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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규원 Apr 22. 2024

마을로 나간 정원놀이

다시 흙으로!!! 마을로 정원사 나가십니닷.

마을 정원사의 장비: 사진 김규원
맹꽁이 습지에 정원을: 사진 김규원

안에서 새는 정원놀이 오지랖이 게릴라 정원을 거쳐서 이제 밖으로 번졌다.

이미 동네 텃밭을 분양받았을 때 남들처럼 채소만 심지 않고 백일홍과 허브를 심어 벌들이 많아졌다고 눈총을 받기는 했지만... 좀 더 공공적인 일을 갑자기 하게 되었다.  

   

텃밭에 꽃을; 사진 김규원

사실 계기는 자그마한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아이 학교에서 마당 화분을 꾸미는데 누군가 학부모  중 조경전공자가 있다고 얘기한 모양이다. 그런데 사실, 하고 싶지는 않은 게 몇 년 전 앞마당을 야생화랑 내가 아끼는 저먼 아이리스 (뿌리를 분근해서)를 심어 가꾸었더니 내 의견도 묻지 않고 갑자기 다 베어버리고 잔디밭으로 가꾸는 일을 저질러서 화가 안 풀린 상태였다. 그래도 또 부탁하기에 치매처럼 예전일을 잊고 화단을 좀 꾸며주었다.

학교 앞 화분 꾸미기: 사진 김규원

자연스러운 화분을 꾸미는데 내가 보기에 만족스럽게 된 것까지는 좋았다. 드다다.... 여기에서 일이 벌어졌다. 그다음 해 동네가 속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위탁하는 사업 중에 동네의 맹꽁이 서식지 정비와 마을 체육공원 일대 정원 사업이 나온 모양인데 이 사업을 학부모 몇 명이 신청했는데 신청한 후에 나를 섭외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원체 모이는 것을 싫어해서 정말 망설이다가 여러 번 고심 끝에 승낙을 했다. 

맹꽁이 서식지와 체육공원 주변 작업 전: 사진 김규원

결론적으로 너무 재미있는 한 해였지만, 정원 가꾸기의 60%는 호미보다, 곡괭이와 삽질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일단 망가진 땅의 잡초를 캐고 곡괭이질은 물론, 동네에서 아무렇게나 버린 쓰레기부터 해결해야 했다. 조경공사 이전에 토목공사라고나 할까

쓰레기 정리과 땅 갈기: 사진 김규원

그래도 깨끗이 정리하고 맹꽁이 숲의 쓰레기, 우거진 외래종 풀들을 제거하기도 하며 동네 아이들이 자주 넘어지던 곳에 간단한 계단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노가다 노가다 노가다: 사진 김규원

가장 행복할 때는... 역시 지름신이 강림하셔서 꽃과 식물을 쇼핑할 때였다. 예전에는 인터넷 혹은 양재동 꽃시장만 살짝 들렀다가 거대한 서초동 내곡동인가 가 보니 엄청난 규모의 모종농원을 가보니 정말 별세계였다. 

없는게 없는 모종시장: 사진 김규원

( 올리브 가든이 내 소원인데 ㅠㅠㅠㅠ)


우와 내가 이재용 회장이라면 여기를 다 사고 싶은. 일단 같이 간 팀원들도 모두 나와 같은 즐거운 패닉 증세여서 워워 다운시키고 식물을 고를 때 몇 가지 원칙 (햇빛, 토양, 수분 조건)등을 알려주고 지름신을 멀리하게 해... 지만 그래도 계속 골라오는 것을 되돌리기를 수차례. 드디어 마을 땅에 맞는 식물을 골라 돌아왔다. 그리

고 또 삽질과 곡괭이질...

습지 식물 고르기: 사진 김규원
언제나 행복한 언박싱: 사진 김규원

체육 시설 옆에는 간단한 벽돌 펜스로 허브위주의 가든을 만들었다. 허브가 원래 대부분 잘 자라는 야생화류에서 출발했기에 관리가 용이한 아이들로 골랐다. 라벤더, 구절초, 꽃부추, 민트, 토종 박하, 방아, 바질, 루꼴라, 고수 (고수 꽃이 얼마나 예쁜지), 세이지, 그리고 내가 너무 좋아하는 당귀. 몇 가지는 발아를 시켜서 심기도 했다. 이 허브 아이들은 먹기도 좋지만, 향기, 꽃도 훌륭해서 봄, 여름, 가을 내내 마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정원이 되었다. 주말마다 산책하시는 분들에게 ‘좀 따 가세요’ 하고 말할 정도로.

