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첫 염색이야."
아빠가 말씀하셨다.
"나도 염색은 처음이야."
언니가 말했다.
오늘은 언니가 미용사.
언니는 인터넷으로 구매한 일회용 염색의 사용법과 여러 후기들을 밤새 읽고 또 읽었더랬다.
"지금 하자."
무언갈 굳게 결심한 듯한 말투와 달리,
긴장이 가득한 몸짓에서,
'망하면 내일 회사 어떻게 가지?' 하는 아빠의 생각이 들렸다.
그렇게 30분간 아빠는 목에 수건을 두른 채, 정면을 응시하며 가만히 앉아계셨다.
언니를 도와 아빠의 머리에 염색약을 바르다가,
문득 어릴 적 기억이 났다.
흰 머리카락 한 가닥 뽑을 때마다 아빠는 우리에게 100 원씩 주셨었다. 당시엔 아빠의 흰 머리카락이 한 두 가닥 눈에 거슬릴 정도였기에, 언니와 눈에 불을 켜고 아빠의 머리카락 속을 휘젓곤 했었다.
그때의 모습 위에 현재의 모습이 겹쳐졌다.
머리카락에 아빠의 인생이 어우러져 있었다.
때론 검고 때론 흰 것들이 빼곡히 채워져 그렇게 아빠의 인생이 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