 중점 마을도서관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청소년만을 위한 특화가 아니라, 운영의 주된 대상을 청소년으로 하지만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우리 뿐만 아니라 마을 구성원 모두가 청소년을 응원하고, 함께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걸어 올 수 있었고, 작지만 결실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청소년을 만나고, 청소년에게 즐거운 놀이터로 여겨지고 싶기에 우리들은 어떻게 하면 공터를 청소년에게 즐겁고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스스로(주인으로), 친구들과(더불어), 성취를 맛볼 때 재미있다고 느낀다.

 

 우리가 프로그램 기획을 위해 항상 고려하는 지점입니다. 요즘 많은 도서관들이 그렇듯, 화랑도서관도 흥미로운 문화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하고자 노력합니다. 도서관에서 열리는 문화프로그램은 대부분 전문강사를 섭외하여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프로그램에 딱 맞는 강사를 항상 구할 수는 없습니다.

 가장 프로그램에 이해가 높은 강사는 기획자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우리는 직접 혹은 청소년과 함께 강사가 됩니다.


  지금 소개해드릴 공터의 청소년들은,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사업의 대상에서 그 주체로 성장하고 있는 그룹입니다. 삭막하고, 작은 공간을 지닌 이 도서관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 즐거움을 찾고, 의미를 찾으며 성장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책 읽어주는 청소년 ‘북틴’


 도서관에서 청소년의 봉사활동을 이야기하면 단순한 작업지원 혹은 책 정리 등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불특정 다수의 청소년에게 도서관에서 즉시 맡길 수 있는 역할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죠. 하지만 어떻게 하면 청소년이 도서관 봉사를 재미있고, 성취감을 가지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담고자 하는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궁리한 끝에 정리 한 것은 아래의 세 가지였습니다.


   1. 누구나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열어보자.

   2. 마을의 청소년이 마을의 어린이를 돌보고, 함께 어울릴 수 있게 하자.

   3. 청소년이 책과 더 편하게 만나도록 하자.


무더운 여름방학, 도서관을 채운 책 읽어주는 소리


 첫 번째 만남은 2015년 여름. 참가하는 청소년들도, 기획하는 사서들도 ‘북틴’ 이라는 활동이 생소하기만 했지요. 우여곡절 끝에 청소년들이 모두 모이고, 그림책워크숍을 통해 북틴 청소년들이 도서관에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시작은 방학특별 봉사활동이라는 모습으로 말이죠.

북틴 워크숍은 그림책에 대한 교육과 읽어주기 방법, 도서 선정방법, 고른 책을 통해 읽어주는 사람과 듣는 사람 간의 소통하는 과정 등을 배우고, 또래의 청소년들에게 읽어주는 실습시간과 이후 어린이들 앞에서 직접 읽어주는 후속활동으로 이어집니다. 단기 봉사활동이지만 참여하는 청소년들의 의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저희도 기획하면서 의문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줄까? 억지로 따라오는 것은 아닐지 우려도 되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믿고 열심히 준비하며, 만남의 시간동안 응원해주는 것뿐이었습니다. 환대하고, 응원함으로 계속 참여의지를 북돋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니까요. 어떤 청소년활동이든 말이죠.


명확한 정체성을 가진 자치활동그룹의 탄생


 이렇게 워크숍을 참여하고, 이후에도 도서관에서 꾸준히 그림책을 읽어주는 모임을 원하는 청소년을 모아 북틴 동아리가 탄생하였습니다. 매년 여름, 겨울 2번의 워크숍을 통해 새로운 동아리원을 받기도 하고, 중간에 활동을 쉬게 되는 경우 있어 현재 12명의 모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그룹의 내부구성원 간 유대나 소속감은 크지 않습니다. 주축으로 활동하는 청소년이 몇몇 있기는 하지만, 개별적 혹은 3~4명이 주말에 도서관에 온 어린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극복할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하였습니다. 자신들의 경험으로 알게 된 것을 다른 또래 청소년들과 나눌 수 있게 하면 어떻겠는지.


새로운 도전을 위해 한걸음 더


 최근의 북틴 워크숍은 청소년이 직접 또래를 교육합니다. 다년간 그림책을 통해 어린이와 그 부모들을 만나고 느낀 점, 그림책을 통해 성장한 자신의 경험 들을 청소년의 언어와 표현방식으로, 특유의 에너지로 전달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활동의 보조자가 마을의 어머니 모임이라는 것이죠. 온 마을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일은 그리 멀리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도서관 사서의 역할은 이러한 자원활동가 그룹을 인큐베이팅하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데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사례이기도 합니다.


  청소년은 다양한 도전과 부딪침을 통해 자기의 길을 결정하게 됩니다. 청소년이 진정 삶의 주체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마을은 끊임없이 시도하고 어려움과 작은 성공 혹은 실패를 경험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응원하고 돕는 안전한 울타리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답은 없지만, 우리는 청소년이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더불어 돕고 공감하며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실천합니다.


  우리와 함께 성장하는 청소년의 미래가 바로 우리 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며, 우리 마을 공릉동의 미래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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