허브야 쑥쑥: 사진 김규원
씨도 키우고 모종도 심고: 사진 김규원
허브를 심자마자: 사진 김규원
향기롭고 아름다운 허브: 사진 김규원
허브꽃밭: 사지 김규원

고수 꽃, 세이지꽃 등이 너무 예쁘고 향도 좋아서 팀원, 마을 주민들 그리고 동네 산에서 몰려온 꿀벌들이 모두 만족했다.

한편 맹꽁이 연못에는 부레옥잠, 물배추를 조금만 개체 넣었더니 나중에 연못을 꽉 채웠고, 맹꽁이뿐만 아니라 개구리, 두꺼비도 들락날락. 습지에 어울리는 사초, 노루오줌풀 등을 잘 심어서 정비했다. 

개구리와 맹꽁이의 천국: 사진 김규원
맹꽁이 연못 주변 정비: 사진 김규원
담배꽁초와 쓰레기 투성이를 정원으로: 사진 김규원

힘이 들었지만 여름에 아이들이 생태 학습하면서 맹꽁이를 관찰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힘이 불끈. 맹꽁이뿐만 아니라 많은 양서류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다음 사진에서 찾아보세요. 물론 관찰하고 다 놓아줬죠.

동네 양서류 친구들: 사진 김규원
맹꽁이와 올챙이: 사진 김규원

그리고 허브랑 연못이 뜨겁게 자라는 너무 멋진 여름이 오고 가을이 왔다. 다른 풀들이 함께 자라면서 심은 듯 안 심은 듯 멋진 자연주의 정원? (사실은 게을러서)이 되었다.

어쩌다가 자연주의 정원: 사진 김규원

허브 정원은 게다가 좋은 게 한번 심으면 씨가 저절로 나서 다음 해에도 더 잘 자라기에 거의 손이 타지 않는 (여름 김매기는 필요하지만) 것에서 '이래서 허브가든 허브가든 하는구나'라고 떠올랐다. 덤으로 허브를 핑계로 자주 고기 파티와 파스타 요리도 집에서... 게다가 고수가 너무 잘 자라줘서 아무 데나 고수를 뿌리는 사치도 누렸다.

정원인지 풀숲인지: 사진 김규원

그리고... 음... 주말만 작업하다 보니 게으른 게 오히려 이점이 되어 드러나지 않는 자연스러운 가든이 만들어졌다. 역시 가드닝은 게을러야 컼.

 마지막으로 다음 해 봄을 위해 체육공원 옆에 튤립 구근을 (왜들 이리 손이 큰지...) 왕창 심어서 그다음 해 멋진 튤립도 보게 되었다. 산책 나온 이웃들도 너무나 좋아하고 덤으로 이곳에 더 이상 쓰레기를 버리는 게 확 줄기도 했다. 

이듬해 튤립 낙원: 사진 김규원

밖에서 정원놀이를 한 것도 좋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허브를 마음껏 땅에다 심어보고, 습지도 가꾼 것이 한 해가 꽉 찬 느낌이었다. 물론 우여곡절이 있었고 (허리가 거의 망가지는 ㅠㅠ) 의견다툼 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보람 있는 한 해였다. 게다가 여럿이 열심히 (물론 막걸리도) 함께하며 작업하는 보람과 기쁨도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옆의 모내기도 도와주기도 하면서 한해 나답지 않게 공동체로 정원 작업을 한 멋진 한 해였다.

 

아이고 허리야: 사진 김규원

그리고 이듬해는 참여를 안 했지만 다음 사람들이 더 잘 가꾸어주고 팻말도 만들고 해서 보기 좋은 곳으로 변해갔다. 이 와중에 베란다 정원도 이따금 손보고 또 나만의 즐거움도 만끽!

클레오메(족두리꽃)과 제라늄: 사진 김규원

 어쨌든 집을 나와 게릴라에서 공동 정원을 가꾼 한 해를 보냈고 이 경험이 '이제는!' 하면서 지금까지와 다른 인생을 바꿔볼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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