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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웰브져니 May 29. 2024

팽팽한 인터넷계에 느슨함을 주러 왔습니다

2시간 짜리 만들다 2분짜리 만들려구요

[사무실] D

회의 테이블에 앉아있는 두 명이 책상 위에 놓인 카메라에 시점으로 비춰진다.


대표        감독님, 우리 이래서 안되는거야.

               진작에 켰어야지. 아까 재밌는 얘기 다 했는데.

감독        아니... 근데 유튜브하려면 뭐 좀 공부해야 하는 거 아녀요?

                유튜브 학원 같은 것도 있던데?

대표        감독님, 신사임당 아시죠?

감독        아뇨.

대표        신사임당도 몰라요? 우리 영화인들 이래서 안돼...

                저두 이번에 유튜브하려고 하면서 그 분 동영상을 처음 봤는데,

                그래도 이름은 알고 있었어요. 유튜브계의 백종원 같은 분인가봐.

감독        우리 어떡해요? 할 수 있을까요?

대표        못해요. 우리. 제가 유튜브 잘하는 법 영상 많이 봤는데...

              트렌드를 엄청 따라가야돼요.  결론은, 우리는 못한다는 거예요.

                우리 신사임당도 모르잖아요... 유튜브도 많이 안보고 ㅋㅋㅋ

                우린 절대 못 따라가.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져.

감독       가랑이 찢어지죠 ㅋㅋㅋ

대표        그래서 그냥 반대로 가야해요.

감독        반대로?

대표        이 도파민 터지는 콘텐츠의 푹풍 속에서 칠(Chill)하게 가는 거죠. 

                 그냥 엇박으로. 루즈하게 시작하는 거죠. 대신 감성있고 감각있게.

                팽팽한 인터넷계에 느슨함을 주는 거예요.

감독        그거 영화인들이 제일 잘하는 거죠. ㅎㅎㅎ

대표        근데 인터넷에는 맞아야 되니까. 2분 이내 콘텐츠로 짤라서.

                그리고 세로로. 근데 이어져야지.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하니까.

                그래서 우리 브랜드 "시네마 세로"예요. 

감독        그럼 이제 우리 뭐하면 돼요?

대표         브랜드 이름은 만들었으니까. 로고도 만들고... 유튜브 채널 개설해야죠.

                할 일이 많네요.

                그리구 이런 거 엄청 올려야해요. 뭐든 만드는 과정을 올려야 돼.

감독        아... 그 유튜버들처럼 카메라 계속 찍고.

대표        그니까요. 막 카메라가 자기 팔같다 그러잖아요.

감독        익숙해져야겠네... 이거 많이 만들라면 진짜 우리 그냥 계속 찍고 올려야해요.

대표        그러니까요. 짤라서 어떻게 붙일까 이런 거 편집 이런거 생각함 안돼. 그럼 못 만들 거 같아.

                감독님, 지금 생각하고 있었죠? 편집점?

감독        네... 

대표        그니까...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많이 만들어서 많이 올려야돼.

                우리 또 이런다. 이런 것도 대사 미리 생각해가지고 또 연기한다.

감독         대표님, 연기 잘 하실 거 같아요.

대표        아.. 우리 진짜.. 잘 할 수 있을까요?

감독        대표님, 근데 이거 돈은 어떻게 벌어요?

대표        사실.. 그게 제일 문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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