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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상아 May 04. 2024

승패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는 건지, 얼굴을 쥐어짜는 건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나는 연신 내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패배감이다.      


확실했다. 그때 내가 느끼는 감정은 패배감이었다. 


죽든지 살든지 상관없다며, 더 이상 나랑 관계가 없는 인간이라 치부했던 인간의 소식에 눈물이 흐르는 이 상황 자체가. 나는 패배한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담배를 하나 더 태우고 머리를 감았다. 출근할 테다. 마지막 부탁이 “알고만 있어 달라.”는 것이라면 그렇게 해주겠다. 나는 오늘 여느 때와 다르게 출근하려 준비했다. 이 이상 눈물을 흘린다거나 조금의 슬픈 마음이 든다면 그것이야말로 감정 과잉이다. 그 정도의 눈물을 소비할 만큼 나는 아빠와 관계성이 적다. 그리고 오늘 하루가 어제의 하루와 별반 다르지 않다면, 나의 완패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출근 준비를 거의 다 마칠 즈음. 엄마가 들어왔다. 엄마는 울었을까? 현관문이 열림과 동시에 나는 엄마의 눈을 보았다. 엄마는 울지 않았다.      


“왔나?”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퇴근한 엄마에게 건네는 내 인사였다. 엄마는 내 인사가 마치 주문이라도 되는 듯. 내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쭈글쭈글해진 얼굴을 더욱 구기며 오열을 시작했다. 엄마의 요지는 대략 이러했다. ‘개새끼가- 어째- 니한테- 모진새끼- 죽기전에- 얼굴은 봐야지- 개새끼. 개새끼.’ 나는 엄마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회사를 가기 위해 옷을 입었다. 되도록 검은색 옷은 피했다. 만일을 대비하기조차 싫었다. 나는 나에게 그런 여지도 주기가 싫었다. 


엄마의 울음소리는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었고 엄마는 한숨처럼 이렇게 말했던 거 같다.     


‘니 불쌍해서 우야노’      


그때 나는 엄마에게 웃으며 말했던 것 같다.     


“내가 불쌍할게 뭐가 있노. 지가 그러고 싶다는데. 내 회사 간다.”     


현관문에서 운동화를 신으며, 허리를 숙였다. 그때였다. 예고도 없이 내 뒤통수에 엄마의 쭈글쭈글한 손바닥이 얹어졌다. 


그리고 엄마는 이 승부의 승패의 결과를 알려주었다.      


“고모랑 전화했는데. 도저히 미안해서 니 몰래 죽고 싶었다고. 고모도 그라드라. 죽을 사람보다 살 사람이 먼저라고. 이래 죽어삐면 니 우째 사냐고. 어디 병원인지 알카줄테니까, 가서 인사만 하고 올래?”     


아. 나의 승리였다. 대역전극이랄까? 결국 먼저 미안함을 느낀 건 아빠니까. 확실한 나의 승리가 맞았다. 내가 느낄 감정은 분명히 패배감이 아니다. 현관문을 열고 나는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다시 고개만 빼꼼히 집으로 들이밀며, 말했다. 


“아니. 그냥 아빠가 원하는 대로 해줄란다.”     


이게 바로 승리자의 여유다.      


유달리 따끔한 아침햇살을 시작으로 승리자의 하루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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