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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그리고 시간여행

by 로건리

아주 오래 전 일이다.

홈플러스에서 주차 알바를 하던 스물 두 살의 시간이다.

트럭 장사를 하며 주말에는 주차 알바를 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그래야만 했다.


콘서트를 좋아했다.

박정현의 콘서트를 가고 싶었다.

장사를 해야했고,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아쉬운 마음은 라이브 실황 테이프로 달랬다.

마이마이는 한물간 물건이었지만 애착이 깊어서 계속 썼다.

테이프 특유의 음질이 좋았다.


근무시간에 노래를 듣기도 했다.

이어폰이 걸리적거렸지만 노래에 대한 애정이 더 강해서 괜찮았다.


# 친구처럼 - 박정현

발매된 지 오래된 노래였지만 처음 들었다.

사람마다 그 노래를 알게 되는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모르지만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때 나는 연애가 쉽지 않았다.

친구 이상의 감정이 아니라는 뻔한 거절 멘트가 익숙했다.

그래서일까? 서글펐다. 가슴이 시리도록 아프고 슬펐다.


# 황혼의 문턱 - 왁스

같은 해, 큰 마음 먹고 CD를 샀다.

화장을 고치고 라는 곡으로 인기를 끌었던 왁스의 다음 앨범이었다.

퇴근 길, 첫 곡이었던 황혼의 문턱을 듣다가 괜시리 서글퍼졌다.

한 사람의 인생 여정을 담담하게 노래로 표현한 곡이 당시의 나를 울렸다.


"그렇게 나는 결혼을 하고

날닮은 예쁜 아이를 낳고

그 녀석이 벌써 학교에 들어갔네

어느덧 세월은 날 붙잡고

황혼의 문턱으로 데려와

옛 추억에 깊은 한숨만 쉬게 하네"


정확히 그때 나이의 두 배가 되었다.

연애가 어려웠던 기억도 가물가물한 시간의 흐름이 있었다.

결혼을 했고, 두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다.

말이 필요없는, 힘겨운 시간이 지나갔다는 뜻이다.

날 닮은 아이가 코인 노래방을 쏘겠다며 나를 인도하고,

내가 좋아했던 노래를 함께 부르는 시간이 어떤 날은 꿈만 같다.


# 너를 위해 - 임재범

3옥타브가 넘어가는 음역은 보통 남자들에게 어려운 도전이다.

고교 시절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면 늘 도전하고 좌절하던 곡이다.

영화 동감의 ost로 유명세를 탔던 곡으로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노래를 들으면 영화 동감의 내용처럼

같은 공간, 다른 시간이라는 식에 내 상황을 대입하곤 한다.

나의 추억이 깃든 공간에 현재의 사람들을 데려갈 때면 이 곡이 떠오른다.

특히 아들과 함께 하는 순간마다 그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할머니가 스물다섯 살때 6,25 피난 가려는데 한강다리가 끊어졌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것처럼

아들에게 나는 엄청난 꼰대가 되어보곤 한다.

그래도 좋다. 누군가의 추억의 공간을 공유한다는 건 참 멋진 일이다.






노래가 발매되었던 시간에는 지금의 나를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이후 노래를 떠올리면 그 시절은 내 안에 선명하게 살아있음을 느낀다.

이것이 노래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도 비슷할텐데 유독 노래가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비교할 수 없을만큼 반복학습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 한 번만 보고 잊어버리는 영화와 달리 노래를 수십, 수백번을 반복해서 듣기 때문에

뇌에서 잊지 않고 선명하게 기억저장소에 다른이름으로 저장해두는 것 같다.

2026년의 시간은 어떤 노래속에 저장될지 궁금하다.

지금 나이의 또 두 배를 더 살아가게 된다면 그땐 지금을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하다.

그렇기에 후회할 시간은 만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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