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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iv Feb 05. 2021

내가 좋아서 가는 카페 소개 (8)

부암동 <에이커피 서울 쇼룸> 내 마음속의 1등 카페가 바뀌다..

 한동안 ‘내가 좋아서 가는 카페 소개’ 글을 쓸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 일상적인 일이 가능하지 않았으니.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일부 조정이 되고 나서 정말 오랜만에 카페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그리 중요하지는 않지만 내 마음속 1등 카페가 바뀌게 되었다.

 카페 소개 글을 쓸 때는 나만의 기준이 있다. 가능하면 2번 이상 방문한 카페, 그리고 그 카페의 에스프레소, 브루잉 커피, 그리고 라떼와 같은 밀크 베버리지 (또는 시그니쳐 메뉴)를 다 마셔본 다음에 글을 쓰겠다는 것이다. 누가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키려고 하는 나와의 약속 같은.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카페는 작년 11월 즈음 오픈을 했을 때 처음 방문은 하고 바로 글을 쓰고 싶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다음 방문을 하고 나서 카페의 메뉴를 다 마시고 나서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지만 그 이후 두 번째 방문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다시 카페를 갈 수 있게 된 지난주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이 곳을 방문하게 되었고 빨리 카페 소개하는 글을 쓰고 싶어 졌다.


 이전의 글에서도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호주의 멜버른과 시드니, 이 두 도시는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꼭 한 번 가고 싶은 장소로 여겨진다. 그 이유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커피 문화를 발전시켜나가면서 전 세계의 커피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여러 카페와 로스터리를 직접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 호주 커피라고 하면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은 ‘폴 바셋’이라는 카페이다. 오늘 할 이야기에서 조금은 벗어나긴 했지만, ‘폴 바셋’이라는 브랜드가 우리나라에서는 호주 커피를 상징하는 것처럼 되어 있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쉽(WBC)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리스타인 폴 바셋은 호주 출신이 맞다. 하지만 실제 ‘폴 바셋’이라는 카페는 호주에서 시작된 게 아니다. ‘폴 바셋’의 시작은 이 바리스타가 WBC에서 우승한 모습을 본 일본의 한 커피 업계 사람이 그와 만남을 가지고 일본에서 그의 이름을 건 카페를 열어보자는 제안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일본에서 첫 카페를 연 ‘폴 바셋’은 WBC 우승 타이틀을 활용한 마케팅과 스페셜티 커피가 일본에서 붐을 일으키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려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일본에서 커피를 하겠다고 하거나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폴 바셋 매장에 몰리게 되고 이곳에서 커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면서 같이 성장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까지 일본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는 유명한 카페와 로스터리 중에 폴 바셋 출신이 상당히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폴 바셋은 이 일본의 케이스와 유사하다. ‘폴 바셋’이라는 바리스타와 계약을 하고 그의 이름을 건 카페 브랜드 오픈한. 그래서 폴 바셋을 호주 커피 또는 카페라고 하기에는 약간은 애매한 부분이 있는 느낌이다.


 다시 카페 이야기로 돌아와서 오늘 소개할 곳은 멜버른의 유명 로스터리인 에이커피(ACOFFEE)가 직접 한국에 진출해서 오픈한 <에이커피 서울 쇼룸>이다. '환기 미술관' 이 있는 부암동의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에이커피 서울 쇼룸>은 작년 11월에 첫 시작을 알렸다. 오픈 당시 국내의 커피 업계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동안 호주의 유명 로스터리와 파트너십을 맺고 호주에서 직접 원두를 들여와서 커피를 제공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렇게 호주 로스터리가 직접 들어와서 한국에 카페를 차리는 경우는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나이가 들수록 틀리는 경우가 더 많이 지고 있기는 하지만) <듁스 커피 서울 쇼룸>이 호주 로스터리가 직접 들어온 첫 케이스가 아닌가 한다. 시드니의 유명 로스터인 St. ALi와 파트너십을 맺은 합정동의 카페 <멜브>(MELb.)라던지 시드니의 Nomcore와 파트너로 일하는 연남동의 <어나더 룸>이 일반적으로 원두를 들여오는 카페들이다. 소소한 뒷 이야기로 연남동의 <어나더 룸>이 처음 매장을 열었을 때 제공하던 커피가 바로 에이커피의 원두였다. 이후에 <어나더 룸>에서는 <에이커피>를 한국에 들여오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호주의 에이커피 본사에서 자신의 바리스타 한 명이 조만간 한국으로 들어가서 직접 에이커피를 한국에 알릴 예정이어서 정중히 거절을 했다고 한다. 그 바리스타 분이 지금 <에이커피 서울 쇼룸>을 운영하고 있는 분이다. 멜버른에서 유명한 에이커피에서 일하는 유일한 동양인으로 이미 커피 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분이라고 한다. 에이커피에서 오랜 기간 동안 로스터로서 그리고 커피의 품질을 관리하는 QC로 그리고 바리스타로도,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며 에이커피의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작년 가을 한국에 직접 들어오는 <에이커피>의 책임자로 지금 이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카페에 갔을 때 그 카페에 대한 좋은 느낌을 받는 것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잘 맞아떨어졌을 때라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는 커피의 맛이지만 맛 이외에도 그곳의 분위기, 같이 커피를 마신 사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리스타의 응대 또는 호스피탈리티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바리스타는 커피를 만들어주는 기능적인 사람으로만 인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리스타는 커피의 맛을 더 정확하게 느끼게 해주는 안내자가 아닐까 한다. 특히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는 카페의 경우 이런 바리스타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프랜차이즈 카페와 다른 다양한 원두를 만날 수 있을뿐더러 그 낯선 원두들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 없다면 고객은 이전에 내가 자주 마시던 (예를 들면 프랜차이즈 카페의) 익숙한 커피와는 다른 독특한 커피를 (일반적으로는 기분 나쁜 의미의) 마셨다는 경험하게 되고 스페셜티 커피를 더 이상 즐기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낮은듯하면서도 높은 스페셜티 커피로의 진입 장벽을 허물어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바리스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호주 커피 문화를 자주 언급했었는데 (실제로 호주에 가본 경험은 없다) 이를 경험한 사람들은 모두가 바리스타의 호스피탈리티를 언급한다. 카페에 가면 커피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에서부터 부담스럽지 않은 그리고 기분이 좋아지는 스몰 토크까지 자연스럽게 나누면서 커피를 더 맛있게 해주는 것 말이다. 내가 느낀  <에이커피 서울 쇼룸>의 바리스타 분은 글로 설명된 바리스타의 모습을 그대로 몸으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속으로 ‘아, 정말 멜버른의 바리스타분들은 저렇겠구나’ 하는 생각을.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이 곳의 커피가 더 맛있었는지도 모른다.

