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원 #프로듀스 48 #AKB전국총선거
2020년 한일 간 문화역전을 가장 잘 상징하는 콘텐츠 또는 아티스트는?
탑티어는 BTS, 블랙핑크, 트와이스겠죠.
저는 아이즈원을 꼽고 싶습니다.
아이즈원은 프로듀스 48을 통해 탄생한 한일합작 아이돌이죠.
순위 조작 등 여러 스캔들에 시달리고 있지만, 여전히 눈부시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엠넷의 순위 조작 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을게요. 그건 그것대로 비난하고 처벌받을 일입니다. 그건 분명합니다.
프로듀스 48의 기원은 슈퍼스타K입니다. 한국형 리얼타임 오디션 프로그램이죠.
슈퍼스타 K가 발전과 개량을 거듭한 결과 탄생한, ‘여성 아이돌 팀 선발 버전’이 프로듀스 48이라 할 수 있죠. 프로듀스 48의 프로토타입인 프로듀스 101의 남녀 편 역시 모두 대성공을 거뒀죠. 그런데 성공과 더불어 욕을 먹기 시작합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예요.
대중의 실시간 투표로 데뷔팀 멤버 선발.
이건 딱히 욕먹을 일이 아니죠.
문제는 레퍼런스였습니다.
고도화된 대중문화환경에서, 기획자가 제일 피해야 하는 일이 바로 ‘표절’입니다.
젠더 문제에 ‘성인지 감수성’이 있듯, 콘텐츠 제작부문에는 ‘표절인지 감수성’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표절은 반드시 피해야 하는 ‘악’의 영역인 동시, 뜻 없는 기획자가 빠지기 쉬운 유혹이기도 합니다.
확실히 표절은 양심의 문제이자 기술의 문제라는 양면성이 있는 거죠.
프로듀스 시리즈의 레퍼런스. 특히 무대 설계 사상과 비주얼 레퍼런스는 어디서 정말 많이 보던 거였습니다. 기술적으로 표절 판정은 어려워도 ‘표절인지 감수성’ 측면에선 분명한 표절이었죠.
맞습니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일본 AKB48의 총선 시스템을 상당 부분 빌렸습니다.
AKB48은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아이돌 시스템입니다.
이름에 48이 들어가니, 멤버가 48명으로 종종 오해받습니다.
AKB48은 일본 전국에 브랜치를 둔 거대한 문화기업 또는 집단입니다.
도쿄는 AKB48, 오사카는 NMB48, 나고야는 SKE48, 후쿠오카는 HKT48 등의 팀이 있습니다. 이를 전부 뭉뚱그려 말할 때 AKB48이라 부르는 거죠.
우리 연습생에 해당하는 연구생과 2군을 거쳐 1군에 해당하는 선발 멤버까지 승강제 육성 시스템을 가지고 있죠. 일본의 각 지역의 크고 작은 동네 극장에서 실력을 갈고닦아 정식 멤버가 되고, 그중에서도 1군 리그에 해당하는 주요 팀으로 승격되는 시스템이거든요. 그런가 하면. 팀 탈퇴 또는 방출을 ‘졸업’이란 아름다운 말로 교묘히 포장하기도 하고요.
AKB 그룹의 가장 큰 특징은 ‘선발’입니다. 지역 공연장 무대에 오르는 것도, 지역별 그룹의 앨범 제작에 참여하는 것도, 전국단위 MV , PV, 앨범 제작도 모두 선발로 치러집니다.
바로 그 전국선발 중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게, 총선이죠.
전국 선발전. 전국에 있는 AKB 계열 멤버 중에 총선이라는 시스템을 거쳐, 최고 인기 멤버를 선발하는 겁니다. 거기에 들어가야 분기별로 있는 전국구 이벤트(싱글, MV 등)에 선발되는 거죠. AKB48 시스템의 꽃은 결국 ‘전국 총선’이 됩니다.
최고 권력자인 총리는 직접 뽑지 못해도, AKB 선발 멤버는 직접 뽑을 수 있는 거죠.
총선 입후보는 아무나 할 수 있습니다.
우리식의 연습생 신분인 연구생도 2군 멤버도 입후보는 가능합니다. 다만, 온라인의 예비투표를 거쳐야 하죠.
일정 기간 온라인 중심으로 예비투표를 합니다. 여기서 전국 총선에 진출할 상위 백여 명을 뽑습니다. 그다음 실제 투표처럼 전용 투표용지를 판매하고, 오프라인 투표를 진행합니다.
이게 참…. AKB 그룹의 놀라운 상술인데요.
총선에 표를 던지려면 투표용지가 있어야 하죠.
전국 총선 투표용지는 AKB의 CD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내가 응원하는 멤버를 전국선발에 포함시키려면, 개인이 한꺼번에 수십 수백 장의 CD 사재기를 하는 경우가 흔해요.
팬끼리 선거대책본부를 만드는 일도 흔하죠.
선대본은 이미 경쟁에서 떨어진 후보의 투표용지를 사들이거나, 이번에 우리 후보를 지지해주면 다음 해에 해당 후보를 지지해준다는 등. 이런 식의 거래가 흔하게 벌어집니다. 기가 막히죠. 정말 선거와 똑같아요.
AKB48의 전국 총선은 전국 동시 생방송을 합니다. 심지어 열몇 시간 동안 하기도 했어요. 가장 인기가 높을 때는 시청률이 20%에 가까울 만큼 열기도 뜨거웠습니다.
한마디로 AKB 전국 총선은 돈이 되는 구조입니다. 그러면 전국 상위에 뽑힌 AKB 멤버들도 이익을 공유하냐고요?
그럴 리가 있습니까? 돈은 회사가 벌고, 멤버는 유명해질 기회를 얻을 뿐인 거죠.
소녀들을 전면에 내세운, 도를 넘은 상술입니다.
일본 전국의 아이돌 팬들은 AKB 전국 총선 초기 몇 년은 미친 듯이 열광했습니다. 내가 응운하는 아이돌이 전국 순위에 올라간다는 건, 생각보다 짜릿한 경험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과정은 정말 피곤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즐거운 추억이 될 수는 있어도, 반드시 언젠가 현타가 찾아옵니다.
당연히 AKB 전국 총선 인기는 해를 거듭할수록 하락합니다. 아이돌 시장의 커다란 캐시카우가 사라진 거죠. 그러면 아이돌 산업의 진짜 수익구조는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