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아 Oct 11. 2023

나비가 스치듯 물었다.

온전함을 느낀다는 건


정말 오랜만에 가을을 온전히 느끼고 있다.

햇빛도, 바람도, 나무도, 꽃도, 아이들 뛰노는 소리도,

잠시 내려놓은 내 마음까지.

꽤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온함이다.


요즘 벌레가 기승을 부리니 아무 데나 앉지 말라는 엄마의 말씀이 떠올라 주변을 살피다, 들고 온 책과 함께 공원 벤치에 앉았다.


도란도란 왁자지껄 수많은 대화 사이로 들리는 새소리, 바람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순간, 바람 따라 나비가 귓가를 스치듯 지나가며 물었다.


"어때?"


다들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나 혼자 멈춰있는 지금.


"이거 생각보다 아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좋은데?"


내 속도에 맞춰 멈춰있는 것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오늘에야 비로소 짧게 느낀다.


어제의 나, 오늘의 나 이렇게 다른 것을.

내일의 나는 또 무슨 변덕을 부리려나.


궁금하니까.

알기 위해서라도 살아봐야겠다.


이전 25화 실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