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늄으로 새로운 도전
또 이사를...
부동산 부동산...우리나라의 집문제는 차분하게 한군데 정착하기 힘들게 만든다. 나야 주택 한군데를 정해서 계속 살고 싶지만, 오래된 주택은 재개발 되고, 아파트는 전세에서 매매로 이동하고 전세도 계속 있기 쉽지 않는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이사는 대한민국 국민의 숙명이다. 이 숙명을 벗어나려면 대범하거다, 무심하거나 욕심이 없거나 아니면 돈이 많거나 뿐이다. 더욱이 이것은 혼자만이 아니라 식구들의 여러 요구와 타협해야 하는게 또 하나의 걸림돌이다.
이번에는 처음에는 주저했지만 생각을 꺾고 베란다 확장을 한 아파트 한 뙈기로 옮겨가게 되었다.
그렇다고 나의 정원에 대한 이제는 너무 줄어든 욕망이 꺼지지는 않았다.
흥, 그러면 화분 정원, 어쩌면 정원사로서 손발 다 자른 최소한의 조건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가장 행복한 주택, 그리고 베란다...이제는 볕도 충분치 않은 확장된 곳에서 화분을 가지고 꾸며보자는 도전을 한다. 여기에는 정원 요정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잣!
어쩌면 가장 초보의 정원가꾸기 수준이고 조건도 어려웠지만, 뭐... 음...
이번에 그래도 시도한 것은 나만의 화단이 아니라 모두의 화단을 만드는 것이었다. 바로 창 밖에 화분을 거는 것이었다. 이것도 가족들의 위험하다는 의견들이 있었지만 나에게는 마지막 보루 같은 것이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나의 또 하나의 로망이었다.
그것은 바로 몇 년 전 독일과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 여행갔을 때 보았던 제라늄 들이었다. 집안에다 자기 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동네를 아름답게 하는 바로 이 제라늄들.
(단 생각 못한 것은 여름에 건조한 유럽의 날씨와 달리 비가 많이 내리는 우리 날씨다.) 여하튼 지금은 비 덮개를 장착해서 간신히 장마는 피하게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게, 베란다 밖에 제라늄을 놓고 보니까 몇 백 세대가 있는 아파트 전체 단지에서 내가 사는 동에만 나 말고도 제라늄을 밖에 내놓은 집이 있었다. 그것도 바로 2개 층 아랫집. 그러다 보니 그 집과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지금도 열심히 밖을 꾸몄다.
그리고 볕이 약한 곳에 살다 보니 약간 음한 곳에서도 꽃을 피는 수국에 빠지게 되었다. 참고로 수국을 사기 좋을 때는 한창때를 지나서 값이 싸질 때인 것도 알았다. 수국에 집착하면서 수국에 대해 공부하고 가지치고 삽목하고 꽃대를 기다리는 재미가 붙었다.
그리고 덕분에 수국이 꽃이 나기 시작할 때가 가장 예쁘다는 것을 가까이 알게 되었다. 얼마나 귀여운지...그리고 늦봄 응애를 미리 잡아야 꽃이 필 수 있다는 것도...에휴...응애응애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여전히 나의 저먼 아이리스는 베란다에서도 훌륭하게 꽃을 피워줬다. 어쩌면 뿌리가 더 늘어나 여러 화분에 옮겨야 할 정도이다. 어쩌면 비좁은 화단을 가장 환하게 만들어준 아이들이다.
튤립 등은 한해 해 보고 영 어렵다고 생각해 포기했지만 화분에 어울리고 그래도 꽃을 피워주는 프리지아를 (그래도 베란다에서 잘 자라는 구근 중 하나) 매년 즐기게 되었다.
프리지아도 봉우리가 얼마나 귀엽고 이쁜지... 잎은 정신없이 다발로 자라지만 꽃 만큼은 너무 아름다운 프리지아. 게다가 분홍색도 있다니
이 외에도 프랑스 출장 때 보았다가 씨로 심은 족두리꽃, 지중해도 아닌데 잘 자라주는 라벤터 등이 어려운 여건의 베란다에 힘들어 하던 나를 기쁘게 해 주었다.
족두리꽃(클레오메)과 라벤다는 마치 경기도 아파트에서 프랑스 프로방스에 있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고... 잠시 추억에 잠기게 해주었다. 너무 귀한 아이들이다.
그리고 여름에는 베란다 자체를 숨막히게 만드는 아기가 있는데 역시!!! 치자나무꽃과 백합이다. 더이상 강할 수 없는 강한 향기가 마치 향수를 뿌린 누군가가 베란다에 머무는 듯.
어려운 여건이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동네 이웃들과 함께하는 정원을 만들었다는데에서 나만의 중요한 도전을 했다고 생각한다. 개양귀비, 으아리 등등도 실험하고 매 주말이 너무 바쁘지만 즐거웠다.
그래도 한가지 아쉬운 것은 흙이 아니라 화분에 심어야 하는 것인데, 역시 흙바닥이 아니니 애들이 한해 이후 힘이 빠지는 것이 보인다. 큰 화분의 라벤다, 수국은 그래도 나은데 구근 관리가 매번 비료를 줘도 점점 힘이 없어져서 나도 힘빠지기는 ...마찬가지.
그래도 이때 재미있는 장난을 한가지 했다. 바로 게릴라 정원을 도전한 것이다.
한번은 개양귀비 씨가 엄청 남아서 (한번에 몇 백개씩 팔기에 ...) 동네 갓길에 확 뿌렸더니 이웃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꽃밭이 되었다. 이런게 게릴라 정원인가 했다. ㅋ 뭐 게릴라던 뿌리기던 행복은 손짓하나로 만들어 지는 것 아닐까? 툭!
(이제 정원이 공유와 거리로!!! 게릴라가드닝이 확대되기를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