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과 품위

by 이윤수


나에겐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은밀한 소망이 하나 있다. 현실적으로는 공부하고 일하고 가정과 사회생활을 통해서 보람과 행복을 추구하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나중에 나이가 들면 삶의 경륜에서 우러나온 품위의 아름다움이 젊음의 싱싱함보다 더 빛날 수 있게 그렇게 일생을 살다가 가고 싶었다.

하지만 많은 세상 사람들이 분노나 정욕 때문에 또는 과시 이익 쾌락 돈과 권력을 위해 너무 쉽게 양심과 명예와 신용과 인격을 파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본받고 싶은 스승이나 롤 모델을 만나기가 어려울 정도로 이것이 나뿐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알게 되었다.

이는 가식이 아닌 진정한 품위가 세속적 성공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교양 있는 삶의 축적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양이란 무엇인가?

시대와 문화에 따라 표현방식은 달라지겠지만 근대 주류사회에서 교양이란 세상을 바로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지식과 자신의 삶을 건실하게 영위할 수 있는 품성과 약자를 보살피고 불의에 맞서며 남의 허물도 이해하고 포용하는 덕성의 3가지 요소 그리고 이를 균형 있게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자질로 이루어진 것으로 이는 어느 한 분야에서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폭넓게 평생을 갈고닦아야 하는 것이며 전문 직업교육과 더불어 바람직한 삶과 전인교육의 궁극적 목표이기도 하다.

우선 지식 면에 있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문학 철학 예술 등 인문 사회 분야뿐만 아니라 물리 화학 생물 천문 지리 의학 전기전자 전산 등 자연과학 분야에서도 상당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심지어 ‘교양’이라는 제목으로 백과사전 보다 두꺼운 책이 나왔고 대학에서도 교양과목에 최소 1년을 투자할 정도로 교양 지식을 쌓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세상을 바로 이해하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많은 독서와 공부가 필요하다. 정말 운이 좋게도 공부를 하지 않아도 세상의 진실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지혜와 혜안을 가진 사람도 드물게 있겠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교양 지식을 쌓는 것이 무엇이 옳은지도 모르면서 천박하게 날뛰며 살아가지 않을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기초적인 필수조건이다.

다음은 예절 예능 유머 운동 옷차림 몸가짐 대화 건전한 생활습관 기본 외국어 등 일상에서의 삶을 건실하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연 절주 위생 주기적 운동 등 건강한 습관뿐만 아니라 즐거움과 활력을 주는 스포츠와 소풍 산책 등으로 자연을 즐기고 음악 원예 애완 등 각종 취미활동과 영화 전시회 공연 등 문화활동에 참여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하며 가족과 동료와 이웃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함부로 간섭하거나 설교하지 않고 마음을 배려할 수 있는 예절을 지키며 검소하고 단정한 용모와 옷차림 밝은 미소 유쾌한 웃음 겸손한 행동거지 그리고 부드러운 표정과 목소리, 유머가 포함된 정제되고 명랑한 대화로 긍정적인 교류를 하며 나아가 공동체에 봉사하고 참여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야만 한다.

세 번째로 세상을 포용할 수 있는 덕을 쌓는 일이다. 정직 근면 성실 신용 등 기본 덕목은 말할 것도 없고 약자에 대한 측은지심을 가지고 보살피며 두려움이나 망설임 없이 부정과 불의에 맞서고 상대방의 이견을 존중하며 나아가 세속적인 이해관계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며 실질적 피해와 부당함에도 인간으로서는 남의 허물을 감싸 안을 줄 알고 아픔과 상실에도 슬픔 등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지 않으며 항상 평상심을 유지하고 그러면서도 위선적이거나 가식적이지 않아 진솔하고 진심이 담긴 감성을 자연스럽게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또한 천성적으로 착하고 선하며 덕을 갖춘 사람도 있겠지만 나 같은 속물은 거의 도가 통할 정도의 정성과 노력으로도 될동말동 한 일이기는 하나 이러한 덕이 몸과 마음에 배어 있어야 비로소 온화하고 밝은 표정과 기운에 아름다운 빛이 나는 진정한 교양을 갖춘 품위가 완성되는 것이다.

또한 구체적인 실천에 있어서는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고 자칫 균형을 잃기가 쉬우므로 적절하게 자제하면서도 지속적인 중용을 유지하여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진정한 목표는 종착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정에 있으며 더 소중한 가치는 결과가 아니라 절차와 과정에 있음을 깨닫고 실천한다면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매 순간순간이 의미 있고 행복하며 언젠가 뜻하는 바도 어느 정도는 이루어지리라.

(존경하는 민병하 선생님을 기억하며...)

keyword
이전 11화서울대가 죽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