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4일

대홍수와 회오리폭풍

by 로건리

우리 아파트는 2001년생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아직 20대 청춘이지만 아파트는 그게 아닌가보다. 어제 옥상에 있는 물탱크 배관이 찢어져 24층부터 1층까지 거꾸로 물난리가 났다. 하루만에 물은 모두 말랐다.


집 안에서는 딸내미의 귀여운 손짓 한번에 대홍수가 발생했다. 테이블 위에 있던 커피를 건드려 쏟아졌다. 쏟아진 커피는 노트북을 향해 빠르게 이동했다. 결국 카페인이 부족했던 노트북이 커피를 마셔버렸고 서비스센터에서 사망선고를 내렸다. 300만원짜리 노트북은 아주 나약했다.


웃기게 들릴수도 있지만 나의 삶과 비슷한 것 같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외부 환경으로 시작되는 고난을 이겨내는 경우도 있고,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발생하는 역경으로 막심한 피해를 입기도 한다. 결국 어떤 문제든 내 안에서 찾을 때 정답이 나올 확률이 생긴다. 2026년은 "-때문에" 라는 말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아파트는 이사가면 그만이고, 노트북은 까짓꺼 하나 사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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