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이윤수
지워진 후에…
바닷가 모래밭에 이리저리 새겨진 발자국이
야속한 파도에 쓸려간 후에는
내 오랜 긍지와 부끄러움도 없어져버린걸까
지나간 후에…
세상에 나밖에 없는 듯 바라보던 너의 고운 눈빛이
내 삶을 기쁨과 뿌듯한 행복으로 가득채우고 간 후에는
달콤한 입맞춤과 설레던 속삭임도 스쳐간 추억일 뿐인가
사라진 후에…
샘물처럼 맗게 솟구치던 젊은 땀방울이
별빛아래 차가운 비석에 이슬로 스러지면
네가 오거나 가거나 꽃이 피거나 지거나 달라진 것 하나 없다고 하겠는가
그러나 바람이 불면
너의 숨결에서 일어나 솔개의 날개짓에 솟구치고
문득 강변 포플러 잎새를 흔드는 천년의 바람이 일면
그 벅찬 위안을 어찌 허망하다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