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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 Jan 19. 2022

Footprints

눈 오는 날.

온 세상이 하얗다.


"추우니까 장갑 껴."

엄마가 장갑 한 짝을 내주셨다.

엄마와 장갑을 나눠끼고, 우산을 들었다.

앞서 걸어가는 엄마의 뒤를 따라 걸었다.


흰 눈 위에 찍힌 엄마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다.  

앞서 걸어가는 발자국에서 엄마의 시간이 보였다.

엄마의 발자국 위에 나의 발자국을 남기며,

엄마의 시간 위에 나의 시간을 남겼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따라 걷던 발자국이 사라지면, 나는 어디로 걸어야 할까.

그제야 앞을 봐도,

눈 앞은 하얗고 하얄 뿐인데.


앞서가던 발자국 없이 온전한 내 힘으로 발자국을 찍기 시작해야될 때.

나는 그 시간을 견뎌낼 수 있을까.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그 시간들이 최대한 천천히 왔으면 좋겠다.

자연스럽지만, 부 자연스러운.


아직은 엄마의 발자국을 따라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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