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1부 5장 서울

by 이윤수

5장 서울


부산에서 출발해서 서울로 가는 비둘기호 완행 보통 열차는 한 밤중에 대전에서 정차를 한 후에 미처 날이 다 밝기도 전 이른 아침에 용산에 도착했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매일 서울로 오는 지 차 안은 승객들로 가득했다. 동대문 의류시장이나 청계천, 세운상가, 을지로, 남대문시장 등에 분야 별로 흩어져 있는 도매 물건을 떼어다가 시골에 내려가서 파는 부지런한 소상인들은 피곤한 여정이 익숙한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코를 골며 자고 있었고, 처음 서울로 올라오는 사람들은 기대와 두려움이 섞인 긴장된 표정으로 내내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기차가 목적지에 도착하여 용산역 플랫폼으로 내려서는 승객들은 그 어느 쪽이든 짐 보따리가 큰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상인들의 것은 홀쭉했고 상경인들의 짐은 불룩해서 확연하게 차이가 났고 발걸음도 아주 달랐다. 상인들은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뛰듯이 개찰구를 나섰고 상경인들은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용산역, 서울 땅에 첫발을 디뎠다.


푸릇푸릇 여명이 걷히고 아침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는 용산과 영등포, 구로는 시골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서울이었다. 시골에서 무작정 서울로 오는 사람들은 일단 이곳으로 진입을 해야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맞이하는 것은 역 앞에 늘어선 포장마차와 허름한 가게들이었다.

대부분 '김밥 200원 우동/짜장면 500원 국밥 700원 정식 1000원'이라고 밖에서도 보이도록 유리창에 밥 값을 써 붙여 놓고 뽀얀 김을 문 틈으로 흘려보내면서 서울 물가가 무서운 시골 사람들을 안심시키며 유혹을 하고 있었다.

"뭘 먹을까? 배 고프지?" 명수가 명자를 보고 물어보았다. 연년생인데다가 성격이 거침이 없는 명수가 이럴 땐 오빠라도 되는 듯 다소곳한 명자를 챙긴다.

명자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이며 사열을 하듯이 늘어 서 있는 음식점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같은 값이면 중화요리 먹을까? 외식하는 거 같잖아!" 불안한 명자에 비해 명수는 새로운 모험이라도 나서는 듯 좀 들떠 있었다.

"돈 있어?"

"그럼! 저 봐, 얼마 비싸지도 않은 데 뭐!"

둘은 모퉁이를 돌아 붉은 등이 걸려 있는 한 중화요리점의 여닫이 유리 창살 문을 열고 들어섰다. 홀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탁자에 웅크리고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벽 한 복판에 크게 걸려있는 메뉴판에는 뭔지도 모를 각종 중화요리 이름들이 잔뜩 적혀 있었지만 아침 손님들은 대부분 우동이나 짜장 짬뽕 같은 간단한 요기를 하고 있는 듯 했다.

'물은 셀프'라고 메뉴판 아래에 써 붙여 놓은 게 눈에 띄었지만,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오면서 첫 잔 만큼은 따뜻한 자스민 차로 컵에다가 그득 따라 주었다. 부드러운 자스민 차가 입 안 가득 향긋하게 퍼지면서 식도와 배 속 까지 따스함이 전해져서 새벽의 찬 기운과 긴장감에 뻣뻣했던 몸과 마음이 함께 녹아내리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여기 우동하고 짜장 한 그릇 씩 주세요. 짜장은 곱배기요!"

일부러 서울 말로 주문을 하는 데 마지막에 '-세요'라는 표현이 어색하고 낯설다.

음식은 주문을 하자마자 바로 나왔다. 아마 주방에서는 계속 조리를 하고 있다가 주문을 받으면 그냥 내 오는 것 같았다. 배도 고팠지만 음식이 참 달고 맛있었다. 숨 쉴 틈도 없이 후루룩 자장면 곱배기를 들이키듯 먹고 명수는 찬 물을 받아 와서 마셨다.

"아, 배 부르다. 괜찮네. 맛있고 양도 많고. 서울 인심 사납다더니만 뭐 읍내 중국집보다 훨씬 좋다 뭐! 그치?" 명수가 웃으며 명자의 발을 툭 치자, 사발 째 들고 우동 국물을 마시고 있던 명자도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환히 마주 웃었다.

"사장님! 말씀 좀 여쭤볼게요! 저희들 오늘 서울 왔는데 취직하려면 어디로 가면 돼요?"

음식 값을 치르며 명수가 카운터에 앉아 있는 중년 여인에게 물어보았다.

