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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drink Apr 15. 2021

호숫가에서 그날

놓는 연습


   안개 짙게 드리우고 나무들이 빽빽하게 둘러쳐 있는 호숫가에 우리 네식구가 서 있다. 

나무들이 내어주는 그 충만감에 천천히 고개를 돌려본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보트를 타면서 노를 젓는다.  웃음 섞인 말소리들.. 타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길 그 즈음이었다. 서준이가 함께 서 있던 자리를 벗어나 쫓아가기 힘든 저벅저벅한 발걸음으로 마을쪽을 향해 걸어간다. 5살짜리가 유괴라도 당하듯, 서준이의 이름을 미친듯이 부르며 쫓아달리기 시작한다. 잡힐듯 하다 사라지는 서준이의 뒷모습을 따라 마을 중심부로 들어선다.  

   얼마나 쫓아갔을까..  저 멀리서 미국 공포영화에서나 봄직한 Buffalo Check  Shirts 를 입고 Cap 을 깊이 눌러쓴 낯선 할아버지와 서준이가 말 몇마디쯤 주고 받는다. 할아버지는 옆에 주차되어 있던 오래된 차의 키를 서준이에게 건네고, 키를 받아든 서준이는 상기된 얼굴로 차에 올라타 처음보는 그 할아버지의 차를 움직여보기 시작한다. 미친듯이 달렸어도 잡을수 없었던 서준이가 차를 움직이는 걸 보자, 머릿속이 하얘진다. 눈물이 쉴새없이 흐르고 또 미친듯이 달린다. 멀어지는 서준이. 사고가 날텐데... 운전을 가르쳐준 적이 한번도 없는데... 저 노인네를 뭘 믿고 키를 받았을까... 눈물만 난다. 신발이 벗겨진 맨발이 상처때문인지 아프기 시작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서준이가 운전하는 그 차 뒤를, 그 할아버지가 또다른 차를 끌고 천천히 따라가고 있다.  

'그 노인의 집을 알아야겠어!' 

그 노인을 찾아서 흠씬 두들겨 패주고 싶다. 아니 죽일수도 있을것 같다. 눈물이 멈추고 몸에서 열이난다. 




   얼마를 더 내달렸을까.. 눈에 띄는 집 족족, Drive Way 에 그 차가 있는지.. 문을 두들겨 그 노인의 인상착의를 설명하며 그 사람이 내 아들을 데리고 갔다고 소리치기를 몇번했을까..

하얀색 나무집이 눈에 띈다. 물가에 있는 집이라 습한 자욱이 여기저기 보인다. 무작정 문을 두들기고 들어간다. 할아버지 한분과 할머니 한분이 사는 집..  울면서 또 사정설명을 하는 나에게, 할머니가 등을 두드린다.  '괜챦을거다. 걱정하지 말아라' 라며 모든것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미소를 짓는다.  뒷문이 열리며, 그 할아버지가 들어온다. 깊게 눌러쓴 그 모자를 벗어내며 한손으로는 하얀 머리칼을 쓸어올린다.  그저 푸근한 할아버지였다. 모자 아래로 세상에 더 없을 듯한 편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멱살을 잡고 내아들 어디 있냐고 해대야 하는데 이상하게 그게 되지 않는다. 

  바로 그때,  할아버지가 들어왔던 그 문으로 서준이가 성큼 들어온다. 운전을 해 봤다는.. 말로는 다 할수 없는 그 기분을 얼굴과 온 몸에 담아 웃고 있다.  그제야 다리가 풀려 식탁을 겨우 손으로 더듬어 의자에 엉덩이를 붙인다.  할머니가 이야기한다. 


'괜챦을거라고 했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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