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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신들의 학교 Aug 30. 2024

1장. 학교는 이상한 곳이다.

그래서 그만둔 것은 아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달랐을 수도.

그때 저는 생각했습니다.

'여기는 이상한 곳이다.'



공교육은 수십 년째 위기를 맞고 있다.


'공교육이 문제'라는 이야기는 '경제가 어렵다'는 이야기처럼, 실제 측정가능한 지표와는 별개로 늘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오래도록 해결되지는 못하고 조금씩 양상만 바뀌는 '공교육이 문제'라는 명제는 모두가 동의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은 없는, 모두가 우려하지만 그렇다고 뭔가 바꾸려고 하지는 않는, 괴상한 포지션에 있는 것 같다. (선출직 공무원들의 교육분야 공약은 그래서 가장 실효성이 떨어지고, 단순 아이디어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가 잘 없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야 모두가 논의해서 찾아보아야 할 것이지만, 문제점만큼은 두루뭉술하지 않고 명확하게 보여줄 자신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한다.

공교육의 진짜 문제.



그전에 내가 학교에서 근무하며 여러 문제점을 알리는 중,  교사노조의 민원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을 때 작성한 의견서를 보여드린다


이 글은 읽지 않아도 앞으로의 글을 읽는데 지장이 없으니 바로 다음 글로 넘어가셔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며, 이번 장을 마친다.


안녕하십니까.


교육행정 8급 주무관 ㅇㅇㅇ입니다.

 

저의 '공무원으로서 품위유지위반' 건으로 열리는 인사위원회에 참여하지 못함을 애석하게 생각하며 서면으로 의견을 전합니다.


이 글이 인사위원회에서 저에게 질문하고 싶은 부분에 대한 답변이 될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이 인사위원회는 저의 방어권을 위해 열리는 자리이기도 한 만큼,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잘 읽어 주시고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긴 글이 이어지기 전에 결론부터 말씀드린다면,


저는 학교에서 불합리한 관계와 불합리한 시스템을 체험하고 이를 개선하고자 일선 학교 전반의 불합리함을 알리는 활동을 하게 되고 같은 생각을 하는 동료들과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그 과정에 일부 과하다고 생각하는 표현에 대해 교사노조로부터 민원이 제기되어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한두 마디 단어를 떼어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 의미 없지는 않겠지만, 저의 글은 공교육의 발전과 학교행정의 합리적 변화를 위한 의도였습니다. 그러므로 이를 단순한 모욕이나 학교 공동체의 위상을 저해하는 의도로 읽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럼 저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2015년 입직 이후. 제가 경험한 학교는 이상한 곳이었습니다. 인수인계도 없다시피 한데, 업무상 도움이 될 만한 든든한 선배도 없이 알아서 헤쳐 나가야 했습니다. 게다가 머슴처럼 별의별 일에 불려 다녀야 했으니까요.


학교의 일부 교사들은 수 십 년을 근무해 놓고도 들어온 지 1년도 되지 않은 저보다 세금이며 품의에 대해 몰랐습니다. 근로자라면 매년 연말정산을 하고, 맡은 업무에 따라 수시로 품의를 해야 할 텐데 어찌 그걸 모를 수 있을까 궁금했지요. 이유는 곧 밝혀졌습니다. 저에게 묻는 척하면서 본인의 연말정산을 시키고, 품의를 거의 하지 않는 교사도 있더군요. 저는 생각했습니다. '여긴 이상한 곳이구나'


멀리 떨어진 교실에서 도와달라고 전화가 오기도 했습니다. '교실'에 행정실 직원이 할 일이 뭐가 있겠나 싶어 가보면 컴퓨터 연결 문제이거나 책상을 옮긴다거나 못을 박아달라던가 벌레문제 따위였습니다. 왜 가까운 옆 교실에서 도움을 받지 않는지, 어째서 자신이 사용하는 교실인데 아무것도 모르는지,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멀찍이 떨어져 손 하나 까딱 안 하는 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 여기는 정말 이상한 곳이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중앙현관에 트리를 설치하고 꾸밀 때에도, 연말에 오케스트라 행사장을 준비할 때에도, 입학 시기에 정문에 꽃을 심을 때에도. 고작 3명인 행정실 직원이 총 출동하여 그 일을 해내었습니다.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행사가 잘 되었는지 화단의 상태가 어떤지 행사에 나온 다과는 어땠는지 평가하고 하하 호호하는 것은, 그 일을 하지 않은 교사들이었습니다.