"난 사장 아닌데..." 그녀는 말끝을 흐리다가 어림 방향으로 문 바깥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음, 저기 길 건너 2층에 직업소개소에 한 번 가 봐. 나도 거기서 소개해 줘서 여기서 일 하는 거야."라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명수는 여인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감사 인사를 하고 후다닥 문을 열고 길로 나섰다. 뒤따라 나온 명자가

"얘가 왜 이리 급하노? 누가 네 일 안 뺏어간다. 천천히 가자."라며 명수를 짐짓 책망을 하지만 자신도 일자리가 금방 생길 것 같은 기대감에 사뭇 잰 발걸음으로 동생을 쫒아간다. 그리 높지 않은 건물들이 길 가에 연이어 붙어 서 있었고 그 중에 직업소개소라고 간판이 달려있는 건물이 보였다. 가게 옆 계단을 올라가서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니 맞은 편에 큼지막한 책상과 의자가 하나 있고 사무실 한 가운데 길죽한 탁자를 중심으로 검은 가죽 소파가 양 쪽으로 놓여 있었다. 소파에는 중년 남자 세 명이 허리를 등받이에 한껏 젖혀 기대고 다리를 꼬고 앉아서 히히덕 거리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문 가의 작은 책상에는 젊은 여직원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서 서류에 뭔가 기록을 하고 있었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을텐데도 아무도 아는 체를 하지 않아서 명수와 명자는 민망하게 문 앞에 나란히 멀뚱멀뚱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남자들 중 한 명이 고개를 돌리고 두 사람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무슨 일 해 본 거 있나?"

다짜고짜 반 말로 물어보았다.

"없..없어요." 잔뜩 주눅이 든 명수가 무슨 심문이라도 당하는 것처럼 대답했다.

"나이는?"

"열 아홉이요."

"넌?"

"스물이요" 명자도 죄지은 사람처럼 목소리가 기어 들어간다.

"그럼 공장 일 한 번 해 볼래? 지금 뽑는 데가 한 군데 있긴 한데."

"무슨 공장인데요?"

"전자부품인데 가 보면 알아. 기술도 없다며 찬 밥 더운 밥 가릴 수 있어? 싫으면 말고.."

"아니요. 하께요. 그냥 궁금해서.."

"그래? 그럼 저기 이력서 하나 써라.

김 양아! 여기 이력서 하나 받아라." 라며 사무실 여직원 쪽으로 손짓을 했다. 그리고 명자를 쳐다 보며

"아가씨는 지금 마땅한 데가 없는 데 한식집에 한 번 알아봐 줄까?"라며 약간 은근한 말투로 부드럽게 말했다.

"한식집이요?"

"응, 저기 종로 쪽에 있는 고급 음식점이야. 아가씨를 하나 뽑는다는데 간다고 다 되는 건 아니고 한 번 면접을 봐야 해."

"..."명자가 선뜻 대답을 못하고 있으니까

"뭐 밑져봐야 본전인데 면접이나 한 번 봐 봐. 되기만 하면 수입은 괜찮을거야. 내가 소개비도 그 쪽에서만 받고 아가씨는 안 내도록 해줄께!"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남자가 내 뱉듯이 불쑥 한 마디 한다.

"어이 박 상무, 일을 그따위로 하면 어떡해? 다른 사람들 생각도 좀 해야지? 뭐 지금 약 먹었어?"

"아, 아가씨가 사정이 딱해 보여서 인심 좀 쓰려는데 뭘 딴지를 걸어?"

"아, 그래도 경우가 그게 아니지! 받을 건 받고 줄 건 주고 그래야지 다른 사람들도 벌어 먹고 살아야 할 거 아니야! 누군 땅 파먹고 사나?"

두 사람이 싸울듯이 눈을 부라리며 소리를 지르자 명자는 자신의 잘못이라도 되는 듯 사정을 한다.

"아저씨, 제가 나중에 벌어서 소개비 드릴게요. 그럼 안 될까요?"

그러자 나머지 한 남자가 두 팔로 다투던 사내들 사이를 뜯어 말리며

"그래, 그러면 되겠네. 한 식구들끼리 왜 이래.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랬다고 일단 우선 일이 되도록 해야 할 거 아니야! 자자 그러지 말고...최 이사는 나가서 아까 부탁했던 중국집 주방장이나 빨리 수배 좀 해봐. 요즘은 주인이 갑이 아니라 주방장이 행세를 부린다니까!"

그러자 끼어들었던 최 이사라는 사내가 화가 덜 풀린 듯 벌떡 일어서더니 문을 꽝 닫고 나가버렸다.

"씨발, 인심을 고따우로 쓰가지고 먼 일을 할 것이여! 인간이!"

박 상무라는 사내가 닫힌 문에다가 투덜거리고는 이내 명자를 보고

"별 일 아니니까 아가씨는 신경 쓸 필요 없고.. 저기 학교는 마쳤는가?"

