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 정원 꾸미기
구근식물, 진정 정원 식물의 하이라이트다. 가을에 심는 추식구근, 봄에 심는 춘식구근 들로 보통 나뉘지만 어쨓든 봄과 여름, 가을에 가장 거대하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는 것이 이 구근이다. 게다가 어떻게 보면 양분덩어리를 이미 가지고 있어 키우기 쉬어 보여도 또 구근이 오염되거나 상할 수 있어서 까다롭기도 한 아이들이다.
아파트로 이사와서 마음 먹은 것은 평소 원하던 구근을 다 실험해 보는 것이었다. 수선화, 튤립, 크로커스, 다알리아, 백합... 등등등 입력하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콧가에 향이 아른거리는 아이들이다.
구근을 포함해서 아파트로 이사와도 정원을 향한 열성은 지난번 야생의 정원 컨셉과 다른 ‘Colorful 정원’을 상상했다.
실상, 아파트로 이사 와 보니 다행히 확장하지 않은 곳에 넓은 화단대가 있어서 제일 먼저 흙을 주문해서 깔기시작했다. 주문한 엄청난 분량이 트럭으로 와서 오전 내내 계단으로 흙을 옮겼다. (아이고 도가니 나가요...) 마당이 아니라서 혹 양분이 부족할까봐 지렁이 분변토도 섞었다. (나중에 개미 천지가 되어 엄청 후회 했지만)
가을에 이사해서 다음해 봄 꽃욕심에 가장 일찍 나는 아이들을 선별했다.
그렇게 선별된 아이가 복수초다. 원예 아니면 야생화 책에서만 보던 '복수초'가 드디어 처음 정말 얼음을 깨고 나타났다. 그러면서 한 해의 천국이 시작되었다.
곧 이어 구근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서양에서 향료로 쓰인다는 사프란과 친척인 크로커스의 엄청 생생한 색이 정원에 퍼졌다. 사프란의 수술에 벌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향을 맡으니 과역 사프란이구나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 사프란과 히야신스가 먼저 올라오면서 베란다는 색도 색이지만 향이 그득...향수를 뿌린듯 몽롱한 향이 가득했다.
사프란에 정신없이 달려드는 이른 봄 벌들을 보면서 혹 꿀맛이 어떨까...상상도
구근의 VIP 스타 튤립이 히야신스 다음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튤립은 품종도 다양해서 이것저것 심었더니 다행히 볕이 좋아 대부분 개화해서 난데없이 튤립 천국이 되었다. 툴립은 직접 자세히 보니 역광에서 번지는 것이 가장 보기 좋았다. 베란다를 바라보며 역광에 섞이는 그림자와 색의 조화가 정말....ㅋ
튤립은 아직 자리잡지 않고 흙 그대로인 베란다를 꽉 채워 주었다. 그 중 아래 아이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을 보여주었다. 품종은 튤립 네그리타!!!
그때는 것멋이 들어 아마존 외국서적에 재산을 탕진하던 시절인데 튤립에 대한 책도 살 정도로 튤립에 대해 이것저것 훑어보았다. 처음 네덜란드에서 튤립을 생산할때 그것을 미리 선점하려고 '선물거래' 제도가 생겼다는 이야기에서 튤립 구근을 양파인줄 알고 먹었던 영국 뱃사람이 징역을 산 이야기 까지 튤립만 가지고도 온갖 스토리가 넘쳤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내 베란다에 활짝!
튤립에 밀리지 않는 나르시즘에 빠져도 백분 이해되는 수선화. 다행히 예쁘게 정원을 장식했다. 흑 이맘쯤 제주도에서는 발에 밟히는 게 수선화인데.... 아파트에서는 귀하고 이쁜 몸.
그리고 원예종으로 조금 작지만 물감으로 그린 것 같은 매발톱들도 화려하게 피어났다.
그 와중에 씨로 심은 개양귀비도 하늘하늘 거렸다. 원래 매년 피울 숙근 개양귀비도 도전했는데.... 잘 자라지 못했다. 이 아이들은 역시 아파트 보다 동네 들판이 더 좋은 듯. 뭐 집에서는 역시 씨로 뿌려야 하는 듯.
늦봄에 드디어 두 개의 거대한 구근 꽃이 피어났다. 하나는 이름도 거대한 자이언트 알리움. 그리고 또 하나는 계속 나와 함께 하는 저먼 아이리스.
둘 다 거대한 꽃이지만 향기는 저먼아이리스가 천국의 향이라면 자이언트 알리움은....음.... 마늘냄새? 엌
자이언트 알리움은.. 사실 누군가 해외연수 발표회에서 보게 되었는데 내용은 안보이고 꽃만 보여서 관심을 두었다가 다행히 양재동꽃시장에서 발견해서 심게 되었다. 뭐 요새는 많이들 심고 있는 듯 여기저기 보인다.
잠깐 지식 시간을 가지면...알리움 하면 생소한 이름인데 사실은 우리 주변에 매우 익숙한 식물들인것을 알 수 있다. Allium 학명은 '부추속' 의 이름인데 이 속에 있는 식물들 (대부분 채소) 로는 대표적으로 Allium sativum 즉 마늘 (그래서 알리올리오 는 이태리어로 마늘 오일..이란뜻), Allium tuberosum 즉 부추, Allium fistulosum 대파, 그리고 Allium cepa 즉 양파들이 있다. 그러니까 이 화려한 놈도 사실은 양파, 마늘의 사촌인 것이다 (부추, 대파 꽃 혹시 기억나시나요? ) 자이언트 알리움의 학명은 Allium giganteum 즉 자이언트(거대)한 부추라는 ㅋㅋㅋㅋ. 사실 가까이 대보면 마늘 냄새가 나기도 한다. 웈....
그 다음에는 여름 되기 전에 늦봄을 장식하는 섬초롱꽃과 베란다를 움켜쥐는 덩굴..으아리 혹은 클레마티스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너무 좋아하느 여름이 왔고. 봄 구근(춘식구근)이 이제는 활개를 필 때가 되었다.
여름의 강력한 정원의 최강 여왕님 백합, 그리고 그 못지 않은 화려함의 다알리아가 정원을 꽉 채웠다. 백합은 향으로 다알리아는 자태로...
그리고 구근은 아니지만 여름하면 생각나는 해바라기도 당연히 심었다. 그리하햐 여름여름하는 정원이 만들어졌다.
불행히도 베란다의 볕이 약한지 해바라기는 쑥쑥 올라오지는 못했지만, 간신히 꽃은 펴 주었다. 흑...역시 정원은 마당이야....ㅠㅠ
그래도 이것저것 너무 아름다운 꽃 함께하며 몇년의 행복이 흘렀다.... 아파트도 마음 먹으면 정원사가 될 수 있는 것을 체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