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진리는 나의 빛.'...
젊은 시절 내 마음을 흔들고 내 삶을 지탱하게 해 준 한국 최고 대학의 교훈이다. 그러나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압도적인 폭력과 모순 앞에서 모든 이론은 공허하며 현실을 조금도 바꿀 수 없다는 절망감에 빠져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에 희망을 걸었었다. 이런 생각은 아마 80년대 한국 근대사의 어두운 시절을 가까이에서 겪은 대부분 젊은이들의 고민과 고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어느 정도의 경제성장과 민주화가 되고 난 90년대 이후였다. 잘 사는 나라와 민주화라는 절대적인 희망과 목표를 잃어버린 젊은이들에게 진리는 또 한 번 무기력한 민낯을 드러내는 듯했다. 이제 학생들에게는 학문이 취업과 밥벌이를 위한 수단이 되고 또 교수들에게는 정권이나 기업이 원하는 것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여 정당화시켜 주면서 연구비도 타내고 권력에 줄을 대고 있다가 새 정권이 들어서면 스스로 권력자가 되고 정치가들은 복지와 정의라는 이름으로 또는 성장과 풍요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을 절대악으로 몰아붙이면서 권력을 잡고 결국은 자기편에게 유리한 체제와 인사와 법률로 국민들을 통제하고 사람들은 덩달아 자신에게 지금 당장 유리한 것이 정의요 진리라고 주장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진리는 어디에 있는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과연 진리와 자유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가? 오로지 돈과 권력과 물질과 풍요와 기술과 즐거움과 휴식이면 족한가? 인간사는 결국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서로 빼앗거나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싸울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아니다. 요즈음 사람들은 자신들이 아직도 역사와 사회 안에서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를 느끼지 못하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진리와 자유의 중요한 의미를 잊고 있을 뿐이다. 상상해 보라. 만일 당신이 지금 북한이나 시리아에 살고 있다면, 히틀러 치하에서 성장했다면, 봉건시대 여자로 태어났다면... 당신의 성실성과 선한 의지와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인간은 아직도 철저히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모든 문제는 공동체 안에서 풀어야 하며 한편으로 이 한계를 극복하여 자유를 얻는 유일한 길이 진리인 것이다.
인간의 역사는 개인의 자유를 확대해 온 역사이며 우리가 진리를 추구하는 이유는 현재의 나를 규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거기에서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이다. 경제를 알아야 성실하게 노력했지만 파산하는 이유를 알고 대처할 것이고 자연을 알아야 어떻게 자연과 공존 번영하는 방법을 알 수가 있다. 위생과 의학을 알아야 질병에서 자유로우며 공학을 알아야 궁핍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회와 정치를 알아야 진짜 정의롭게 공존하는 법을 안다. 하지만 알려면 제대로 알아야 한다. 어정쩡하게 잘못 알고 믿고 행동하면 오히려 재앙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많은 사례를 본다. 이것이 우리에게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진리와 지혜가 필요한 이유이다.
1. '모든 것은 변한다.' (무릇 약한 것은 살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강한 것들은 우위에 서기 위해 서로 경쟁하며 힘의 역학관계는 생명이 존재하는 한 변화하며 모든 존재는 우주가 존재하는 한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천 興亡盛衰한다.) 자연의 힘 앞에서 무기력하고 결핍 속에서 시달리던 인간들은 부족을 만들어 공동체 안에서 협력하고 한편으로 다른 부족들과 치열한 경쟁(전쟁과 폭력)을 했으며 국가라는 거대한 체제를 만들어 서로 견제하고 싸우는 한편 공동체 안에서는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구성원을 보호하면서 그 대가로 불평등 구조를 질서 유지와 착취의 수단으로 이용하여 왔다. 물론 이견도 있고 단기적으로 보면 후퇴하는 듯이 보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인간은 개인들의 자유와 복리와 수명과 존엄성(인권)을 향상시켜왔다. 그리하여 대다수 문명국가에서는 자신들이 여전히 구속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한다. (물론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든 구속을 못 느끼는 사람들도 있고 심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다.)
2.'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자유를 추구하되 현실적 한계를 받아들여야 한다. 진리와 정의는 극단에 있지 않고 타협에 있다) 현실을 너무 부정하고 전체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진보] 현실이 무너지며, 현실을 지나치게 받아들이고 개인만을 강조하면 [=보수] 변화 발전이 없다. {개인적으로도 현재에 만족하고 감사하되 주저앉지는 말고 한 걸음씩만 조금씩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좋다.}
3. 결국에는 '진리가 자유로 가는 길을 보여줄 것이다.' 절대적이고 영원한 정의와 진리는 없으므로 끊임없는 변증법적 부정으로 정의와 진리를 추구하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그 노력을 게을리 하는 개인과 공동체의 종말은 비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