"예. 올 봄에 졸업했어요."

"그래? 그럼 됐네. 쇠뿔도 단 김에 빼랬다고 당장 한 번 가보자고!"

그러면서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서 전화번호를 보면서 다이얼을 누르고 신호가 가자

"예, 사장님. 소개소 박상뭅니다. 바쁘세요? 지금 시간 되시면 아가씨 면접 한 번 뵈러 갔으면 하는데요.. 네 네 알겠습니다. 금방 가겠습니다."

전화를 공손히 끊고는 명자를 보고는

"됐다. 지금 오란다. 가보자."

그리고 작은 책상에 허리를 숙여서 엉거주춤 웅크리고 이력서를 쓰고 있는 명수를 보고

"다 썼어? 대충 쓰고 너도 가는 길에 같이 나가자."

그리고는 다른 사내를 보고는

"김 사장!. 나 얘 공단에 떨구어 주고 종로에 갔다가 와야 하니까 차 좀 써야겠네."

"그려. 수고해!"

김 사장이 차 열쇠를 주머니에서 꺼내서 박 상무에게 던져주자 박 상무가 한 손으로 낚아채고는 바로 앞장 서서 문을 열고 나간다. 명수와 명자가 따라 나서니 박 상무는 어느새 바로 앞 길 가에 서 있는 검정색 그랜져 운전석에 앉아서 시동을 걸고 있었다. 두 사람이 다가가자 조수석 창문을 내리고

"타!"라고 하며 턱으로 뒷좌석 문을 가리켰다.

두 사람이 차에 오르고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차는 어느 공장 건물의 출입문에 다다랐다. 그리 높지 않은 회색 블록 담장 한 가운데 터진 둑처럼 휑하니 자바라식 스테인레스 철문이 접혀서 열려있고 짙은 곤색 제복과 모자를 쓴 노년의 수위가 출입차량을 검문하고 있었다. 담장에 비해 다소 위압적으로 큰 문기둥에는 '기룡전자'라는 동판이 붙어있고 그리 넓지 않은 공터를 사이에 두고 2층 짜리 큼직한 공장 건물이 좌우로 넓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수위가 다가 와서 거수 경례를 하며 물어보았다.

"아. 수고하십니다. 염 기사님!"

차창 문을 내리며 박 상무가 아는 체를 하자

"아, 박 상무님. 들어가세요."

수위도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이 서로 잘 아는 사이 같았다.

"인사과장님 계신가요?"

"글쎄요. 외출하는 거는 못 봤는데. 한 번 인사과로 가 보세요."

"예, 그럼..."

박 상무는 공터에서 족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피해 건물 옆 승용차 몇 대가 서 있는 주차장에 차를 댔다.

"아가씨는 차 안에서 조금만 기다리고, 명수라 했나? 자네는 날 따라 와."

명수와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던 박 상무는 채 10분도 안 되어서 혼자 도로 나왔다.

박 상무가 차에 오르자 명자는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명수는요?"라고 물었다.

"응, 인사과장에게 부탁했고.. 별 일 없으면 바로 오늘부터라도 일을 시작하게 될거야. 걱정말고.. 우린 또 우리 볼 일 봐야재!"

박 상무는 차를 후진 했다가 정문 쪽으로 쌩하니 몰고 가서 수위에게 손만 흔들고 바로 도로로 접어 들었다.

"아, 벌써 덥다. 아가씨 하드 하나 먹을랑가? 아니면 콜라?"

물어보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4차로로 들어서기 전 공단 초입에 있는 슈퍼 앞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서 하드 아이스크림 두 개를 들고 나와서 하나를 명자에게 건넨다. 그리고선 차에 올라 차 창문을 내린 후 한 팔꿈치를 차 창문턱에 걸치고 아이스크림을 빨면서 오른 손으로 핸들을 잡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운전을 시작했다.

차는 제1한강교를 지나 용산과 세종로를 거쳐 종로로 접어든 다음 약간 후미진 골목길로 들어섰다. 차 한대가 가까스로 지나갈 만한 좁은 길이었지만 잠시 후 꽤 널찍한 마당과 깔끔한 정원수까지 있는 한옥 집이 나타났다.

박 상무는 차를 대문간에 세우고 명자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은 미음자 구조로 여러 방들이 중정을 돌아 감싸고 있었고 각 방은 좁은 나무 툇마루를 사이에 두고 하얀 한지를 바른 문살무늬 문과 바깥 쪽 유리창살 문으로 이중 구조여서 무척 고급스러워 보였다.

