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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을 견디는 법에 대하여

위대한 예술은 언제나 결핍에서 태어난다.

by 지나김

" 이 글은 <<위대한 열등감>>을 주제로 진행 중인 작가의 인문 교양 시리즈 일부입니다."


<<위대한 열등감>> - 지나김 예술감독

위대한 예술은 언제나 결핍에서 태어난다.



카미유 피사로, 〈봄, 흐린 아침의 에라니〉, 1900년

회가 피사로가 인생의 마지막 시기에, 오랜 고독 속에서도 조용한 생의 지속성을 그려낸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처럼, 어느 봄날 완벽히 맑지 않은 하늘 아래에서도, 삶은 여전히 흐르고 있음을 피사로는 보여준다.

구름이 잠시 빛을 가려도 삶은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피사로는 흐린 하늘 아래 봄을 그린다.



– 흔들림을 견디는 법에 대하여

나의 하루를 다시 살아낼 용기를 찾고 싶은 당신에게.


살다 보면, 마음이 유난히 작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잘하려고 애쓰는데 자꾸 뒤처지는 것 같고, 이미 주변은 빛나는데 나는 아직 시작도 못 한 것 같을 때.

그럴 때면,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집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 감정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마음일지도요.

그토록 화려했던 피아노의 대가 리스트도 그랬습니다.
무대 위에서는 모든 것을 넘어선 천재처럼 보였지만, 무대 아래 그는 한 때 가난한 예술가의 삶을 때로, 어느덧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찾아 고통스러워하곤 했으니까요.
브람스는 거대한 베토벤의 이름 아래서, 자신이 작아질 때마다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
멘델스존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도 늘 흔들렸고,
비제는 세상 누구보다 뜨거운 작품을 남기고도, 그 영광을 누리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쓰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불안’은 약점이 아니라, 삶을 계속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불완전하다는 건 실패가 아니라, 여전히 배우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흔들리며 자랍니다.
불안하니까 준비하고, 부족하니까 노력하고,
때로는 상처 덕분에 비로소 자신을 이해합니다.

예술가들이 그러했듯, 우리도 우리가 서 있는 지금 그곳에서 그렇게 버티며 살아갑니다.

이 책은 그들이 삶의 모든 것을 담아 만들어낸 작품 속 이야기이자, 우리 마음의 이야기입니다.

불안한 오늘을 견디는 법,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나아가는 법.
그리고 그 불완전함 속에서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오늘 흔들리고 있다면 어쩌면 당연하고 또 괜찮은 일이겠지요.
흔들린다는 건 여전히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우리는 아직 온전히 다듬어지지 않은 음표입니다.
하지만 그 불협 속에서도, 우리 인생이라는 통해 위대한 작품이 빚어져 갑니다.

불완전함을 끌어안는 용기- 위대한 열등감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삶이 그러하듯, 예술가들의 여정에도 아직 남은 악장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도, 모든 것을 잃어도 삶의 아름다운 음악을 그려낸 이들,

그렇게 결핍을 노래로 바꾼 위대한 예술가이자 한 사람의 이야기.
극도의 불안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그런 악장을 품고 살아갑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때로는 흔들리더라도,
여전히 나아가려는 그 마음 하나면 충분합니다.

저는 이제, 그다음 이야기를 써 내려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저의 <위대한 열등감> 시리즈는 그렇게, 계속 자라고 있습니다.


" 이 글은 <<위대한 열등감>>을 주제로 진행 중인 작가의 인문 교양 시리즈 일부입니다."


to His glory




지나 김 |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 예술감독

예술을 읽고 지식으로 풀어냅니다.
클래식과 인문, 감성과 이성을 잇는 언어로 오늘의 삶을 해석합니다.

도서 <<K-POP에서 만난 클래식 예술 살롱>>저자

주간경향-<<일상 속 심포니>> 칼럼니스트


#위대한열등감 #인문교양 #클래식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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