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캐스팅 비하인드
영화 일을 하는 것의 가장 큰 메리트는 무엇일까?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들고 돈 안 되는 일에 몰두하고 있을까?
나의 답은 바로 ‘매력적인 사람들‘과 아름다운 결과물을 함께 만들어 가는 재미이다.
그리고 ‘매력적인 사람들’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은 바로 배우이다.
사실 나는 영화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유난히도 배우 복이 있는 편이었다.
CJ 엔터에 입사한 후 얼마되지 않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마케팅을 맡아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 배우와 깐 영화제를 함께 다녀오기도 하고,
그다음 해에 또 <박쥐>로 송강호, 김옥빈, 신하균 배우와 깐을 갔다.
그리고 나의 첫 제작 작품은 전종서, 손석구의 <연애빠진로맨스>.
당시, 손석구 배우는 <범죄도시2>의 강해상 배우로 첫 주연급 캐스팅이 되어 촬영 중인 상태,
전종서 배우는 두 번째 출연작인 <콜>의 촬영을 막 마친 상태로
둘을 라이징 배우의 캐스팅이라고 생각하고 진행한 터였다.
이런 내가 초저예산의 숏폼 시네마 캐스팅을 맞닿드렸을 때란?
난감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 해온 영화 캐스팅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
이 정도의 신인 배우 캐스팅을 진행해 본 적이 없던 터라 막막함이 밀려왔다.
필름메이커스에 공고를 내는 것부터가 낯설었다.
그리고....
500여 개의 프로필 영상을 봐야 하는 일이 어마어마하게 느껴졌다.
유명 매니지먼트사의 신인 개발을 담당하는 전문가인 니꼴액팅스튜디오의 니꼴과 함께 제작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난 엄두도 못 냈을 일이었다.
신인 배우 캐스팅을 진행하며 느낀, 가장 중요한 점은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상업 영화 기획은 글을 쓸 때부터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쓰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유명 배우다. 유명 배우가 가진 이미지를 떠올리며 쓰면, 캐릭터가 더 잘 잡히기 때문이다.
유명 배우는 이미 모두의 머릿속에 그 배우에 대한 사전 정보가 많다.
반면 신인 배우의 경우는, 제작진들이 그들에 대한 아무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만나게 된다.
알 수 있는 정보는 그들이 제출한 "프로필"과 "연기 영상"이다.
일단, 영상과 프로필이 다른 경우가 너무 많아서 "영상" 위주로 검토하게 된다.
그런데 이때 "정보의 비대칭성"이 문제가 된다.
오로지 이 영상만을 보고 1차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보가 제한적인 것에 비해 검토해야 할 대상은 너무나 많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과 제작진은 배우 개개인이 가진 매력을 다각도로 검토하여 캐스팅하기보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 놓은 캐릭터 이미지에 맞는 배우를 1차로 빠르게 거를 수밖에 없다.
제작자의 입장에서 신인 배우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오디션 Tip을 드리자면,
1) 1차 서류 전형(?)은 배역에 딱 맞는 "영상"에 힘쓰길
내 생각에 배우들은 이때, 자신의 다양한 매력을 어필하는 전략보다는
공고문에 나온 캐릭터에 딱 맞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내 경우, 실제로 캐릭터에 맞는 영상을 보낸 배우들이 제일 눈에 띄었고,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영상들을 보낸 배우들은 빠르게 skip 하게 되었다.
2) 2차 대면 오디션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
2차 대면 오디션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것 같다.
이미 1차에서 보여준 모습이 있고, 그 모습이 생각한 캐릭터에 맞다고 생각한 사람을
부른 것이기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매력이 한 층 돋보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오디션은 문을 열고 입장할 때부터가 시작이다.
제작진은 연기자가 어떤 사람인지부터가 캐릭터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걸어 들어오는 것, 의자에 앉는 것, 그리고 중간중간 쉬는 모습까지도
캐릭터의 정보로 받아들인다.
연기할 때와 일상적인 모습의 갭차이가 제작진들에게는 갭모에가 될 수도...
아무튼, 우리의 숏폼 시네마는 당황스러웠던 캐스팅 난관을 뚫고
결국 아주 흡족한 캐스팅을 이루어냈다는!
그러나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