박 상무가 그 중 가운데 대청마루가 있는 방 문 앞으로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사장님. 박 상뭅니다."라고 기척을 하자 여닫이문이 스르르 열리며 한복을 입은 중년여인이 고개를 내민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박 상무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하자 여인이 반갑게 일어나서 대청으로 나선다.

옥색 치마에 연두색 저고리가 기품이 있어 보이고 젊었을 때는 꽤 미모가 있었을 듯 아직도 콧대가 오똑하고 눈매와 얼굴 선이 또렷하고 곱다.

"아휴, 박 상무, 금방 전화하더니 벌써 왔어? 들어 와. 얼른!" 하고 반색을 한다.

두 사람이 방 안으로 들어서자

"앉아, 앉아. 편히 하고... 차는 뭐로 드릴까? 커피?"

"예. 좋지요."

그러자 여인이 어디라 할 것도 없이 밖을 향해

"얘. 여기 커피 두 잔하고 녹차 한 잔 올려라."라고 외친다.

어디선가 "네-"하는 소리가 들렸다.

차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여인이 명자에게 묻는다.

"그래. 나이는?"

"스물이요." 명자가 답하자

"아이고, 좋을 때다. 이름은?"

"명자요. 김명자."

"명자? 이름이 좀 그렇네. 음... 예린이 어때? 예린이라고 하자."

"예? 예린이요?"

명자가 어리둥절해서 묻자 박 상무가 거든다.

"여기서는 어차피 자기 본명 안 써. 그냥 편하게 예명이라고 생각하면 돼. 근데 사장님 이 아가씨가 마음에 드시나 봐요. 바로 이름을 지어주시는 걸 보니.."

"응, 참하고 예쁘네. 때도 안 탔고 좋아. 물론 교육을 좀 해봐야 알긴 하겠지만.."

"와. 아가씨. 잘 됐네. 우리 사장님 눈이 높아서 웬만해선 성에 안 차시는데, 아가씨가 운이 좋구만!"하며 팔꿈치로 명자의 허리 춤을 꾹 찌른다.

명자가 움찔하며 몸을 움추리자 박 상무는 모른 척 외면을 하고 마침 소반에 차를 들고 들어오는 여자에게 아는 체를 한다.

"야, 이거 미스 박 아니야? 갈수록 예뻐지네. 나랑 언제 데이트 한 번 하자. 응?"

박 상무에 실 없는 농에 여자는 입을 삐쭉이며 곁 눈으로 째려보았지만 입가에는 가벼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일 보시고 차나 드시고 얼릉 가세요. 예?"

"어허, 손님 박대가 심하네."

박 상무가 짐짓 화가 난 척 하자 여자는 더 이상 대꾸를 않고 밖으로 나간다.

"미스 박 많이 컸네요 사장님! 허허허."

박 상무가 머쓱한듯 너털웃음을 웃었다.

"아휴, 요즘 얘들이 예의가 없어. 박 상무가 이해해."

"아이, 이해는요. 장난 좀 친건데 뭐. 그럼 이 아가씨는 사장님이 건사해주시는거지요? 오늘 당장 마땅히 잘 곳도 없다는데.."

"그럼. 여기 방 많아. 걱정말고 가."

명자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자기들 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짝짜쿵이다.

"자. 그럼 소인은 이만 일어서겠습니다. 소개비는 알아서 좀..."

"알았어. 내가 언제 박 상무에게 서운하게 한 적이 있던가?"

"네네, 물론이지요. 나오지 마시고...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아가씨도, 모르는 거 있으면 사장님께 여쭤보고... 잘 해! 알았지? 난 가네."

박 상무가 방을 나가자 명자는 그나마 잠시 아는 사람이라고 뭔가 허전한 마음이 들어서 박 상무를 따라 나서고 싶었다. 그 눈치를 챘는지 여사장은 명자를 안심시키느라

"명자, 아니 예린아! 한참 동생같으니까 말 놔도 되지? 언니라 생각하고 편히 있어.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고..."

"사장님. 근데 무슨 일을?..."

"아, 어려운 거 아니야. 손님들 시중들고 다른 언니들 보조하고 그러면 되니까 걱정말고 다른 언니들이 잘 가르쳐줄거야. 그래 저기 아까 그 박양이랑 같이 하면 되겠네."하더니 다시 밖을 향해

"박 양아, 잠깐 들어와 봐."라고 소리를 지른다.

"네-"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가 들어온다.

"이 아가씨 신입이니까 오늘부터 네가 교육도 시키고 생활도 돌봐주고 해."

"예." 여자는 군소리 없이 대답을 하더니 소반을 들고 명자에게 따라 나오라는 눈짓을 보내고서는 방문을 열고 앞서서 나섰다. 명자도 여사장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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