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백일장

소소한 동네 독서모임이 시들해질 무렵 우리들은 백일장을 열기로 했다. 모임의 반장님이 주제를 던져주셨다.

  "당신이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요? 당신이 추구하는 행복의 방향은 무엇인가요?"

 기분이 좋은 장면을 떠올리면 진한 커피를 마시고 오렌지 파운드케이크와 함께 담소를 나누며 깔깔 웃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데 좀 더 행복을 진하게 느꼈을 때는 언제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누구에게 도움을 주었을 때이다. 내가 알아봐 준 정보가 도움이 되었다고 했을 때 기쁘고 행복하다. 친구가 맛집을 물어봤는데 그 동네 맛집을 내가 들은 적이 있어 가르쳐줄 수 있을 때, 그때 얼굴에 번지는 흐뭇한 미소를 어쩌겠는가. 작게는 대화중 도저히 생각이 안 나던 드라마 제목을 내가 생각해내어 알려주었을 때는 어떤가. 짜릿한 기쁨이다. 가족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었을 때 내가 맛있는 것을 먹었을 때보다 더 행복하다. 타인에게 도움을 주었을 때 마음이 꽉 찬 행복감을 느낀다. 그런데 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지켜야 하는 선이 있음을 안다. 그 도움을 주기 위해 나를 희생했을 때 어디까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건지 잘 살펴야 한다. 어느 정도의 무리는 감당할 수 있겠지만 그 선을 넘으면 마음은 공허해지고 지칠 것이다. 사실 친구의 질문에 답하려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정작 도움이 못되었을 수도 있다. 심지어 그러느라 내 일을 못했다면 좀 속상해질 것이다. 가족을 위해 하는 일이 너무 많이 쌓이다 보면 성취의 보람도 없고 반복되는 허드렛일에 지쳐버릴 것이다. 그래서 이 행복의 줄타기를 잘하려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으로 인해 지치지 않고 힘을 낼 수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 일도 되돌아보며 행복할 수 있고, 속상한 일은 조용히  털어버릴 수 있고, 좀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 시간에 함께 할 또 한잔의 향긋한 차가 생각나니, 나의 행복은 돌고 돌아 따뜻한 머그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소소한 행복이 매일, 평생 함께 해주길 바라며, 눈물 나는 일에도 잠시 울고 웃을 수 있는 순간을 바라며 따뜻한 차 한잔을 위한 물을 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