이 극명하게 나누어진 '계급'과도 같은 상황이 저는 몹시 당황스러웠습니다. 저는 아무도 저보다 '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학교에서 만난 일부 교사는 저를 '낮은' 사람 취급을 하니까요.


그저 일부 교사들의 태도만이 문제였다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언정 큰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스템은 더욱 이상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발령일에 임박해서야 발령지를 알려주는 관행은 너무나 불합리하다는 생각인데, 이것이 교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충격이 컸습니다. 입직하자마자 적응을 못해 울며불며 야근을 하고 결국 면직하고야 마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 관행의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었습니다


또한 교원의 정기승급 업무를 굳이 행정실의 급여담당이 하는 관행 또한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아무리 봐도 교원인사에서 호봉승급을 하면 급여담당자가 급여를 지급하는, '협업', '분업', '업무절차'의 개념일 텐데 그걸 행정실로 넘기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필요한 가구나 물건의 크기와 기능 따위를 행정실에 와서 손짓을 해가며 설명하고는 '그런 걸로 사주세요' 라며 지시와 같은 부탁을 하고 떠나는 일부 교사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아무런 설명도 메모도 없이 꼬깃하게 구겨진 카드 영수증을 내밀며 '여기요~'라고 건네주는 일부 교사에게는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지 난감하여 헛웃음만 나왔습니다.


건강검진 edi에서 건강검진 대상자 명단을 받았으니 건강검진 대상자를 챙기고 기관이 과태료를 물지 않도록 아등바등하는 일이 행정실의 몫이라는 걸 누구에게 이야기해야 믿어주겠습니까? 학교마다 보건교사가 있는데요.


시설직 공무원이 결원이면 시설 일은 진행을 못하는 게 정상일 텐데 행정실에서 당연히 하라는 지원청의 태도와 독촉은 당할 때마다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자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갔더니, 놀이시설을 이용하는 어린이를 지도 감독하는 게 주요 골자였습니다. 이것이 어째서 '시설업무'로 알려져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민방위 대피 훈련, 소방 훈련, 소방안전관리자, 현장학습 차량점검 및 운전자 음주 측정 등. 수백수천에 이르는 학교의 '학생'이 당사자가 되는 이런 업무에 행정실이 주로 나서야 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저는 힘도 세고 기계와 전기 컴퓨터 사용에 익숙하며 대체적으로 다재다능한 편이어서 이러한 요구가 큰 무리는 없었지만, 아무리 봐도 이것은 '저'에 대한 것이 아니라 '교육행정직'에 대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불합리함을 누군가와 얘기하고 싶었고, 그렇게 개설한 채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가 겪은 불합리를 성토하였습니다.


저는 그동안 제가 모르던 불합리와 비효율 등이 많이 있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교원의 41조 연수규정이 대표적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서면으로 입장을 전하는 과정에서도, 공문을 수령했음을 증명하는 수령증을 두 번에 걸쳐 등기와 메일로 보내야만 했습니다. 육아휴직 중에도 간단하나마 복무상황에 대한 보고를 해야 합니다. 임금을 받지 못하는 육아휴직이지만, 그렇습니다.


하지만 교원은 41조 연수를 하면서 연수 사실을 증명하지 않습니다. 행정의 기본인 '환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특혜인 것입니다.


41조 연수 등 제가 몰랐던 불합리한 점까지 글을 써서 사람들과 논의를 하였습니다. 그 와중에 서이초 사건이 일어나고, 이른바 '교권침해'에 대한 공포가 사회적으로 확산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노조가 행한 저에 대한 고발은 그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설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의 진술이 행여 징계에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걱정이 되어 교사들에 대한 예는 모두 뺄까 지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 보면 일선 학교의 교행직들이 느끼는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 현장 상황을 잘 모를 수도 있는 여러분께 간략하게나마 소개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기도 하여 이것을 놓칠 순 없다는 마음도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확대해석하고 확증편향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은 저 스스로에게도 많이 던져보았던 질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저와 동료들이 느끼는 불합리는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내용과는 별개로 일부 표현에 대한 민원과 그에 따른 징계를 받게 되어 씁쓸합니다만, 품위를 저해하지 않고 일선 학교의 불합리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현명하고 관대한 결정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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