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대 후반오후 업무에 집중하려던 찰나 같이 일하던 차장이 "두 분에게는 먼저 얘기해야 될 것 같아서요. 저 오늘 사직서 내고 이 업계 떠날 거예요."라는한마디를 나와 같은 팀 동료에게 전했다.
축하의 인사가 먼저 떠올랐다면 좋았겠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첫 째는 그의 퇴사가 나 자신에 미칠 영향에 대한 걱정이었고다른 하나는지금의 팀을 잘 리드하면 부장 자리 정도는 따놓은 거나 다름없어 보이는 그가 이직도 아니고 사업을 한다는 것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때의 나에겐 이 업계에서 크다는 회사 여러 곳을 거쳐 십여 년의 경력을 쌓아 잘 자리 잡은 서른중반의 그가 굳이 5년 정도는 돈 못 버는 것을 각오하고 결혼자금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 같다.물론 타인의 결심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시간이 지나고나이 들어가며 서른 중반에 퇴사를 결심한 주변인들의 결정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올라갈 일만 있을 것 같던 이십 대의 나는 사회 초년생의 시간을 지나 삼십 대가 되면 진로 걱정 없이 이미 들어선 길을 걸어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은 그렇게 단순하게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우리는 왜 퇴사를 결심할까?"
비자발적인 퇴사를 제외하고 퇴사를 결심하는 데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과거와는 달리 "평생직장"이라 개념은 것은 소수의 직군을 제외하고는 사라졌다는 것과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에서 오는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5년 정도의 후가 급격하게 앞당겨졌다는 학자들의 분석처럼 온라인, 비대면, 기계화로 인한 변화로 많은 직업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무인점포의 확대, 가게 곳곳 들어선 키오스크나 앱 오더의 발전은 편리함을 주는 동시에 직접 주문을 받는 점원들의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다.
그런 변화와 시대의 흐름은 명확하게 그려질 것 같던 나의 미래도AI(인공지능)가 10년 후는 대체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으로 변하게 했다. 물론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해나가야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지금의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앞으로 어떻게 40-50대를 준비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다가왔음은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그제야 나는 인생의 5년 정도를 투자해서 앞으로의 20년을 준비하겠다는 전 직장상사의 선택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창업"은 그에게 있어 위험을 감수하는 일인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선택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피라미드처럼 올라갈수록 좁은 직장 내의 자리를 위해 경쟁과 많은 에너지를 쏟는 노력을 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가 대한 생각도 그의 결정에 들어있었을 것이다. 물론 "창업"만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세상은 지속적으로 그리고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우리가 알게 모르게 직업들이 생겨나기도 하고 사라지고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 각자가 속해 있는 울타리 밖, 혹은 그 안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나이가 된 올해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나의 퇴사를 위해 혹은 경쟁력 있는 업무능력을 위해 생각했던 공부도 시작하고 제자리걸음을 걷는 나의 영어실력도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고 한다. "기회"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니까!