[멜버른에서만 마실 수 있다는 ‘매직’과 브루잉 커피]

호주 에이커피에서 가져오는 다양한 원두를 마실 수 있는 이곳은 싱글 오리진 원두의 브루잉 커피를 그리고 시그니쳐 브랜딩 원두와 시즈널 블랜딩 원두로 만든 에스프레소와 밀크 베버리지 커피를 마셔 보았다. 보통은 플랫화이트를 주문하는데 메뉴판에는 없지만 멜버른에서만 마실 수 있다는 ‘매직’이(플랫화이트보다 조금 더 진한 커피) 가능한지 바리스타분에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매직’ 메뉴를 주문하는 분은 드문데 너무 반갑다는 대답과 함께 멋진 라떼아트와 함께 만들어 주셨다. 같이 주문한 에티오피아 원두의 브루잉 커피도 은은한 베리향이 선명하면서 식을수록 밀크 초콜릿 향미가 은은하게 올라오는 밸런스가 좋은 커피였다. 커피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추가로 에스프레소 맛을 한 번 보여주고 싶으신 바리스타분의 권유와 함께 에스프레소를 건네받았다. 마음속으로 에스프레소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즘. 에스프레소는 어느 카페나 항상 있는 메뉴지만 고객들이 거의 찾지 않는 음료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 카페가 정말 맛을 신경 쓰고 있다는 걸 느끼려면 에스프레소를 마셔보는 게 가장 빠르다. (에스프레소 관련 글에서 언급한)  

<에이커피>의 에스프레소는 근 몇 년간 마셔본 것 중 가장 좋은 커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마치 레드 와인을 머금은 듯한 뉘앙스가 입안에 확 퍼지면서 은은한 단맛이 여운으로 남는. 너무 맛있게 마시고 있었는지 “에스프레소로 마셔본 원두를 사용해서 다른 느낌을 느낄 수 있다”면서 브루잉 커피로도 제공을 해 주셨다. 추출 방식에 따라서 원두의 개성을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에스프레소와 그 원두로 내린 브루잉 커피]

 의도하지 않았지만 한 자리에서 4잔의 다른 커피를 마셨지만 네 가지 음료 모두 각각의 매력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었다. 카페를 자주 다녔지만 이런 경험은 흔하지 않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래피티 연남>에서 처음 파나마 게이샤 커피를 마시고 농장마다 각각 다른 향을 선명하게 느낀 경험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우연한 기회에 이런 값진 경험을 하게 되어서인지 그 이후 이 곳의 커피를 더 많은 사람들이 마셔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카페들이 너무 힘들다고 하는데 이런 좋은 커피를 하는 곳에도 사람이 너무 없는 게 조금 아쉬워서였다.


커피의 맛을 글로 전달하기 위해서 다양한 커피 용어나 표현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직접 마셔보는 것 말고는 정확히 전달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또다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상황이 언제 달라질지 모르니 이번 주말 꼭 한 번 부암동의 <에이커피 서울 쇼룸>의 커피를 매장에서 마셔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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